뉴질랜드서 시범도입…일년 후 전사 적용 검토
코로나시대 업무효율 극대화 모색
뉴질랜드 정부도 소비진작 위해 적극 독려
업무 스트레스 오히려 는다는 주장도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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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권재희 기자] 글로벌 식품 및 생활용품기업 유니레버가 '주4일 근무제' 혁신 실험에 나서면서 주목받고 있다. 주 5일에 맞춰진 업무량을 4일에 걸쳐 달성하는 게 주요 임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원격ㆍ유연근무 등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본격적으로 논의되는 시점에서 실시되는 만큼, 성공할 경우 '4일 근무제 도입'에 대한 각 기업의 관심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7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유니레버 뉴질랜드지사는 최근 임금은 유지하되 근무시간을 20% 단축한 '주4일 근무제'를 시범 도입한다. 뉴질랜드지사에는 81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는데, 모두 이번 실험에 참여하게 된다. 이들은 12개월 동안 주4일 근무하면서 5일 근무때와 같은 업무량을 소화해야 한다. 회사 측은 근무일이 줄어드는 대신 결과적으로 하루 근무시간이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포인트가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고 언급했다.

유니레버의 이같은 실험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근무방식이 대대적으로 변한 가운데 업무 효율성을 찾기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해 나왔다. 재택근무 등 근무형태가 유연해진 상황에서 생산량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어 보다 과감한 시도로 이어진 것이다. 이 회사의 닉 뱅스 이사는 "시간이 아닌 생산량에 근거해 업무성과를 측정하는 게 목표"라며 "주4일 근무제가 장기적 관점에서 미래 유니레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 위한 실험"이라고 도입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유니레버는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서비스업종에서는 주4일제를 도입한 사례가 여럿 있지만 제조회사는 매일 공장을 가동해야 하는 특성상 쉽지 않기 때문이다. 뉴질랜드 지사는 규모가 작고 영업, 유통, 마케팅 등 비제조업 조직만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조부문엔 섣불리 적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뱅스 이사는 "제조직원이 있었다면 도입하기 까다로웠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유니레버는 실험 후 평가를 통해 글로벌 직원 15만5000여 명의 근로형태를 다양하게 전환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어, 제조부문 근무에도 변화를 시사했다.

뉴질랜드 정부가 주4일 근무제를 독려하고 있다는 점도 실험하기 좋은 여건으로 꼽힌다. 뉴질랜드 정부는 이미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관광산업 등 내수 활성화 방안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제안한 상태다. 뉴질랜드헤럴드에 따르면 저신다 아던 총리는 지난 5월 "코로나19 사태 때 재택근무 등 유연한 근무제도가 끌어내는 높은 생산성을 경험했고, 그 결과 주4일 근무제 도입을 강하게 장려하고 싶다"며 "경기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근무시간이 줄어들면 여가시간이 늘어 소비를 진작하고, 이는 내수경제 활성화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월화수목토토일…유니레버의 '주4일 근무제' 실험 원본보기 아이콘



이미 뉴질랜드에서는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부동산신탁회사인 페퍼추얼가디언의 창업자 앤드류 번스는 지난 2017년 직원들의 일과 생활의 균형, 업무 생산성 향상 방안 등을 고민하던 중 오클랜드대학의 자문을 얻어 주4일 근무제를 두달 간 시범도입했다. 240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토요일과 일요일 이외에 각자 원하는 요일 중 하루를 지정해 쉬도록 한 것이다. 그 결과 직원의 78%가 일과 개인생활의 양립에 크게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회사측에서도 생산성이 향상됐다며 영구 도입했다.


앤드류 번즈 대표는 "생산성 향상의 핵심은 근무시간보다 '집중도'"라며 "주4일 근무제가 회사 발전과 함께 임직원 개인의 생활 만족도 향상에 긍정적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4일 근무제는 점차 확산하는 추세다. 독일과 네덜란드, 덴마크, 스웨덴 등 북유럽은 물론이고 긴 노동시간으로 유명한 일본에서도 이를 도입하는 회사들이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간병시설을 운영하는 우치야마홀딩스,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일본KFC홀딩스, 기계 제조업체인 사타케 등이 주4일 근무제를 도입했다. 저출산ㆍ고령화로 일손이 부족해진 점도 업무시간을 단축하게 된 배경으로 꼽힌다. 미국 햄버거체인 쉐이크쉑도 지난해 3월 미 서부지역 일부 매장을 대상으로 주 4일제를 시범 도입했다.


하지만 이같은 추세에도 불구하고 시기상조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기업과 노동자 뿐 아니라 내수경제활성화에도 기여한다고 주장하지만 제도로 도입하기에는 갖춰야 할 준비가 여전히 미비하다는 것이다. 모쉬 랜더 캐나다 컨커디어대 경제학 교수는 "가정에서 보육과 교육의 책임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대책 등 사회적 준비가 이뤄져야 한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업무방식의 변화 없이 근로시간만 단축한다면 삶의 질이 개선되기보다 새로운 문제가 발생할 것이란 경고도 나온다. 일본 다카하시서점이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업무방식 개선에 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본 기업의 53% 이상이 근로시간 단축에 맞춰 업무방식 변화를 주도하고 있지만 이 가운데 41.5%는 더 많은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업무방식은 그대로인데 근무시간만 줄어 오히려 스트레스만 늘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는 '시간단축(지탄)'과 '괴롭힘(하라스먼트)'의 합성어인 '지타하라'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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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노동당 역시 2019년 9월 발행한 보고서에서 "주4일 근무는 현실적이지 못하다"며 "기존 근무시간보다 적게 일하고 싶어하는 근로자도 있지만 대부분은 기존 근무시간 이상을 일하게 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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