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산책] 에코슬로우 - 친환경, 피할 수 없으면 ‘필환경’하라
서점에 들어서자 곳곳에 포스터 눈길
환경ㆍ비건 주제가 공간 정체성 드러내
기후ㆍ채식 등 주제 500여권 책 구비
동물권 등 댜앙한 주제로 독서모임
토론 등 통해 손님간 유대감 형성
노자 ‘도덕경’ 읽기 프로그램도 인기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친(親)환경’을 넘어 이제는 ‘필(必)환경’의 시대. 지구 곳곳에서는 절실하게 이런 인식이 필요하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기후변화로 북극곰은 터전을 잃게 됐고, ‘지상 천국’으로 불리던 인도양의 섬나라 몰디브는 수몰 위기에 내몰리는 등 지구의 위기를 알리는 사례들이 숱하다. 이런 가운데 지구를 살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사소한 불편함을 자처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하고, 비닐봉지 대신 에코백을 든다. 필환경 의식을 가진 인스타그래머들은 그래서인지 인기가 바닥인 서점 가운데 ‘생태인문’이라는 독특한 테마를 내세우는 곳으로 향한다. 서점이 책만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의식과 가치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끼기 때문이다. 서울 지하철 6호선 상수역 4번 출구에서 5분 남짓 걸으면 닿을 수 있는 ‘에코슬로우’가 바로 그런 곳이다.
서점 문을 열면 깔끔히 정리된 책장과 함께 곳곳에 붙은 포스터가 눈에 띈다. ‘피할 수 없다면 녹색하라’라는 강렬한 문구가 담긴 사진부터 환경ㆍ비건 관련 포스터들은 이곳의 정체성을 말해준다. 책장에도 서점만의 개성이 묻어난다. 기후 위기ㆍ동물권ㆍ채식ㆍ에코 페미니즘 등을 주제로 한 500여권의 다양한 책이 책꽂이를 가득 메운다. 서점 한가운데에는 옹기종기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커다란 테이블이 마련돼 있다.
이곳은 임혜영 대표(43)와 김학영 매니저(29)가 ‘생태인문 서점’이라는 주제의식을 갖고 운영하는 공간이다. 임 대표는 “환경 문제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가 7~8년 전 도법스님의 강의를 듣고 ‘인드라망’이라는 개념을 알게 됐다. ‘모든 생명은 다 연결돼 있다’라는 뜻인데, 사람의 문제가 비단 사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동물, 자연과 연결돼 있음을 깨달은 이후 환경 이슈에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서점이라는 공간적 특성답게 주목받는 활동은 바로 독서 모임이다. 동물권ㆍ채식ㆍ에코 페미니즘ㆍ쓰레기 등 다양한 주제로 진행되는 독서 모임은 손님들의 발걸음을 이끄는 요인 중 하나다. 임 대표는 “환경이 민감한 문제이다 보니 지인들에게 심적으로 지지받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면서 “이곳은 환경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 방문한다. ‘환경’이라는 접점이 있다 보니 이곳에서 손님들은 작지만 심리적인 위안을 얻고 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책을 매개로 다양한 이와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것은 물론 정서적 연대까지 일석이조의 수확을 얻는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독서 모임에서 서로 친해진 손님들은 책을 넘어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까지 털어놓는단다.
생태ㆍ인문 서적을 판매하고 독서토론을 하는 것 외에 손님들이 환경에 대해 직접 생각해볼 수 있도록 여러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워크숍을 통해 종이 냅킨 대신 여러 번 빨아 쓸 수 있는 ‘소창 냅킨’을 만드는가 하면 비닐랩 대신 다회용 ‘밀랍랩’을 제작하는 것 등이 그 예다. 이 과정에서 손님들은 타인과 함께 지속 가능한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환경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기회를 얻게 된다. 서점이 ‘책만 파는 공간’에서 나아가 여러 사람과 소통하고 교감할 수 있는 ‘문화 사랑방’ 역할까지 톡톡히 하는 셈이다.
노자의 ‘도덕경’ 읽기 프로그램 역시 독특한 활동의 하나다. ‘도덕경’은 중국 춘추전국시대 사상가 노자(老子)의 메시지가 담긴 책으로, 이를 한자 원문으로 읽으며 ‘삶의 나눔’에 대해 이야기한다. 임 대표는 “‘도덕경’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지만, 자연과 맞닿은 지점이 많다”면서 “우리는 자연과 인간이 연결됐다는 관점에서 ‘도덕경’을 공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매니저는 손님으로 처음 발을 디뎠다가 이곳의 매력에 푹 빠져 눌러앉게 된 특이한 경우다. 지난해 12월 워크숍에 처음 참여한 김 매니저는 이후 글쓰기 모임 등 서점에서 하는 다양한 활동에 참여했고, 그 인연이 이어져 올봄 정식으로 가게에 합류했다. 임 대표는 “손님이던 김 매니저와 여러 활동을 하며 자주 만나다 보니 관심사가 비슷해서 ‘같이 해보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지금까지도 함께 재밌게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 매니저도 “지난해 겨울 워크숍을 시작으로 서점에 자주 방문했다”면서 “이후 구렁이 담 넘어가듯 자연스럽게 가게에 스며들었다”고 말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임 대표와 김 매니저는 서점에서 하는 다양한 활동이 유의미한 가치를 지닌다고 했다. 김 매니저는 “환경 이슈에 도움을 주는 방식은 여러 가지다. 적극적으로 직접 도움을 줄 수도 있고 우리처럼 문화 콘텐츠라는 매개를 통해 환경 문제를 재밌게 풀어가려는 노력도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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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에코슬로우가 편견 없는 공간이 되길 원했다. 김 매니저는 “경계를 나누지 않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며 “성별, 인종, 나이 등 개인이 가진 특수성에서 벗어나 모두가 불편해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공간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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