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버지니아주 스털링의 본인 소유 '트럼프 내셔널 골프장'으로 향하기 위해 차량에 올라타고 있다. 워싱턴DC(미국)=EPA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버지니아주 스털링의 본인 소유 '트럼프 내셔널 골프장'으로 향하기 위해 차량에 올라타고 있다. 워싱턴DC(미국)=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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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세상에 독감으로 죽는 사람도 있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월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를 방문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브리핑을 받은 자리에서 한 이 한마디는 이번 미 대선 결과를 좌우했다. 미국 내 누적 확진자가 1000만명을 넘어섰고, 24만명 이상이 숨진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 무심한 말 한마디는 미 국민의 감정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워싱턴포스트(WP)를 비롯한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지적하며 그가 자신의 할아버지가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르는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할아버지인 프리드리히 트럼프가 1918년 스페인독감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누가 독감으로 죽느냐는 발언을 할 수 있느냐는 비판이었다.


독감은 트럼프 대통령 가문의 일대기를 뒤바꿨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증조부인 요한 트럼프는 원래 독일 칼슈타트 지역의 사람으로 포도주 양조장을 운영했다고 알려져 있다. 요한은 1877년 당시 유행성 독감으로 폐렴에 걸려 급사했고, 이로 인해 그의 아들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할아버지인 프리드리히는 16세란 어린 나이에 무작정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야 했다. 미국에 도착한 프리드리히는 청소부, 이발사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돈을 모았다고 한다.

이후 그는 탄광 광부들을 상대로 하는 집창촌을 개설해 돈을 꽤 벌었고, 독일에 있던 여자친구를 데려와 결혼을 하며 일가를 이루기도 했다. 나름 미국에서 성공했다고 자부한 프리드리히는 고향인 독일로 돌아오고자 했지만 1918년 전 세계적으로 대유행한 스페인독감으로 숨을 거두고 말았다. 고향으로 돌아와 가업인 포도주 양조장을 다시 하려던 그의 계획이 스페인독감으로 좌절되면서 트럼프 가문은 미국에 뿌리를 내릴 수밖에 없게 됐다.


갑자기 가문을 책임지게 된 트럼프 대통령의 아버지인 프레드릭 트럼프는 미국과 1차 세계대전에서 적국이던 독일 출신으로 밝혀져 사업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그러자 자신의 국적을 스웨덴으로 속여 부동산 사업을 시작했다. 1차 대전과 뒤이은 세계 대공황 속에서 아버지가 벌어둔 돈으로 부동산 매물을 취득해놓았던 그는 미국의 뉴딜정책에 힘입어 주택가격이 급등하면서 갑부 반열에 올랐다. 부동산 재벌 트럼프 가문의 신화는 이렇게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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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으로 생활고에 몰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건너온 트럼프 가문의 일대기가 이처럼 알려져 있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4년은, 그와 같은 처지로 밀려온 이민자들을 적대시하는 차별정책과 전염병 위험에 대한 무시로 끝나고 말았다. 전 세계 누구에게나 기회와 자유의 땅으로 불리던 미국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유권자들의 마음은 투표로 나타났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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