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찍고 유포·협박…끊이지 않는 불법촬영범죄, 해법없나
카메라 등 이용 불법촬영범죄, 지난해 6000여 건 발생
처벌 수준은 '솜방망이'…자유형 선고는 10명 중 1명 꼴
전문가 "재범방지 위해 형량 강화해야"
[아시아경제 김가연 기자] 여성의 나체, 성관계 장면 등을 몰래 찍는 불법촬영범죄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양형 강화, 불법 촬영기기 단속 등 범죄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효성 있는 관련 대책이 여전히 미흡하고 범행이 적발돼 기소된다고 하더라도 처벌 수위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3일 MBC '뉴스데스크'에 따르면, 밴드 활동을 하던 가수지망생 송 모(27) 씨는 지난 4월 자신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송 씨 유족은 송 씨가 과거 교제하던 A 씨로부터 불법 촬영과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며 A 씨를 고발했다. A 씨는 작곡가이자 가수인 것으로 파악됐다.
A 씨 측 변호인은 "고발인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 A 씨는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비난받을 행동을 한 적이 없다"며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불법촬영범죄가 연일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동종범죄도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초·고교생과 사귀며 성관계 장면 등을 몰래 촬영한 20대 남성이 징역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인천지법 부천지원(임해지 부장판사)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A(25) 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4일 밝혔다. A 씨는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코스프레 동호회 모임 등을 통해 알게 된 피해자 6명과 교제하며 100여 개의 불법촬영물을 촬영·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카메라 등 촬영기기를 이용한 불법촬영 범죄는 매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 보조배터리, 안경, 펜 모양의 다양한 종류의 초소형 촬영 기기를 손쉽게 구매할 수 있어, 불법촬영 피해를 입고도 피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7월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분기별 범죄 동향 리포트 제14호'에 따르면, 2018년과 지난해 카메라 등 이용촬영 범죄 발생 건수는 각각 6086건, 5881건으로 조사됐다. 분기별 발생 건수는 2018년 1분기 833건, 2분기 1440건, 3분기 1973건, 4분기 1840건, 지난해 1분기 956건, 2분기 1294건, 3분기 1885건, 4분기 1746건 등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불법 촬영 범죄 관련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8년까지 7년간 불법촬영 범죄는 3만9044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남 의원이 대법원에서 받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1심 판결 현황에 따르면, 같은 기간 관련 혐의로 기소된 9148명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자유형(징역·금고형)을 받은 피고인은 862명으로 전체의 9.4%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재산형(벌금형) 4788명(52.3%), 집행유예 2749명(30.1%), 선고유예 417명(4.6%) 등으로 조사됐다.
불법 촬영 범죄를 저지른 대부분의 피고인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에 불과한 셈이다. 이렇다 보니 시민들은 사법부가 불법촬영범죄를 중대한 범죄로 인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서는 관련법 개정 등을 통해 형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전문가는 재범 방지를 위해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이러한 범죄가 증가하는 요인 중 하나로 처벌 수준이 낮은 게 있다"면서 "불법 촬영 범죄의 경우 재범률이 높은 범죄 중 하나다. 재범 위험이 높다는 건 처벌이 미약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 대표는 "(재범 방지를 위해서는)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법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양형기준을 만드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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