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 영향에 투표소 '썰렁'
"이대로 미국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될 것" 친민주 성향 유권자들 트럼프 심판 주장
대선 후 소요 우려에 상점은 가림막 설치, 기업들은 재택근무

[아시아경제 뉴욕=백종민 특파원] 미국 대통령 선거일인 3일(현지시간) 투표소가 마련된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 웨스트52가. 이날 오후 1시에 찾은 이곳에는 선거사무원들만 자리를 지킬 뿐 정적이 감돌았다. 이미 많은 유권자들이 사전투표를 통해 권리를 행사한 데다 업무에 나서기 전인 아침 일찍 투표소를 찾은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투표소 앞에는 줄서기와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한 표지가 마련돼 있었지만 의미가 없었다.

맨해튼에 설치된 투표소는 사전 투표 영향인 듯 유권자의 방문이 뜸했다.(사진=백종민 특파원)

맨해튼에 설치된 투표소는 사전 투표 영향인 듯 유권자의 방문이 뜸했다.(사진=백종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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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주는 친민주당 성향이 강한 지역이다. 이 때문에 공화당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강한 편이다. 이날 투표소에서 만난 유권자들도 현 정부보다는 변화에 대한 열망에 무게를 뒀다. 투표를 마치고 나온 40대 여성 태허니 애부시는 "트럼프로는 도저히 안 된다. 대통령 자격이 없다"며 선거를 통한 심판론을 강조했다. 투표소에서 만난 70대 여성도 "일하는 가족들을 위해 조 바이든과 카멀라 해리스에게 투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투표소에서 만난 유권자들이 변화를 열망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통합보다는 미국 사회를 분열로 이끌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애부시는 "트럼프는 전통적인 미국 대통령의 모습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이대로 두면 미국은 돌이킬 수 없는 곳으로 향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뉴욕주와 달리 켄터키주 등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찌감치 승리를 확정지었다. 1억명 이상의 미국 유권자들이 사전투표를 마친 것은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변화보다는 안정을 바라는 심리도 반영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바이든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가 늘자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맞대응했다는 것이다.


맨해튼 5번가 주변의 상점에서 가림막 설치 작업이 진행 중이다.(사진=백종민 특파원)

맨해튼 5번가 주변의 상점에서 가림막 설치 작업이 진행 중이다.(사진=백종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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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은 선거 후폭풍도 우려했다. 결과에 대해 한 쪽이 불복할 경우 폭동과 약탈 등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뉴욕에 사는 70대 남성 에릭은 "지금은 평화롭지만 밤 사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어 두렵다"고 말했다.

명품가가 몰려있는 맨해튼 5번가 곳곳에서는 이날도 가림막 설치가 한창이었다. 명품 업체뿐 아니라 안경점, 시계점, 술집, 약국 등도 가림막을 설치했거나 설치 중이었다. 이들은 대부분 약탈에 노출되기 쉬운 업종들이다.


약국에 가림막을 설치하던 기사는 '오늘 일거리가 많으냐'는 질문에 "모든 상점들이 가림막을 설치해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그가 가리킨 밴에는 설치할 가림막으로 꽉 차 있었다. 투표소 취재를 마치고 돌아와보니 약국의 가림막은 거의 다 설치돼 있었다.


맨해튼 주요 지역은 지난 6월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항의시위 당시 대규모 약탈 피해를 겪었다. 이에 주요 명품 업체는 물론 대형 백화점 메이시스도 대선 전에 이미 대비를 마쳤다. 메이시스는 지난 6월 대규모 약탈 피해를 본 바 있다. 일부 상점들은 가림막을 한 채 영업을 하고 있음을 알리는 알림문을 외벽에 붙여두고 있었다. 많은 직장인들도 이날 출근을 자제했다. 시위 사태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맨해튼에 사무실을 둔 한 한국계 대기업 지사장은 "전 직원들에게 이번 주 내내 재택 근무를 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날 경찰은 센트럴파크 입구의 콜럼버스 서클에 위치한 트럼프 호텔 앞길을 통제하고 있었다. 경찰은 '언제 통제가 풀리냐'는 질문에 "(시위)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에 위치한 트럼프 타워 역시 경찰의 삼엄한 경비가 이뤄지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 선언이 있을 경우 예상되는 시위에 대비한 것이다.

센트럴 파크 인근 트럼프 호텔 앞 도로가 경찰 차량에 의해 차단돼있다.(사진=백종민 특파원)

센트럴 파크 인근 트럼프 호텔 앞 도로가 경찰 차량에 의해 차단돼있다.(사진=백종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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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더블라지오 뉴욕 시장은 하루 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많은 이들이 선거 후 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있지만 현 시점에서 구체적 위협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일에 무엇이든 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지만 이를 그대로 믿는 이들은 적었다. 지난 6월 약탈 사태의 학습효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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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뉴욕시 유권자들은 누가 승리를 거둘지, 상점주들은 폭동과 약탈이 벌어질지를 걱정하며 밤잠을 이루기 어려울 전망이다.


뉴욕=백종민 특파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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