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회 대산문학상 수상자 발표…소설 김혜진·평론 유성호·번역 주하선 수상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내 이야기를 한다기보다 누군가에게 전달받은 이야기를 다른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존재라는 의미에서 심부름꾼이라는 단어를 썼다."


시집 '무슨 심부름을 가는 길이니'로 제28회 대산문학상을 받은 김행숙 시인이 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중 이렇게 말했다.

"시집에서만이 아니라 완전히 고유한 나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말과 생각들의 연결점 속에서 나라는 존재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 나누는 존재이며, 어떻게 나눌 것인가가 살아가는 문제이고 또 글을 쓰는 문제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시인은 지금까지 받은 문학상 가운데 올해 대산문학상이 유독 기억에 남을 듯하다고 덧붙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2020년 대산문학상을 받았다는 사실은 평생 잊지 못할 듯하다. 마스크를 쓰고 만나니 강렬하게 기억 속에 남을 것 같다. 내가 지금 보는 것들이 앞으로 시 쓰는 데 강력하게 영향을 줄 것 같다."

심사위원단은 '무슨 심부름을 가는 길이니'에 대해 "고통의 삶에 대한 반추, 미래를 향한 열기 등의 주제의식이 탁월한 리듬감과 결합돼 완성도 높은 시 세계를 형성했다"고 평했다.


소설 부문에는 김혜진의 '9번의 일', 평론 부문에 유성호의 '서정의 건축술', 번역 부문에 주하선의 'Kim Ji-young, nacida en 1982(원작 '82년생 김지영'·조남주)'가 선정됐다.

제28회 대산문학상 수상자들. 왼쪽부터 번역 부문 주하선, 소설 부문 김혜진, 시 부문 김행숙, 평론 부문 유성호  [사진= 대산문화재단 제공]

제28회 대산문학상 수상자들. 왼쪽부터 번역 부문 주하선, 소설 부문 김혜진, 시 부문 김행숙, 평론 부문 유성호 [사진= 대산문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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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번의 일'은 권고사직을 거부하고 회사에 남아 계속 일하는 50대 남성이 주인공이다. 김혜진 소설가는 2016년 서촌에 살 때 KT 노조위원장을 만난 게 소설 쓰기의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당시 광화문을 자주 왔다갔다 했다. KT 노조원들이 시위하고 있었는데 왜 시위하는지 궁금했다. 언론 보도로 알려진 것 외에 개인들의 문제가 궁금해 KT 노조위원장을 만났다. 육체노동이든, 소설 쓰기든 결국 일이 나를 어떤 식으로든 바꿔놓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일은 결국 한 사람을 훼손하는 게 아닐까, 그 훼손 안에 성장의 의미가 담겨 있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심사위원단은 "노동의 양면성을 천착하는 흡인력 있는 이야기로 삶의 근간인 노동의 문제를 통해 참혹한 삶의 실체를 파헤치는 냉철하고 집요한 시선이 돋보인다"고 평했다.


유성호 한양대 교수는 "흔히 서양 귀신이라고 하는 서양 이론가들의 문학이론이나 특정 사상가의 사유 체계를 많이 활용하지 않았다"며 "맡은 텍스트가 스스로 말을 하게끔 하고 비평가는 그 말을 정확하게, 작가도 미처 생각치 못했던 내면의 언어를 적출해 표현해주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성호 교수의 '서정의 건축술'은 "문학사 전체를 조명하며 서정의 본질과 작품의 특성을 질서 있게 배열함으로써 비평의 현장성과 역사성을 두루 겸비했다"는 평을 받았다.


주하선 번역가는 문학작품 번역이 처음이라고 털어놓았다. "번역자로서 문학작품에 대한 욕심이 있었고 작품이 갖고 있는 의미가 크기에 번역 제안이 들어왔을 때 아무 고민 없이 선뜻 하겠다고 말했다. 원작이 간결하고 직설적인 문체로 쓰여져 번역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으로서 굉장히 많이 공감했고, 그래서 번역자로서 개입을 최소화하는 데 고민이 많았다. 세계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보편적인 문제들을 짚어준 작품을 번역할 수 있어 굉장히 보람을 느꼈다."


심사위원단은 "원작의 태도를 잘 파악하고 원작을 살린 충실한 번역을 통해 현지에서도 높은 반향을 일으켰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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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자 네 명에게는 상금 5000만원과 양화선 조각가의 청동 조각 상패 '소나무'가 수여된다. 시·소설 수상작은 번역지원 공모를 통해 주요 외국어로 번역해 외국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시상식은 오는 26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교보컨벤션홀에서 열린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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