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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Stage] 배우·제작자·교수 '팔색조 변신'…그래도 연기가 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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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더 드레서' 송승환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삶이라는 무대에서 송승환(63)이 맡은 배역은 다양했다.


송승환은 8살 때인 1965년 KBS 아역 배우로 데뷔했다. 1980년대 초반 KBS의 대표 쇼 프로그램인 '젊음의 행진'과 '가요톱 텐'을 진행했다. 1985년 미국 뉴욕으로 유학을 떠났다. 4년 만에 돌아와 제작자로 변신했다. 1990년 강수지의 데뷔 앨범을 제작했다. 1997년 초연한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명지대학 영화뮤지컬학부 부교수(2005~2010), 성신여대 융합문화예술대학 학장(2010~2012)으로 후학도 양성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는 개·폐회식 총감독이었다.

"참 여러 가지 많이 했다. 내가 어릴 때는 아역 배우가 거의 없었다. 그래서 라디오 연속극, TV 연속극, 연극 무대 등 찾는 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일을 많이 하게 됐다. 그게 습관처럼 몸에 뱄다. 청소년기에 소년 가장이 돼 여러 가지 일을 해야만 먹고 살 수 있었던 시절도 있었다. 그렇게 여러 일을 하는 데 익숙해졌다."


송승환은 여러 역할 중 "배우로서 자존감이 가장 컸다"고 말했다. 그가 다시 배우로 돌아온다. 다음달 18일 정동극장에서 개막하는 '더 드레서' 무대에 오른다. 지난해 MBC 드라마 '봄밤'에 출연하긴 했지만 연극 배우 송승환은 2011년 '갈매기' 이후 9년 만이다.


'더 드레서'는 정동극장이 '은세계(2008)' 이후 12년 만에 선보이는 연극이기도 하다. 정동극장은 올해부터 한국의 대표 배우들과 해마다 신작 연극 한 편만 공연하는 '명배우 시리즈'를 선보인다. 첫 주인공이 송승환이다. 작품은 배우가 직접 고른다.

사진= 정동극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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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8살 때 아역배우로 첫발
'난타' 제작-올림픽 개·폐막식 총감독

연극배우 송승환으로 9년만에 무대
정동극장 '명배우 시리즈' 첫 주자

'더 드레서'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셰익스피어 전문 극단에서 벌어진 하루 동안의 소동을 그린다. 송승환은 극단 대표이자 배우인 '써(Sirㆍ선생님)'를 연기한다. 그는 "고집스럽고 악착 같이 살아온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써의 신경질까지 받아주며 거동이 불편한 그를 돕는 드레서 '노먼' 역은 안재욱과 오만석이 맡는다.

실제로 주변의 도움이 필요할 만큼 송승환의 시력은 나빠졌다. 인터뷰 때 송승환과 기자 사이의 거리는 5m 정도였다. 송승환은 기자의 질문에 답하면서 기자의 얼굴을 바라보는데 초점을 맞추지 못했다. "기자들 얼굴이 전혀 안 보이고 목소리만 들린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휴대전화 문자나 대본을 못 본다. 대본은 듣고 외운다. 지난달 '더 드레서' 상견례 겸 첫 리딩 때는 후배들이 불편하게 여기지 않도록 대본을 미리 외웠다.


"시력이 좀 불편하지만 조금 더 노력하면 큰 문제는 없는 것 같다. 시력이 나빠지고 처음으로 지난해 '봄밤'을 촬영했다. 걱정을 많이 했는데 해보니 '연기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치나 동선은 리허설 과정에서 익힐 수 있다. 다만 암전됐을 때 혼자 못 나가니까, 그때 노먼이 나를 붙잡고 나가주면 된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끝나고 3월부터 시력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안 보이는 것에 많이 익숙해졌다. 의학적으로는 시력 나빠지는 것이 멈췄다. 연기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사진= 정동극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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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가는 배우 역할, 인생 담아 연기
지나온 60년 최선 다해 후회 없이

송승환은 '더 드레서'가 자기 이야기 같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늙어가는 배우 역할이다 보니 어느 한 장면이 아니라 극 전체적으로 감정이입이 잘 된다. 문득문득 내 얘기 같다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든다. 굉장히 즐겁게 준비하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드라마와 영화를 모두 합쳐 100편 정도에 출연했다. 연극은 50편 정도 제작하고 약 50편에 출연했다. 그는 "별 역할을 다 했지만 배우 역할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더 드레서'는 1980년 영국에서 초연됐다. 1983년 영화로도 제작됐다. 2015년에는 BBC에서 TV 영화로 제작했는데 명배우 앤서니 홉킨스와 이언 매켈런이 써와 노면 역으로 출연했다. 당시 홉킨스와 매켈런은 각각 77세, 76세였다.


"나이라는 게 어떤 건지 모르겠다. 요즘은 환갑도 젊은이라고, 옛날 나이 하고 요즘 나이 하고 많이 다르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경험으로는 그래도 환갑을 지나니까 죽는다는 것, 인생의 끝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라. 환갑 이전에는 내가 죽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이 작품에서 써가 마지막에 죽어가는 과정을 그리는데 남의 일 같지 않더라."


그래도 송승환은 지나온 60여년 삶에 대해 "좀 건방지지만 별로 후회를 안 한다"고 말했다. "그냥 모든 일에 내 나름으로는 최선을 다했다. 평창 올림픽 총감독을 하면서 몇 번 후회했다. 너무 힘들어서 내가 이걸 왜 했나 생각했다. 지나고 나서 생각하니 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을 했다는 것이 나에게 많은 공부가 됐고 중요한 자산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별히 후회되는 것은 없다."


그는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난타'와 '에쿠우스'를 꼽았다. '난타'는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 최대 위기를 맞았다. "난타를 20년 넘게 하루도 쉬지 않고 공연했는데 올해 코로나19 때문에 6개월 동안 극장 문을 닫게 됐다. 그때 굉장히 스트레스받고 걱정도 많아졌다. 앞으로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까 고민했고 다시 연기 활동을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송승환은 "올해 80 넘은 매켈런이 햄릿을 한다"고 전했다. "이제는 나이가 들었으니 나이 든 역할을 멋지게 해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고 그래서 '더 드레서'란 작품을 선택했다. 앞으로 PD로서 작품도 제작하겠지만 '더 드레서'를 계기로 연기자로서 모습을 더 많이 보일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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