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 투자 밖에 답 없죠" 20·30 청년들 왜 '빚투'하나
'빚내서 투자'하는 청년들
전문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
[아시아경제 한승곤·김슬기 기자] # 20대 후반 직장인 김 모 씨는 최근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김 씨는 "친구들은 물론 직장 선배들도 최근 주식을 시작했다"면서 "과거 주식 투자가 남는 돈으로 돈을 버는 재테크 목적이었다면, 지금 20~30대 투자는 '내 집 마련' 성격 등 그야말로 절박함의 투자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렇다 보니 20대들도 만나면 주식 얘기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마이너스 상황이었는데, 빛을 내서라도 좀 투자를 하려고 한다. 주식 투자가 차라리 희망 같다"고 토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기 불황 사태가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청년들 사이에서 '빚투'가 번지고 있다. '빚투'는 '빚내서 투자'의 줄임말로 빚을 내 주식을 사거나, 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것을 뜻한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씨 상황과 같이 청년층은 빚투에 뛰어들고 있다. 12일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비대면 알바채용 바로면접 알바콜이 공동으로 '빚투 경험'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 753명 중 71.2%가 '올해 재테크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빚내서 투자'를 했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은 17.9%다. 상태별로는 △자영업자(26.3%) 비율이 가장 높았고 △전업주부(18.8%) △직장인(14.5%) △대학생(9.4%)이 뒤를 이었다. 나이별로는 △40대(30.4%) △ 30대(16.2%) △20대(7.63%) 순으로 확인됐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20대 청년층에서 신용대출이 큰 폭으로 늘고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거래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11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6월 말 기준 저축은행 마이너스통장을 이용하는 20대는 1만4245명으로 전체(2만4997명)의 57%에 달했다.
20대 신규 이용자는 올해 상반기에만 4978명 늘어나 여타 연령층보다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해 1년간의 신규 이용자가 6313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증가세가 50%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신용거래융자도 20대에서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20대의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올해 8월 3798억 원으로 지난해 말(1624억 원) 대비 2705억 원(133.8%) 늘었다. 같은 기간 30대가 71.6%, 40대가 70.5% 늘어난 것에 비해 그 폭이 훨씬 크다.
정부에서도 청년들이 주식 투자에 뛰어드는 상황에 공감을 표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20대가) 주식투자를 하든지, 주택을 구매한다든지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계층 사다리를 타려고 하는 분들이 많이 있다는 의미다"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20대가 취업 시장에서 기회가 줄다 보니 그런 것으로 보인다"라며 "(청년에게)일자리를 주는 게 해법이다. 근로소득을 늘릴 수 있는 일자리가 가장 먼저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청년들은 입을 모아 주식 투자를 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30대 중반 직장인 이 모 씨는 "주식 투자를 통해 집을 사는 것이 오히려 현실 가능성이 크다"면서 "월급 모아서 집을 어떻게 살 수 있나, 물가도 오르고 뭐든 다 오른다. 월급 빼고 다 올랐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20대 후반 회사원 박 모 씨는 "지인들과 주식 투자 공부 모임을 하고 있다"면서 "(40·50들이) 청년들의 주식 투자를 보고 위험하다고 지적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주식이) 이게 더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투자 수익과 관련해서 꾸준히 공부를 하고 있다"면서 "한편으로 왜 청년들이 주식에 빚을 내면서까지 뛰어들었나 생각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청년들의 '빚투' 현상 원인이 취업난으로 인해 불투명한 미래와 연관 있다고 분석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년층에서 취업이 어려운 것은 일시적인 것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가 된 지 오래다"라며 "취업이라는 기회, 돈을 벌 기회 자체가 막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빚을 내서라도 주식을 사거나 투자를 하는 현상이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오를까 떨어질까 불안하다면…"주가 출렁여도 따박...
이어 "청년들이 투자하는 게 좋아서 빚을 내서 투자하겠나. 현실이 너무 답답하니까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슬기 인턴기자 sabiduriak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