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거리두기 두 달 만에 1단계로 완화
추석연휴 포함 최근 2주간 확진자 하루 평균 59.4명
시민들 "경각심 사라질까 걱정", "아직 1단계는 무리" 우려
전문가 "거리두기 완화 방침, K방역에 위배되는 조치"

'추석 특별방역 기간'이 시작된 지난달 28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추석 특별방역 기간'이 시작된 지난달 28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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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수완 기자]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적으로 시행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를 1단계로 하향 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감염 확산 진정세가 더딘 수도권은 방역수칙을 의무화하는 시설을 확대하는 등 2단계 조치를 일부 유지한다. 그러나 여전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나오고 있어 아직은 무리라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는 일관되고 명확한 방침이 아닌 정책은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11일 오후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전국의 2단계 거리 두기를 1단계로 조정하되, 고위험 다중이용시설 등의 정밀한 방역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박능후 중대본 1차장은 이날 "좀 더 효과적으로 방역을 수행하고 사회적 수용성을 확보하기 위해 조정하는 것"이라며 "사회적 수용성 저하와 서민 생활의 어려움 등을 고려할 때 방역의 효과와 지속 가능성이라는 2개의 목표를 함께 달성할 수 있는 거리두기 체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로 대형학원·뷔페·노래연습장 등 고위험시설 10종의 영업이 가능해지고, 인원이 제한된 가운데 교회 대면 예배와 프로야구 등 스포츠 행사 관람도 허용된다. 고위험시설 중 집단감염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 방문판매 등 직접판매홍보관은 집합금지를 유지한다. 또 모든 시설·행사는 마스크 착용, 거리두기 등 핵심 방역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집단감염이 지속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일부 2단계 조치를 추가로 적용한다. 먼저 클럽·유흥주점 등 유흥시설 5종은 시설 면적 4㎡당 1명으로 인원을 제한하는 등 강화된 수칙을 추가했다. 고위험시설 이외에 음식점, 결혼식장, 학원 등 위험도가 높은 16종의 시설은 거리두기와 소독 등 핵심 방역수칙을 의무화한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로 노래연습장·주점 등 고위험시설이 영업을 재개할 수 있게 되자 자칫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직장인 B(33) 씨는 "1단계가 되면 노래방 술집 등 감염 위험이 높은 곳도 갈 수 있다더라. 정부에서 가도 된다고 공개적으로 발표해버렸으니 확진자 수가 확 늘어날까 무섭다"며 "지금 주변만 봐도 '나만 안 걸리면 된다'라는 사람들이 많다. 이제 회식도 할 수 있다며 좋아하는 사람도 봤다. 마스크만 잘 쓰면 뭐하겠나. 위기의식이 사라져버리면 방심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역 위기가 오는 것 아니냐는 불안의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직장인 B(29) 씨는 "2.5단계에서 2단계로 내릴 때도 걱정했는데 이번엔 1단계라니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본다"라면서 "확진자 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3단계로 강화하고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게 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이 많은데 왜 이런 조치를 내렸는지 이해가 안 간다. 자영업자들이 힘든 건 알겠지만 이러다 확진자 수가 갑자기 증가하면 어떻게 되겠나. 그땐 3단계로도 모자랄 것"이라고 했다.


'추석 특별방역 기간'이 시작된 지난달 28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정부는 이날부터 10월 11일까지 2주간을 '추석 특별방역 기간'으로 정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를 강화한다. 먼저 실내 50인·실외 100인 이상이 모이는 각종 집합·모임·행사는 금지된다. 이에 따라 추석 맞이 마을잔치와 지역축제, 민속놀이, 회갑연 등도 이 인원을 넘으면 진행할 수 없다. 프로야구·축구, 씨름 등 모든 스포츠 행사도 무관중 경기로 진행된다./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추석 특별방역 기간'이 시작된 지난달 28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정부는 이날부터 10월 11일까지 2주간을 '추석 특별방역 기간'으로 정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를 강화한다. 먼저 실내 50인·실외 100인 이상이 모이는 각종 집합·모임·행사는 금지된다. 이에 따라 추석 맞이 마을잔치와 지역축제, 민속놀이, 회갑연 등도 이 인원을 넘으면 진행할 수 없다. 프로야구·축구, 씨름 등 모든 스포츠 행사도 무관중 경기로 진행된다./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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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자 국내외 좋은 평가를 받아온 'K방역'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거리두기 완화는 성급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앞서 우리나라는 코로나19 발병 초기 당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자가격리 대응 등 빠른 대처로 세계 최고 방역국가로 인정받은 바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자이자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빌 게이츠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 회장이 코로나19 방역 모범국으로 한국을 언급했다. 지난 8월20일(현지시간)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공개한 화상 인터뷰에 따르면 게이츠 회장은 신속한 접촉자 추적 체계는 물론 방역 지침을 적극적으로 지키는 한국에 호평을 보내며 "이 덕분에 한국이 (확진자와 사망자 규모에서)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거리두기 완화 조건에 맞지 않는 상황임에도 정부는 1단계로의 조정을 강행했다.


지난 6월 정부가 제시한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별 기준에 따르면 1단계는 최근 2주간 △일일 확진자 수 50명 미만 △감염경로 불명 비율 5% 미만 △관리 중인 집단발생 현황 감소 또는 억제 △방역망 내 관리 비율 증가 또는 80% 이상일 때다.


추석 연휴를 포함해 최근 2주간 일일 평균 국내 발생 환자는 59.4명이다. 지난달 29일~이달 11일 일일 신규 환자가 50명 밑으로 떨어진 날은 지난달 29일(38명), 11일(46명) 이틀뿐이다. 최근 확진자 추이를 보면 대체로 두 자리대의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했지만, 거리두기를 완화하기엔 아직 이른 셈이다.


전문가는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완화 방침은 K방역에 위배되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 추석, 개천절, 한글날 등 연휴가 이어지면서 정확한 검사가 이뤄지지 못한 상황"이라면서 "잠복기가 충분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거리두기를 완화하게 되면 또다시 확진자가 급증할 수 있다. 정부의 고충은 이해가 가지만 1~2주 단위의 방침은 시민들에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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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정부에서 세운 지침(일일 확진자 50명 미만일 시 거리두기 완화)도 지키지 않고 있어 불안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K방역은 선제적인 방역이 우수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검사 비율이 낮고,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까지 낮추고 있어 K방역에 걸맞지 않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김수완 기자 su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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