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루(盜壘)','병살(倂殺)','코너킥' 등 스포츠계 외국어 사용 남발
바람직한 스포츠 용어 사용을 위한 포럼 개최되기도

사진은 지난 2018년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열린 한글날 경축식 사진./사진=연합뉴스

사진은 지난 2018년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열린 한글날 경축식 사진./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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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김슬기 기자] #"랑데뷰 홈런이 뭐죠?" 30대 직장인 김수현(가명) 씨는 처음으로 야구 경기를 관람하던 날 생소한 외래어가 섞인 스포츠 용어에 혼란을 느꼈다. 또 도루(盜壘)나 병살(倂殺)과 같은 일본식 한자어를 사용하며 아무런 설명 없이 해설하는 해설진들을 보며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김 씨는 "우리말로 순화해서 사용하면 훨씬 더 자연스럽고 이해가 빠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9일 한글날을 맞이한 가운데 그동안 무심코 사용했던 외래어, 외국어 표현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특히 스포츠 용어에서도 무분별하게 외래어·외국어가 사용되고 있어 의미전달이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한글날을 맞아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는 외래어나 외국어 용어의 사용을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야구에서는 연이어 홈런을 치는 상황을 일컫는 말로 '랑데뷰 홈런'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랑데뷰((Rendez-vous)'는 프랑스어로 집합, 회동, 밀회라는 뜻을 가진 단어로 정확한 용어로는 '백투백(Back To Back) 홈런'이다. 백투백은 등을 맞대고 있는 상태라는 뜻이다. 따라서 백투백 홈런은 등을 맞대고 있는 상태처럼 연속으로 홈런이 이어진다는 뜻이다.


축구도 마찬가지다. '골키퍼','코너킥','패스','헤딩' 등 경기 상황을 설명하거나 선수들의 역할 등을 나타내는 대부분의 용어가 모두 영어 단어로 사용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무분별한 외국어 사용을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지난 2012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상파 방송사들의 런던 올림픽 스포츠 중계에 외국어나 외래어 사용이 많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발표한 '2012 런던올림픽 스포츠 중계방송의 언어 사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수영, 유도, 양궁, 사격 등 올림픽 주요 경기의 중계방송에서 아나운서와 해설자가 외국어나 외래어를 남용하는 사례가 잦았다.


한글날을 맞이하여 그동안 스포츠계에서 무분별하게 사용했던 외래어, 외국어 표현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사진은 한글날을 하루 앞둔 8일 용산구 국립 한글박물관에서 한 어린이가 전시물을 보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한글날을 맞이하여 그동안 스포츠계에서 무분별하게 사용했던 외래어, 외국어 표현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사진은 한글날을 하루 앞둔 8일 용산구 국립 한글박물관에서 한 어린이가 전시물을 보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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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결과 양궁 중계에서는 '골드 레일(금메달을 목에 걸기 위해 걷는 길)','풀 드로잉','릴리',''폴로 스루','슛오프(연장전)' 등의 외국어가 등장했고 유도 중계에서는 '퍼펙(Perfect)한 경기','하프(유효)','탑 랭커','리턴 매치' 등이, 사격 경기 중계는 '로드(장전)','후리 피슬(Free Pistol)','캐리어' 등이 각각 불필요한 외국어 사용으로 지적됐다.


스포츠 경기에 익숙한 팬들도 외국어 용어 등으로 의미 파악에 어려움을 토로했다. 자신을 한 프로축구 구단의 팬이라고 밝힌 20대 직장인 남지현(가명) 씨는 "사실 축구 경기를 보다가 때때로 생소한 용어 표현에 고개를 갸우뚱할 때가 많다. 또, 축구 용어 같은 경우에는 거의 대부분이 영어이다 보니 해설 중계를 듣다 보면 낯설 때가 있다"라고 토로했다.


남 씨는 "아무래도 축구가 영국에서 시작된 스포츠이다 보니 기본적으로 용어에 영어가 많을 수밖에 없는 건 사실이지만 우리말로 바꿀 수 있는 부분은 바꿔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지난 2018년 한국체육기자연맹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 바람직한 스포츠 용어 정착을 위한 스포츠 미디어 포럼을 개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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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돈 체육기자연맹 회장은 "스포츠 미디어 종사자들이 아름다운 우리말 생태계를 오염시키고 있는 잘못된 표현들을 없애고 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길잡이로 나서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김슬기 인턴기자 sabiduria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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