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 보다 쎈 '직무정지' 통보…소송으로 치닫나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1조6000억원대 펀드 환매중단을 초래한 라임자산운용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이 이 펀드를 판매한 증권사 3곳의 최고경영자(CEO)에게 사전 통보한 징계가 '직무정지'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국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DLF) 사태로 우리은행장과 하나은행장에게 내려졌던 '문책경고'보다 한 단계 높은 징계 수위다. 판매사들은 제재의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반발하고 있어 향후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8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오는 29일 라임 사태와 관련한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를 열고 판매사들의 징계안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이에 앞서 지난 6일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KB증권에 라임사태와 관련한 기관 제재 및 임원 중징계 방안을 담은 사전통지안을 보냈다. 제재 대상은 김병철 전 신한금융투자 사장, 박정림 KB증권 사장, 나재철 전 대신증권 사장(현 금융투자협회장)이다.
징계안의 핵심 근거는 이들 판매사가 신상품 개발과 판매 과정에서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해 이해관계자들을 보호할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은행은 본부장들이 내부통제 기준의 제정권자라 은행장에게 감독 책임을 물어 '문책경고'를 내렸는데 증권사는 대표이사가 제정권자라 DLF 사때보다 징계 수위가 한 단계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의 이번 제재가 최종 확정되면 제재 대상 증권사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선 이번 금감원 제재의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내부통제 기준 마련 미비로 CEO를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인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중징계안을 통보받은 임원은 통보 기준일로부터 3~5년간 금융권 신규 취업(연임 포함)이 제한된다는 점도 문제다. 판매사 관계자는 "금감원이 라임사태를 라임자산운용과 신한금융투자가 공모한 사기 사건으로 규정하면서 책임은 모든 판매사에 지우려 하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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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올 초 DLF 사태 징계와 관련해 금감원과 은행권 사이에 불거졌던 갈등 양상이 재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DLF 사태 당시 하나은행장)은 금감원의 문책 경고 제재에 불복해 징계 취소 행정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법적 공방이 진행 중이다. 이번에 징계를 통보받은 금융사 관계자는 "제재심 결정이 확정된 후 내부 논의를 거쳐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금감원의 징계안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만은 않을 것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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