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독감백신, 안전하다"…효력우려 48만명분 수거(종합)
질병청·식약처, 상온노출 의심 독감백신 조사결과 발표
"운송과정서 적정온도 미관리 발견, 품질엔 영향 없어"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정부가 운송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됐거나 0℃ 아래로 떨어지는 등 온도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48만명분을 수거하기로 했다. 온도관리가 되지 않은 백신이더라도 품질에는 문제가 없으나 효력이 떨어질 우려가 있는 백신이 유통될 가능성을 완전히 없애기 위해서다. 중고생과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무료 접종은 오는 12일께 재개된다.
질병관리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 지자체는 최근 문제가 된 독감 백신에 대한 품질검사와 현장조사 등을 끝내고 6일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앞서 지난달 21일 일부 지역에서 백신을 전달할 때 바닥에 내려놓는 등 운송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신고가 당국에 접수되면서 정부는 무료로 진행하는 국가예방접종 사업을 일시 중단하고 그간 품질조사를 진행해왔다. 냉장유통(콜드체인)이 제대로 됐는지, 온도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백신이 안전하고 효력이 있을지, 품질을 유지하는지 등을 살펴봤다.
신성약품, 1만1808곳에 539만도즈 공급
2~8℃ 벗어난 운송시간 대부분 3시간 이내
문제가 불거진 백신 유통을 담당했던 신성약품이 지난 10일부터 21일까지 공급한 백신은 전국 17개 시ㆍ도, 접종기관(보건소ㆍ의료기관) 1만1808곳에 539만도즈(1도즈는 1회 접종분)였다. 당초 이 업체가 공급하기로 했던 물량은 578만도즈인데, 신고 접수 후 중단조치에 따라 39만도즈는 공급되지 않았다.
우선 조달계약을 맡은 신성약품과 디엘팜(도급업체)의 보관 온도는 적정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각 지역별로 배분하는 과정에서 일부 문제가 있었다. 호남지역에 운송한 11t 차량이 야외 주차장 바닥에 백신을 내려두고 1t 차량으로 배분한 것으로 드러났다. 운송 과정에서 적정 온도(2~8℃)가 유지됐는지는 각 차량별로 달린 온도기록지를 살폈다.
자동 기록되는 방식으로 10분 혹은 30분 단위로 내부 온도를 기록하는 방식이다. 이 기간 1t, 11t 차량의 운송횟수는 모두 391회였는데 잠시라도 적정온도를 벗어난 운송횟수는 196회로 파악됐다. 기준을 벗어난 운송시간의 평균은 88분이었는데, 최고온도 평균은 14.4℃(11t)ㆍ11.8℃(1t), 최저온도 평균은 1.1℃(11t)ㆍ0.8℃(1t)이었다. 일부 차량은 0℃ 아래로 떨어진 적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준을 벗어난 운송시간은 11tㆍ1t 차량의 기록을 합산했을 때 대부분인 88% 정도가 3시간 이내였다. 1t 차량 한 건이 800분간 적정온도를 벗어났는데 이 역시 10℃ 안팎으로 온도를 크게 벗어난 건 아니었다. 일부 기준을 벗어났지만 충분히 예상가능한 범위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김상봉 식약처 바이오생약국장은 "WHO에서도 백신유통 중 단기간 온도 일탈을 피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예상가능한 노출을 반영해 안정성 시험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상온노출 의심 백신·가혹조건 백신 모두 품질검사 '적합'
품질·효력문제 없으나 관리미흡·불확실 백신 48만 수거
기존에 신성약품을 통해 공급한 백신은 물론 일부러 가혹한 조건에 처한 백신이 품질이나 효력에 문제가 있는지도 살폈으나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효과를 따지는 항원단백질 함량시험, 안전성을 확인하는 발열반응시험 등 주요 분야별로 7~9개 항목을 시험했다. 신고접수가 들어온 지역 5곳(광주ㆍ전북 전주ㆍ충남 계룡ㆍ서울 양천ㆍ서울 구로)에서 750도즈를 가져와 국가출하승인 시 하는 모든 항목을 검사했는데 모두 적합판정을 받았다. 2주일가량 걸리는 무균시험까지 거쳤다.
적정온도 관리가 조금이라도 의심되는 백신 1350도즈(9개 지역)도 걷어와 검사했다. 이 시험서도 모두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백신 접종 후 사망자가 나온 인천 요양병원에서도 남은 백신 58도즈를 수거해 검사했는데 적합했다. 전문가 자문을 거친 결과 이 병원 내 사망사례는 백신과 관계없이 기저질환에 따른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열 등 외부 온도 변화에도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되는지를 살피는 안정성시험에서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한 8개 품목 모두 25℃에서 24시간을 뒀는데 품질이 유지됐다. 37℃ 조건에서는 5개 품목이 72시간 이상, 1개 품목은 48시간 이상 품질을 유지했다. 나머지 2개 품목은 12시간 조건에서 항원단백질 함량 등 품질에 일부 변화가 있었다. 다시 이 2개 품목에 대해 25℃ 조건으로 추가로 평가한 결과 24시간이 지나도 품질을 유지하는 걸 확인했다.
성백린 연세대 생명공학과 교수가 6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인플루엔자(독감) 백신관련 품질검사 및 현장 조사 결과를 설명한 뒤 이어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이미지: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이 같은 조사ㆍ시험결과와 전문가 자문회의를 거친 결과, 백신 품질에는 영향이 없는 만큼 안전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다만 효력이 떨어질 우려가 있는 일부만 수거하기로 했다. 운송차량 기록상 0℃ 아래 잠시라도 노출된 27만여도즈, 호남지역 내 운송 시 바닥에 잠시 내려놨던 17만도즈, 적정온도 이탈시간이 다른 백신보다 월등히 긴 2000도즈, 온도기록이 남아있지 않은 3만도즈 등 총 48만도즈다. 수거 후 폐기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성백린 연세대 생명공학과 교수는 "(조사결과) 대부분 3시간 정도, 최대 16시간 (상온노출 가능성이) 있었으나 24시간까지 노출되더라도 우려할 만한 백신효과 감소를 초래하지 않으며 외부오염 등 안전성 문제도 우려가 없다는 게 회의에 참가한 전문가들의 공통견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백신이) 얼었다 녹일 경우 침전물이 생겨 주사기가 막히는 등 접종현장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 "온도가 확인되지 않는 사례, 노상에 쌓아둔 백신는 (품질문제는 없으나) 수거해서 안전도를 높이자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이 6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인플루엔자(독감) 백신관련 품질검사 및 현장 조사 결과를 설명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이미지: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수거대상 백신 접종자 7개지역 554명
이상반응 없어…수거 후 12일 무료접종 재개
조사대상 539만도즈 가운데 실제 백신을 접종한 이는 이날 오후 2시 기준 16개 지역에서 3045명으로 확인됐다. 수거대상 백신을 접종한 이는 7개 지역 554명이다. 문제가 된 정부조달 백신 가운데 이상반응은 총 12건(수거대상 물량은 3건)이 접수됐는데 현재는 모두 증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중ㆍ고생 등을 대상으로 한 무료 예방접종은 오는 12일부터 재개키로 했다. 문제가 된 백신을 수거하는 한편 앞서 예정된 접종일정 등을 바꿀지 검토해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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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국가 조달물량으로 추가로 배송할 650만도즈에 대해서는 콜드체인 유지와 모니터링 시스템 등을 보완해 진행할 예정이며 중장기적으로 백신 콜드체인 관리에 대해서는 복지부ㆍ식약처와 함께 TF를 만들어 개선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수거대상 백신을) 접종한 이는 지속적으로 이상반응 등을 살펴 재접종이 필요한지 의학적 검토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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