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노린 살인 의혹… '금오도 사건'이 무죄로 끝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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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2018년 12월 31일. 오후 10시께 전남 여수시 금오도 한 선착장에서 B(사망 당시 47)씨는 제네시스 승용차와 함께 바다에 추락해 숨졌다. 유력한 용의자는 남편인 A씨. 그는 선착장에서 후진하다가 추락 방지용 난간을 들이받고 차 상태를 확인한다며 아내인 B씨를 차 안에 두고 운전석에서 내렸다. 하지만 차량 변속기를 중립(N)에 위치한 상태로 하차했고 경사로에 주차돼 있던 차량은 아내를 태운 상태로 굴러가 바다에 빠졌다.


사고처럼 보였지만 사고 경위에 의심스러운 대목이 나왔다. 운전 경력 20년이 넘는 A씨는 하차하면서 기어를 중립에 놓고 주차 브레이크도 잠그지 않았다. 또 차량 조수석 창문만 7cm가량 내려가 있었다. 이틈으로 물이 빠르게 찼다.

당시 보험 설계사였던 A씨가 사고 전 B씨의 보험 수익자를 모두 자신으로 돌려놓았다는 점도 문제가 됐다. B씨 사망으로 A씨가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은 최대 12억5000만원 상당이었다. 결국 검찰은 A씨가 처음부터 보험금을 노리고 B씨에게 접근한 뒤 사고로 가장해 살해했다고 보고 구속기소했다.


법원의 판단은 어땠을까. 1심은 보험금을 노린 살인이 맞다고 보고 남편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남편의 경제적 상황, B씨와 교제 과정과 사고경위 등을 볼 때 계획 살인으로 보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존귀한 생명을 보험금 편취를 위한 도구로 이용했고 한겨울 밤 피해자를 차에 태운 채 차가운 바다에 빠트려 극심한 고통 속에 익사하게 만들어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질타했다. 특히 "A씨는 탁 걸리는 느낌이 들어 주차(P) 기어가 된 줄 알고 내렸다고 주장한다"면서 "1998년부터 각종 운전 업무에 종사해왔던 A씨가 주차(P)와 중립(N) 기어를 혼동한다는 것은 상정하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2심부터는 상황이 반전됐다. 재판부는 "실험 차량을 난간으로부터 1.5m 떨어진 곳에서 중립(N) 기어 상태로 세워뒀을 때 운전자가 페달을 떼자마자 차량이 경사면을 따라 내려갔다"면서 "1~1.2m 떨어진 곳에서는 조수석에 탑승한 사람이 1회 상체를 들어 올리는 움직임을 취했을 때 차량이 경사면을 따라 내려가는 경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가 살해하려는 계획을 세웠다면 승용차가 바다에 빠졌을 때 탈출 가능성이 있는지, 바닷물이 충분히 깊은지 등에 관해 검토해뒀어야 할 것"이라며 "A씨가 사전에 범행을 준비하거나 검토한 흔적은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며 자동차매몰 혐의만을 인정해 금고 3년을 선고했다.


대법원 역시 고의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다고 볼 만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차량이 스스로 내려가지 않는, 즉 난간으로부터 0.5m 떨어진 위치를 정확히 알고 그곳에 정차시키지 못했을 것으로 봤다.


사고 차량의 기어 조작 방식이 A씨가 기존에 몰던 것과 다르다는 근거도 언급됐다. 해당 차량의 기어를 전진(D) 상태에서 주차(P) 상태로 바꾸려면, 봉을 중립(N) 위치까지 한 단계 올린 다음 오른쪽으로 밀고 다시 위로 올려야 한다고 한다. 재판부는 기어 조작에 능숙하지 못한 A씨가 난간에 갑자기 충돌해 당황했을 것이라고 봤다.


A씨의 강요로 B씨가 보험을 가입하지 않았다는 정황도 거론됐다. B씨는 2개의 보험계약을 맺으며 사망보험금을 최대로 늘렸는데, 해당 상품들은 사망담보를 늘려도 추가적으로 부담할 보험료 액수가 미미했다는 게 재판부 설명이다. A씨 역시 B씨와 만나기 전부터 사망 담보 한도액을 최대로 늘려 보험을 가입한 것도 재판부의 판단을 뒷받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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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A씨가 살인혐의 형사재판에서 무죄 확정을 받았다고 해서 자동으로 보험금을 수령할 권리가 생긴 것은 아니다. 보험금 지급을 다투는 민사 재판부는 계약 경위와 사건 전개를 두루 살펴 보험금을 노린 부정 가입에 해당하는지 판단해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실제 B씨의 계약 보험사는 판결문을 충분히 검토하고 A씨의 향후 행동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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