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이슈+]대일전승일에 '중국'과 '핵'을 언급한 미국
"中과 러시아, 2차대전 전후 확립된 국제질서 위협"
2차대전 격전지에서 미·중 분쟁 최전선이 될 미크로네시아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매해 8월말부터 9월2일까지 미국에서 대일전승기념일(VJ day)로 불리던 주간동안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장관은 하와이와 괌, 팔라우 등 미크로네시아 일대 섬들을 잇따라 방문했습니다. 방문하는 곳마다 에스퍼 장관이 강조한 것은 '중국을 막기 위한 협력'이었는데요. 2차대전 당시 일제처럼 오늘날 중국이 세계질서를 위협하고 있다며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체가 연합해 중국의 도전을 막아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미 국방부는 여기에 맞춰 중국 군사력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며 중국의 핵전력이 크게 증강되고 있다고 경고했는데요. 미국과 중국간 남중국해 분쟁이 심화되는 와중에 의미심장한 내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 2일(현지시간) 에스퍼 장관은 하와이 진주만에 위치한 미주리함 기념관에서 대일전승기념일 75주년을 맞은 기념식에서 연설을 했습니다. 에스퍼 장관은 "러시아와 중국 두 나라는 전후 75년동안 평화와 번영을 이끈 국제질서를 위협하고 있다. 희한하게도 두 나라는 2차대전 당시 4500만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전후 국제질서의 가장 큰 수혜를 본 국가들이다"라며 "힘들게 싸워 얻은 국제질서를 지키기 위해 미국은 더 광범위한 파트너와 연합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에스퍼 장관은 아시아-태평양 전역의 국가들이 중국을 막기 위한 노력에 동참해야한다고 강조했죠. 그는 "미국은 호주, 뉴질랜드, 일본, 한국, 태국, 싱가포르와 같은 오랜 동맹국과의 유대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 하고 있다"며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오세아니아 등 모든 역내 국가들과 오늘날 국제질서에서 많은 혜택을 보고 있는 국가들이 이러한 노력에 동참할 것을 요청한다"고 발언했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달 말에는 미 국방부장관으로서는 처음으로 팔라우 공화국을 공식 방문하기도 했죠. 팔라우는 필리핀 동쪽의 작은 섬나라로 보통 미크로네시아라 불리는 태평양일대 작은 섬들 중 하나입니다. 인구도 2만명 밖에 되지 않죠. 이런 작은 섬에 미 국방부장관이 방문한 것은 국제적으로 큰 이슈가 됐습니다. 앞서 지난해 9월 에스퍼 장관이 직접 이곳과 괌 등에 중국을 겨냥한 미사일기지를 세우고 싶다고 발언했었기 때문이었죠. 이곳에 만약 미국이 미사일기지를 세우게 되면, 남중국해 일대 전역이 미사일기지 사거리 내에 들어오게 됩니다.
이 미크로네시아 섬들은 실제 2차대전 당시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들이기도 했습니다. 원래 스페인 식민지였던 이곳 섬들은 1898년 미국과 스페인간 전쟁으로 미국이 필리핀을 빼앗자 스페인이 독일에 전부 매각하면서 독일령이 됐었죠. 이후 1914년 1차대전 당시 일제가 독일에게서 빼앗았고, 이후 일제가 남양군도라 부르며 군사기지화했었습니다. 진주만 공습 이전에 일제의 해군전력 대부분이 위치했던 곳도 이곳의 섬들이었죠.
일제 패망기에 미국은 이 섬들을 하나씩 뺏어나가며 일제 본토 타격을 위한 발판을 마련합니다. 일제에게 결정타가 된 히로시마의 원자폭탄 투하 작전도 미크로네시아에서 시작됐는데요. 원폭을 투하한 폭격기가 발진한 곳이 미크로네시아 섬 중 하나인 북마리아나제도의 티니안이란 섬이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이제 적이 일제에서 중국으로 바뀌었다고 선언한 셈입니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 국방부를 비롯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거리가 아주 먼나라든, 아주 작은나라든 상관없이 모두 동참시킨다"는 목표 하에 동맹 혹은 파트너 국가를 늘리기 위해 전세계 모든 곳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미 국방부는 대일전승기념일 전날 미 의회에 '2020 중국 군사력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중국이 핵무기를 최소 200기 이상 보유 중이고, 해마다 2배씩 전력을 향상시킬 능력이 있다고 강조했죠. 미 정가에서 불고 있는 대중위협론을 더욱 부채질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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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미국과 중국간 남중국해 분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라 두 나라 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전역도 크게 긴장하고 있습니다. 두 열강의 전면전은 쉽지 않더라도 남중국해상에서의 우발적인 국지전은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죠. 최근 중국과 인도의 국경지대에서 발생한 병사들끼리의 육박전과 유혈사태 역시 국지전 우려를 한층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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