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SW사업 연대책임은 불공정" 기업들의 하소연
5년6개월 동안 8222건 계약
그중 분담이행방식은 8.5%에 그쳐
한쪽 도산 땐 모든 비용 떠맡아
리스크 전가 中企 파산도
코로나 재확산에 논의 지지부진
[아시아경제 이진규 기자] 대기업 A사와 중소기업 B사는 지난해 컨소시엄을 맺고 공공 소프트웨어(SW)사업을 수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업 도중 B사가 도산하면서 A사가 사업 수행에 대한 모든 책임을 떠안게 됐다. 컨소시엄 참여 기업이 연대 책임을 지는 '공동이행방식' 때문이었다. A사는 한순간에 나머지 사업 수행을 위한 비용을 모두 부담해야할 뿐 아니라 B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해 피해액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다만 B사가 도산한 상황이라 소송을 걸 대상조차 애매한 상태다.
공공 SW사업에서 컨소시엄 참여 기업이 연대 책임을 지는 관행을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가계약법상 공공 SW사업에서 발주기관은 컨소시엄 참여 기업에 연대 책임을 지우는 공동이행방식과 사업 분담 비중에 따라 기업별로 책임을 지우는 분담이행방식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다. 그동안 발주기관은 대부분의 공공 SW사업에서 공동이행방식을 관행적으로 선택해왔다. 시스템통합(SI) 업계는 이 같은 공동이행방식 관행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에 상당한 부담을 주는 만큼 분담이행방식을 균형 있게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업들 연대책임' 공동이행방식이 90% 이상
4일 SI업계와 한국SW산업협회(이하 SW산업협회)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5년 반 동안 컨소시엄을 통한 공동계약 방식으로 진행된 공공 SW사업 총 8222건 가운데 공동이행방식은 7527건(91.5%)이었고, 분담이행방식은 695건(8.5%)에 불과했다. 분담이행방식에서 기업들은 사업을 분담한 만큼 책임을 지는 반면, 공동이행방식에선 연대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이에 공동이행방식으로 공공 SW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컨소시엄 참여 기업 중 한곳이 사업을 중도 포기하면 나머지 기업이 사업 수행에 대한 모든 책임을 연대해 부담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자본력이 약한 중소기업의 경우 연대 책임을 지다가 파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SI업계 관계자는 "공동이행방식으로만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입찰 참가자의 선택권을 강제로 제한하고, 발주기관 입장에선 리스크 회피 방안으로 연대책임을 지우려는 관행으로, 발주기관의 위험을 기업들에 이전시키는 불공정함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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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업계 "분담이행방식 균형 있게 적용해야"
업계에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SW산업협회는 지난 7월 "공공 SW사업 입찰 공고 시 공동계약을 허용한다면 수행방식을 분담이행방식과 공동이행방식을 모두 허용하고, 입찰 참여 사업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개선해달라"며 기획재정부에 건의서를 전달했다. 업계 요구가 현실에 반영될 수 있게 공공기관의 입찰과 계약 집행에 대한 기준을 정하는 기획재정부의 정부 입찰·계약 집행기준과 공동계약 운용요령을 개정해달라는 것이다. 당초 기재부는 지난달 말 '국가계약제도 혁신TF' 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려고 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회의가 무기한 연기되면서 논의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조영훈 SW산업협회 산업정책실장은 "현행법상 발주기관이 책임 분담방식을 결정할 수 있고 법적 문제는 전혀 없지만, 그동안 관행적으로 공동이행방식을 결정하는 문화는 이제 바꿔야한다"면서 "기업 1~2곳만의 문제가 아닌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업계 전반에서 문제를 호소하고 있는 만큼 분담이행방식을 균형적으로 적용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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