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는 공장 수두룩…다음은 내 차례"
[르포]소리없이 쓰러지는 중소제조업 단지 가보니
28일 충남 천안에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 B사 공장에서 직원이 작업하고 있다. B사는 코로나19 여파로 수출이 막히며 매출이 급감하며 직원 절반이 휴직에 들어갔다.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 김희윤 기자]#경기도 시흥시에 있는 금형제조업체 A사 공장. 금형 제조기계가 바쁘게 돌아가지만 절반은 멈춰선 상태다. 올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완성차 2차 밴더사에서 들어오던 일감이 절반 이상 줄었다. 생존을 위해 생활용품인 샤워기 부품 생산으로 눈을 돌려 상품을 생산하고 있지만 적자를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다. 휴업을 막기 위해 2개조로 나눠 출근 중이다. A사의 올 상반기 매출은 전년 대비 30% 이상 줄었다. 이 회사 사장은 "(재확산세가 계속되면) 공장을 쉬는 방법 밖에 없는데, 재택이 가능한 일이 아니니 실질적으로 올스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충남 천안시의 자동차 부품제조업체 B사는 코로나19로 인한 완성차 수출 부진 여파로 지난 6~7월에 200여명의 직원 중 절반가량이 휴직에 들어갔다. 휴직 관련 정부 지원금으로 간신히 두 달은 버텼지만, 최근 근무 직원을 3개조로 나눠 인원을 최소화하면서라도 공장 가동 중단을 막기 위한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이 회사 공장장은 "상황이 장기화되면 현금유동성 문제도 있고 고민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휴업 막으려 2~3개조 나눠 출근
"주변에 문 닫는 회사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다음은 우리 차례가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태산이다."
지난 28일 인천 남동공단에서 만난 김종희(가명) 사장은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코로나19 확산 기세가 꺾이지 않는 만큼 중소 제조업체들의 상황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중소 제조업체들이 호소하는 가장 큰 걱정은 코로나19의 장기화다. 그동안은 어떻게 버텨왔지만, 앞으로는 여력이 없다는 게 문제다.
경기도 화성에서 팔레트 제조업체 C사를 운영 중인 김영배(가명) 대표는 "마스크 쓰고 거리두기를 지키면서 작업하고 있는데 상황이 더 악화되면 납품도 안되고 큰일난다"면서 "정부가 중소기업들을 지원한다고 하는데 전혀 체감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28일 경기도 화성에 있는 팔레트 제조업체 C사에서 직원이 작업하고 있다. C사는 수출물량을 늘려 내수주문 감소분을 소화했지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휴업을 고려하고 있다.
원본보기 아이콘경기 군포시의 센서부품제조업체 D사는 코로나19 재확산 소식에 휴업을 고려하고 있다. 완성차 기업이 수출타격을 입으면서 매출은 이미 작년보다 75% 감소한 상황. 연초에 긴급자금을 서둘러 확보해놓은 것이 빠른 휴업 고려의 배경이다.
이 회사 최모 대표는 "IMF 외환 위기 때도, 글로벌 금융 위기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회복기가 그때처럼 2~3년이 걸린다고 하면 우리도 폐업이나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 정책은 현장에서 신청하고 적용되는데 어려운 점이 많아 빛좋은 개살구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정부 지원한다지만…체감 못해
전문가들은 이런 위기 상황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면서 현재로선 정부의 추가 지원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명진 경기경제과학진흥원 책임연구원은 "지난 5~6월 경기도내 700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IMF 때보다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소규모 제조업이 더 어려웠는데 조사대상의 70% 이상이 소기업이었고 기초소재형, 가공조립형, 생활관련 제조기업 등이 특히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김 연구원은 "긴급 자금을 지원해 도산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방법이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자금이 얼마나, 언제까지 투입돼야 할 지 모르는 상황에서 정책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뉴딜로 IT 기업을 지원하는 것처럼 소기업에도 별도의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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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실장은 "상황이 더 심각해져 3단계까지 가면 사태는 장기화 될 것"이라면서 "수출도 장담 못하고 내수도 망가진 상태라 제조업, 특히 중소기업은 더욱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했다. 주 실장은 "정부 지원이 현재 상황에서의 해법인데 기업들 실적이 안 좋아서 정부 지원이 버티기 수준 밖에 안된다는 것이 문제"라며 "상황에 따라 핀셋지원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만약 100개 기업이 도산할 상황이라면 그 중 괜찮은 기업이라도 살리는 방식으로 정부 지원이 집중돼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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