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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타이레놀과 옵티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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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1982년 10월, 미국 시카고에서 타이레놀을 먹고 7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누군가 타이레놀에 청산가리를 주사기로 넣은 사고였지만 타이레놀은 치명타를 입었다. 미국내 1위 제품으로 35%에 달했던 시장점유율은 8%로 곤두박질쳤다. 자사의 잘못이 아닌 범죄에 의한 것이었지만 제조사 존슨앤존슨은 대대적으로 타이레놀을 먹지 말라는 광고를 하고 전국적인 리콜을 실시했다. 당시 타이레놀은 존슨앤존슨 수익의 15%를 담당하고 있던 제품이었다. 기존 제품을 모두 리콜한 존슨앤존슨은 3중으로 보호된 패키지를 시장에 내놓았고,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펼치며 수년 안에 시장점유율 1위를 되찾았다. 위기관리의 교과서로 꼽히는 ‘타이레놀 리콜’ 사태의 개요다.


“사외이사들 일부는 ‘유동성을 공급하고 난 다음 법리적 책임이 없을 때 사후에 못 받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의견을 냈다. 메인 의견은 아니었지만 보완해서 다시 올리라는 지시를 받았다.”

지난달 27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참석한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은 옵티머스 펀드 가입 고객에 대한 지원안 보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투자원금의 70%를 선지급한 한국투자증권과의 차이에 대해서는 한국투자증권은 비상장사로 대주주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지만 NH투자증권은 상장법인이다 보니 의사결정이 복잡하다는 점을 들었다.


옵티머스 펀드가 환매 중단된 지 50일이 지났다. 경쟁사인 한국투자증권이 70% 선지급을 발표한 지도 어느새 한 달이 지났다. 하지만 최다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의 투자자 지원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 펀드 전체 설정액 5151억원 가운데 84%인 4327억원을 판매했다.


지난달 초부터 정 사장은 “판매사가 겪어야 할 고통을 피할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지만 정작 현실은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정 사장은 6일에도 투자자들과 만나 "고객 입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빠른 시일내 유동성 공급을 위한 해법을 찾겠다"고 말했지만 NH투자증권 내부에서는 불완전 판매가 아닌 사기를 당한 것이라 선지급을 할 근거가 없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물론 NH투자증권 경영진이 배임에 대한 위험을 감수하고 과감하게 선지급 결정을 내리기 힘든 건 사실이다. 법적으로 NH투자증권의 책임이 아주 적을 수도, 아예 없을 수도 있다.


문제는 이런 몸조심은 투자자들의 불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옵티머스 펀드는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해 연 2.8% 수익을 올리겠다고 한 펀드다. 판매사 직원들도 이렇게 설명하며 고객들에게 상품을 팔았다.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한 이들은 대부분 옵티머스가 아닌 NH투자증권 등 판매사들을 믿고 투자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상품을 판 직원들 입장에서도 지금 상황은 불편하다. 이들 역시 본사 차원에서 검증된 상품이라 믿었기에 고객들에게 좋은 상품이라며 수억, 수십억 원씩 판 것인데 회사측에서 보상안이 나오지 않으니 성난 고객들 달래기가 주요업무가 돼버렸다. 배임 이슈 등을 이유로 뭉그적거리는 만큼 신뢰의 금은 커질 수밖에 없다. 기업, 특히 금융기업은 신용으로 먹고 사는 곳이다. ‘타이레놀 리콜’ 사태를 곱씹어봐야 하는 이유다.




전필수 기자 phils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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