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뚫고 배달…시야 안보이고 사고 위험도
전문가 "플랫폼 사업자들의 환경 개선 노력 필요"

24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폭우 속에서 음식을 배달하는 배달 라이더의 모습이 게재돼 논란이 됐다. 사진은 트위터에 게재된 폭우 속 배달을 하는 배달 라이더의 모습./사진=트위터

24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폭우 속에서 음식을 배달하는 배달 라이더의 모습이 게재돼 논란이 됐다. 사진은 트위터에 게재된 폭우 속 배달을 하는 배달 라이더의 모습./사진=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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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김슬기 인턴기자] 전국에 폭우가 쏟아지면서 부산에서는 이로 인한 사망자가 나오는 등 인명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 가운데 폭우 속에서도 음식을 배달할 수밖에 없는 배달원들은 인명피해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된다는 지적이 있다. 일부에서는 폭우 등 자연재난에 가까운 상황에서는 아예 배달 주문을 하지 말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는 기상 조건에 취약한 배달 노동자들의 입장을 공감하고 배달 플랫폼 사업자들의 노동 환경을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23일 전국에는 시간당 30~50mm의 강풍을 동반한 폭우가 내렸다. 24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까지 집계된 호우 관련 사망자는 총 3명으로 부산, 울산 등 인명피해가 잇따랐다.

이런 가운데 일부에서는 배달 음식을 주문해 빈축을 사고 있다. 폭우로 인해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배달원들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날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부산역 침수에 물난리, 부산 난리 났는데 이 와중에도 누군가는 배달을 시키고, 누군가는 배달한다니. 참"이라는 글과 함께 한 장의 사진이 게재됐다. 공개된 사진 속에는 무릎까지 차오른 빗물 속에서 배달 라이더가 배달 음식으로 보이는 비닐봉지를 들고 걸어가는 모습이 담겼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웬만하면 이런 상황에 배달은 잘 안 시키지 않나요?","최소한의 양심이 있으면 이렇게 폭우가 쏟아지는 날에는 배달을 시키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 배달을 한 사람도 배달하라고 시킨 업주도 너무하다." 등 비판을 이어갔다.


40대 직장인 박 모 씨는 "폭우 등 기상악화의 경우 배달 주문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이런 움직임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인들에게도 카톡을 통해 이런 내용을 전했더니 모두 긍정적으로 답했다"고 덧붙였다.


부산에 시간당 8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데다 만조 시간까지 겹쳐 도심이 물바다로 변한 가운데 갑자기 불어난 물로 침수된 지하차도에 갇혔던 3명이 숨졌다. 차도에서 소방대원이 수색작업을 벌이는 모습./사진=연합뉴스

부산에 시간당 8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데다 만조 시간까지 겹쳐 도심이 물바다로 변한 가운데 갑자기 불어난 물로 침수된 지하차도에 갇혔던 3명이 숨졌다. 차도에서 소방대원이 수색작업을 벌이는 모습./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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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과 폭우 등 열악한 기상 조건에도 배달원들은 배달에 나서는 등 근무를 했다. 특히 오토바이를 이용하는 배달 업무 특성상 이들은 폭우나 폭설 등 열악한 기상 조건으로 인해 운전이 어려워져지는데도 이에 대한 안전 대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지난 2018년 라이더 유니온이 서울 마포구 서울이동노동자합정쉼터에서 발표한 '24개 업체 소속 라이더 노동환경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폭우나 폭설 시에도 배달했다고 답한 라이더들은 30.9%에 달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우천·우설 시 추가 수당을 받는 라이더는 55명 중 35명에 불과했다.


또 배달 업체의 '기상 악화로 배달 지역을 축소할 수 있다'라는 매뉴얼도 매출 등의 이유로 잘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교현 유니온 기획팀장은 "비가 오면 시야가 제대로 확보가 되지 않고 미끄럽기 때문에 배달 라이더들이 위험한 상황 속에서 일을 해야 한다"라면서 "우천·우설 시 위험수당을 주는 경우도 있고 플랫폼 사업자의 경우 비가 오거나 하면 배달료 할증을 더 쳐주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아직 배달 노동자 처우 개선에 대해 개선이 되거나 이렇다 할 변화는 없다."라고 밝혔다.


한 도시락 업체에서 배달원으로 근무하는 A(35) 씨는 "비가 오면 배달하는 건수가 아무래도 평소보다 늘어나긴 한다."라며 "비가 오면 앞이 잘 안 보여서 배달할 때 조금 힘이 든다. 또 바닥이 미끄러워서 오토바이가 빨리 움직이지 않고 느리게 움직여서 시간 안에 배달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들기도 한다."라고 토로했다.


물에 잠긴 반포한강공원에서 한 택배 기사가 물품을 배달하기 위해 플로팅 아일랜드로 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물에 잠긴 반포한강공원에서 한 택배 기사가 물품을 배달하기 위해 플로팅 아일랜드로 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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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는 기상악화에 따라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배달원들에 대한 안전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우준 노동건강연대 사무국장은 "실외 노동자가 날씨에 취약하다는 것은 이미 너무 많이 알려진 사실인데 배달 노동자의 경우는 비가 오면 오히려 업무가 폭증한다. 그런데 배달 플랫폼 사업자들이 이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노동자 안전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정 사무국장은 "예를 들어 한 배달 플랫폼의 경우 라이더의 위치나 배달 상태를 실시간으로 고객에게 전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는 비가 오거나 기상 조건이 열악해지면 해당 서비스의 GPS 시스템 등을 개선할 수 있는데도 이런 것들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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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날씨가 좋지 않으면 노동자는 이중으로 고충을 호소하기도 한다. 노면 상태 등이 불량해지므로 음식이 쏟아지거나 물에 젖어 고객과 마찰이 생기는 감정 노동적인 측면과 정해진 시간 안에 배달해야 하는 업무 특성으로 인해 사고 위험이 높아지는 측면이다"라며 "맥도날드와 롯데리아 같은 경우에는 추가수당이 있지만, 대다수의 플랫폼 사업자들은 기상 악화로 인한 위험성을 고객에게 알리거나 노동자의 안전을 생각하는 대책을 특별히 마련하고 있지 않다."라고 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김슬기 인턴기자 sabiduria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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