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로 불타고 있는 어선. 지난해까지만 해도 어선에서는 어선용 소화기만 사용해야 했다. [사진=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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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육상용 소화기를 어선에서 사용하면 될까'. 정답은 "지금은 사용할 수 있지만, 지난해까지는 사용할 수 없었다"가 맞다. '불 끄는데 육지용, 바다용 소화기가 따로 있냐'는 의문이 생긴다.


지난 2월 어선법의 어선설비기준을 개정하면서 어선에도 육상용 소화기를 비치하고 사용할 수 있게 됐지만 그 이전에는 어선법에 따라 어선에는 반드시 어선용 소화기만 비치해야 했다.

환경 때문이다. 바다를 오염시키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해상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화학성분 함량 등을 엄격히 따져 제작된 어선용 소화기만 사용해야 했다. 그러나 관계기관에서 소화기 비치 여부 등을 검사하면 거의 대부분의 어선에는 육상용 소화기가 비치·사용돼 왔다.


법에 규정된 어선용 소화기는 2016년부터 뒤늦게 생산·공급되기 시작해 그 이전 어선은 모두 육상용 소화기를 비치하고 있었고, 어민들도 손쉽게 구매할 수 있으며 가격도 싼 육상용 소화기를 비치하는 것을 당연시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어민들은 어선용 소화기의 필요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고, 어선검사할 때마다 육상용 소화기 비치·사용하는 것을 인정해 달라는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 어선은 전국의 해안에 산재돼 있지만, 어선용 소화기는 7개 업체만 생산해 공급·판매처가 한정돼 있어 멀리 대도시까지 소화기를 구입하러 나가야 한다. 게다가 가격도 소형이 4만5000원, 대형은 11만원으로 비싸다. 육상용은 소형 1만5000원, 대형 6만원에 구입할 수 있는 것과 대비된다.


이런 어민들의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어선검사를 담당하던 김민호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검사기준실 과장이 나섰다. 김 과장은 "육상용에 비해 해상(어선)용 소화기는 환경 기준이 까다로웠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육상용 소화기에 대한 환경 기준도 이전에 비해 강화된 만큼 두 소화기 간 성능 차이도 많이 줄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옴부즈만과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은 소화기 제조사와 전문가 등이 참여한 가운데 소화기 실증시험을 거쳐 두 소화기 간 성능 차이가 별로 없으며, 어선에서 육상용 소화기를 사용해도 된다는 데이터를 확보했다. 중소기업옴부즈만은 이 데이터를 근거로 정부에 관련 규정의 개정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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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옴부즈만 관계자는 "저렴한 가격에 쉽게 구할 수 있는 육상용 소화기를 보급해 어선의 화재를 예방할 수 있게 됐다"면서 "어민들의 경제적 부담이 해소된 측면도 있다. 연근해 어선 기준으로 19억원 정도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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