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유세 재개 코앞인데…"트럼프 24시간새 2연타"
오클라호마 털사 유세 앞두고 볼턴 폭로·대법원 판결 악재 잇달아 불거져
WP "24시간 동안 내부고발만 두차례"
"유세 재개하면 전투의지 되살아날 것" 전망도
[아시아경제 뉴욕=백종민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잇달아 빨간불이 들어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최대 치적인 경제가 망가진데 이어 보수층을 겨냥한 정책은 곳곳에서 제동이 걸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20일(현지시간) 오클라호마주 털사의 대선 유세 재개를 발판으로 보다 공격적으로 나설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에만 두차례 연방 대법원으로부터 치명적인 일격을 받았다. 지난 15일 직장내 성적소수자에 대한 차별 금지 판결에 이어 18일에는 자신의 반(反)이민정책의 핵심인 불법체류 청소년 추방유예 제도(DACAㆍ다카) 폐지에 제동을 건 판결이 나왔다. 결과는 5대4. 대법원은 보수 5명, 진보성향 4명으로 구성돼, 보수가 우세하지만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진보 입장에 손을 든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매우 뼈아픈 판결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보수화에 공을 들인 대법원이 5일새 두차례나 진보성향의 판결을 내린데다 불법체류청소년 추방유예제도가 대선 경쟁자인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부통령으로 재임했던 오바마 행정부 시절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대통령에게 어떠한 여지도 남기지 않았다"고 평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이 다음 주 발간 예정인 저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궁지로 몰았다. 볼턴 전 보좌관은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내용을 소개하며 "재선에만 매달려 국익 보다 사익에 치중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WP는 대법원 판결과 함께 "24시간도 안돼 법의 테두리를 부수는 움직임에 두차례 내부고발을 당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최근 들어 더욱 밀리고 있다. 미국 대선 전망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통계학자 네이트 실버는 18일 전국지지도 평균에서 바이든이 평균 50.5%의 지지율로 41.3%에 그친 트럼프 대통령에 앞섰다고 전했다. 미 공영방송 NPR은 전날인 17일 미 대선 판세를 분석한 결과 현재 상황에서 선거가 열릴 경우 바이든이 약 238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186명의 트럼프 대통령에 앞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270명의 선거인단이 필요하다. NPR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구멍에 빠져들었다며 재선을 위해서는 더 많은 지지기반을 확보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의 불안정한 모습은 코로나19사태와 함께 지난달 25일 흑인 조지 플로이드 죽음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대선 당시 최대 지지기반 중 하나였던 군인들은 이달 초 대규모 시위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군대를 투입하겠다고 경고한 이후 대거 등을 돌렸다. 뉴욕타임스(NYT)는 "무장군인을 정치화했고 헌법을 위협했다"는 퇴역군인들의 반응을 전하면서 "인내의 한계(last straw)를 넘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털사 유세를 분위기 전환의 계기로 삼을 방침이다. 19일 예정됐던 유세날짜가 흑인 학살과 관련이 있다는 비판이 나오자 즉각 20일로 하루 늦추는 등 분위기 조성에 신경쓰는 모습이다.
특히 지지층 결집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싸움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NYT는 트럼프 캠프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패배자로 보이는게 싫어서 가을에는 전투의지가 되살아날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모습은 대법원 판결 후 이미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새로운 대법관이 필요하다"며 새로운 대법관 지명자 후보군을 9월 1일까지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셧다운 조치 후 중국을 공격대상으로 삼았던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게 불리한 판결을 연이어 내린 대법원을 선거전의 키포인트로 포착한 모양새다. 이어 "급진 좌파 민주당이 정권을 잡으면 다른 많은 것 중에서도 당신의 수정헌법 제2조, 생명권, 국경 확보, 그리고 종교적 자유는 끝장나고 없어진다"고 말했다. 수정헌법 2조는 개인의 무기 소지 권리를 인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민주당은 이를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에도 보수주의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중심 이슈로 법원을 활용했다고 언급했다. 법원 문제를 선거 이슈로 끌고가겠다는 입장을 내보낸 것으로 파악한 것이다.
현지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나는 나다워야 한다"면서 측근들의 조언 보다는 핵심 지지층 잡기에 보다 치중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대법원 판결을 호재로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바이든은 다카의 혜택을 본 '드리머'들을 위해 바이든에 투표하자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트윗을 리트윗하며 "오바마에게 감사한다. 모든 드리머가 이 나라에서 안전해질 때까지 멈추지 말아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다른 트윗에서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드리머들과 1100만명의 불법체류자들에 시민권을 부여하는 법안을 의회에 보내겠다"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공세를 폈다. 바이든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유세 재개를 겨냥한 듯 주요 경합주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비방하는 대선 광고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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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가 한자리에 만날 가능성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폭스뉴스 등에 따르면 트럼프 캠프는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의 일대일 토론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중이다. 캠프측은 이를 위해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TV생방송에 강한 트럼프 대통령의 이점을 활용하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반면 바이든 캠프는 토론회 확대를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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