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준 재건축 조합원들 "다시 들어가 살라니…" 당혹
입주권 2년 거주 요건에 발등에 불 떨어진 재건축 아파트
은마 · 목동 신시가지 등 노후단지 많아
소유자 절반가량이 임대 준 상황
임대주택 등록한 경우에는
해당 기간 내 주인 거주 시 과태료 부과
[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6ㆍ17 부동산 대책으로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 내 노후 아파트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사업의 첫 관문인 안전진단 문턱이 대폭 높아진 데다 2년 이상 실거주한 조합원에게만 입주권이 주어지게 되면서 사업 추진 동력이 크게 약화된 탓이다. 특히 사업 완료 후 부과되는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탓에 사업의 불확실성은 더 커지게 됐다.
정부가 1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 방안'에는 다수의 정비사업 규제 방안이 포함됐다. 우선 안전진단 부분에서는 기존에는 시ㆍ군ㆍ구가 선정하던 1차 안전진단 기관을 시ㆍ도가 선정해 관리토록 하고, 2차 안전진단 시 현장조사를 강화하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 이후 조합원 분양 단계에서는 이전까지 2년 이상 실거주하지 않은 조합원에게는 분양 신청 자격을 부여하지 않기로 했다. 또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에 대해서도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환수에 들어가겠다는 입장까지 내놨다.
1차 안전진단 기관을 시ㆍ도가 선정ㆍ관리토록 한 방안에 대해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재건축 사업 추진 장벽을 높이려는 의도"라며 "지역민의 이권과 밀접할 수밖에 없는 기초지자체를 배제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고 분석했다.
이번 대책 중 가장 핵심으로 꼽히는 규제는 수도권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사업의 경우 2년 이상 실거주 조합원에게만 입주권 신청을 허용한 점이다. 이 규제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개정되는 올 연말 이전까지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하지 못한 단지에 모두 적용된다. 18일 서울시 재개발ㆍ재건축 클린업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내 추진위원회 단계에 있는 재건축 사업장은 총 60곳이다. 아직 추진위 전 단계인 안전진단 추진 단지 등을 합치면 규제가 적용되는 사업장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문제는 집이 노후화돼 재건축을 추진하는 것인 만큼 재건축을 기다리며 해당 주택을 세 주고 다른 주택에 세를 얻어 사는 조합원들이 상당수라는 점이다. 최신구 양천발전시민연대 부대표는 "조합원의 개념은 거주자가 아니라 소유권을 중심으로 정해지는 것 아니냐"며 "재건축 사업의 개념 자체를 바꾸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노후화된 단지의 경우 외부에 나가서 사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다"며 "목동의 경우 소유자 절반 정도가 외부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만약 갖고 있는 집을 임대주택으로 등록한 경우라면 더 난처해진다. 4~8년의 임대 의무기간 동안은 소유자가 거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해당 기간에 주인이 거주할 경우 3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만약 집을 세 주기 전 2년의 실거주 요건을 채우지 않은 상황이라면 꼼짝없이 현금청산 대상이 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번 대책이 세입자들에게도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표적인 강남권 중층 재건축 추진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목동 신시가지 일대 단지들은 인근 학군을 노린 전세 수요가 상당하다. 재건축 대기 노후아파트이다보니 상대적으로 전세가도 저렴한 편이다. 은마 77㎡(전용면적)의 경우 이달 신고된 전세 실거래가는 5억~5억9000만원이다. 목동 신시가지6단지도 48㎡가 지난달 22일 10억3000만원에 매매된 반면 전세는 지난 16일 3억5000만원에 실거래되는 등 매매가 대비 저렴한 전세가가 형성돼 있다.
인근 인프라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거주가 가능해 인기가 높았던 단지들이지만 실거주 기간을 채우려는 주인들이 세입자와의 계약을 거부할 경우 전세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발생하며 전세가율이 급등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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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재건축 시장에 큰 영향이 불가피하다"며 "거주가 불편한 초기 단계에서 재건축에 대한 단순 투자 목적의 갭투자 수요가 줄어들어 거래 위축 및 가격 하락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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