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신청 美기업에 몰리는 개미투자자들…"떨어지는 칼 잡는 격"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미국의 개인투자자들이 파산 신청 기업들을 향해 불나방처럼 몰려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파산에 내몰린 기업들이 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아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크게 한몫 챙겨보겠다'라는 심산이 반영된 것이다. 동학개미운동의 미국판을 방불케 한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2위 렌터카 업체 허츠의 주가는 이날 주당 4.18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허츠는 지난달 22일 파산 보호를 신청하면서 같은 달 26일 주가가 56센트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급등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전날에는 6.25달러까지 올라 불과 2주 새 1000% 이상의 상승률을 보였다.
에너지 기업 체서피크에너지와 원유 시추업체 화이팅페트롤리움 주가도 지난달보다 크게 오른 상태다. 체서피크에너지는 지난달 14일 8.71달러에서 지난 5일 21.96달러, 8일에는 69.92달러까지 올랐다. 이날은 23.75달러로 급락했다.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체서피크에너지의 주식이 이날 하루 2000만주 이상이 거래되면서 일중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4월 파산 소식을 전한 화이팅페트롤리움 주가도 4월3일 29센트에서 이달 8일에는 3.45달러까지 올랐으며 백화점 JP페니도 최근 열흘 새 주가가 10배 뛰었다.
이들 기업의 주가 급등은 개인투자자들이 이끌었다. 소액 투자 애플리케이션 '로빈후드'를 이용한 개인투자자들의 흐름을 볼 수 있는 로빈트랙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허츠의 주식 보유자는 15만9000명으로 한 달 전(3만7000명)에 비해 4배 이상 늘었다. 체서피크에너지의 주식 보유자도 최근 며칠 새 9000명 증가했다. 화이팅페트롤륨도 주식 보유자가 이번주에만 5만명 늘었고 지난 8일에만 시장에서 1억400만주 이상 거래됐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블리클리투자자문그룹의 피터 부크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금 시장 일각에서 명확한 '거품(froth)'을 보고 있다"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활동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투기가 발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평가했다. 폴 마컴산 뉴튼인베스트먼트의 주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러한 주식 매입은 개인 투자자들이 이러한 기업들이 미국 파산법 11조(챕터11)에 따른 파산에서 헤어나올 수 있다거나 이들 기업을 구하기 위한 정부의 추가 개입이 있을 것이라고 보고 크게 회복될 것이라는 것에 베팅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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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정부 개입 등을 기대하며 파산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고 경고했다. MAI캐피털매니지먼트의 크리스토퍼 그리산티 수석전략가는 "개인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으며 기관 투자자들은 그런 종류의 주식은 매입하고 있지 않다고 본다"면서 "리스크가 너무 크다. 떨어지는 칼을 잡는 격"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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