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흠 김앤장 변호사

백제흠 김앤장 변호사

AD
원본보기 아이콘


긴급재난지원금과 그 기부에 관한 논란이 뜨겁다. 긴급재난지원금에 관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과 기부금 법률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이르면 오는 13일부터 전 국민이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받게 될 전망이다. 공적 마스크 판매 5부제와 같이 출생연도를 기준으로 해당 평일에 신청할 수 있으며 3개월 내에 해야 한다. 11일부터는 카드사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신청을, 18일부터는 카드사와 연계된 은행 또는 우체국 창구에서 오프라인 신청을 각각 받는다. 지역사랑상품권이나 선불카드로 받는 경우에는 읍ㆍ면ㆍ동 주민센터에서 현장 수령도 가능하다. 3개월의 기간 내 지원금을 신청하지 않는 경우 기부 의사가 의제된다. 근로복지공단을 통한 모집 기부의 방식도 있는데, 이때는 고용보험기금의 수입으로 그 사용이 한정되고 제3의 단체에 대한 기부는 사실상 허용되지 않는다. 긴급재난지원금 기부는 선택사항이라고 하지만 각급 단체의 기부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긴급재난지원금은 국가로부터 받는 보조금으로 과세 대상 소득이 아니다. 열거주의 과세 원칙을 채택한 소득세법상 과세 대상 소득으로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기부자에게는 국세의 연말정산이나 종합소득세 신고를 통해 15%의 기부금 세액공제 혜택이 부여된다. 당해 사업연도에 납부할 세액이 없더라도 추후 10년간 이월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처럼 긴급재난지원금도 소득세제의 틀 안에서 운영되고 있다. 그 결과 국민에게는 4인 가구 기준 100만원과 15만원의 경제적 혜택이라는 선택지가 주어진 셈이다.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한 조세 정책 결정 과정에서도 이를 고려했을 것이다. 만일 긴급재난지원금이 과세 소득에 해당하고 중위 소득세율 35%가 적용된다면, 전액을 기부한 납세자는 혜택 대신 20만원(35만원-15만원)을 소득세로 추가 납부해야 한다. 과세 소득의 범위에 대한 소득세제의 설계에 따라 기부자에 대한 세제상 처우가 현격히 달라지는 것이다.

소득세의 조세 정책적 기능이 다양함에도 그 역사는 일천한 편이다. 소득세는 18세기 말 영국에서 최초로 시행됐다. 1793년 나폴레옹전쟁이라는 급박한 상황에서 기존의 관세 및 토지세 등으로는 전비 조달에 역부족이었다. 이에 1799년 영국 총리 윌리엄 피트는 비상수단으로 소득세를 도입했다. 그러나 당시 소득세는 신성한 소득에 대한 '악마' 같은 제도로 여겨져 엄청난 조세 저항에 직면했다. 그때까지 각 개인이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해 얼마의 돈을 버는지는 사생활의 영역이었으나 소득세 도입 이후로는 납세자의 일거수일투족을 국가가 조사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최초의 소득세가 1802년 영ㆍ프 휴전조약 체결 직후 곧바로 폐지된 것은 당시 시대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후 영국에서 소득세가 재차 도입됐을 때는 시민들의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도록 소득을 구분해 그 원천에서 세금을 징수하는 장치를 고안했고 그것이 바로 현대 원천징수제도의 모태가 됐다. 영국 정부는 연금, 이자, 임대료, 공무원 급여 등 고정적 소득을 과세 대상으로 하고 은행이나 기업 등만을 관리해 시민들의 조세 저항을 최소화하면서 소득세를 징수할 수 있게 됐다.


과세 소득의 범위 설정은 역사적으로 난제다. 우리 법제는 물론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어느 나라의 세법에서도 '과세 소득' 정의 규정을 직접적으로 둔 경우는 찾기 어렵다. 연혁적으로 다양한 논의가 있지만 근자에 이르러서는 '재화 생산의 계속적 원천으로부터의 수익으로서 일정 기간 내 납세자에게 유입된 재화의 총량'을 소득으로 보는 소득원천설과 '일정 기간 내 납세자의 순자산 증가'로 파악하는 순자산증가설의 2가지 입장으로 대별된다. 미국과 일본이 순자산증가설을, 영국과 독일이 소득원천설을 취했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전통적인 소득원천설을 취한 입법례는 극히 드물고 순자산증가설적 요소를 가미한 '포괄적 소득 개념'의 바탕 위에 소득세제가 구축되고 있다. 순자산증가설이 더 정확히 담세력을 측정할 뿐만 아니라 수평적 공평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만 순자산증가설을 취한 국가도 사생활의 영역을 전면적으로 들여다보지는 않고 일정한 제한을 설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자소득, 배당소득, 사업소득, 근로소득, 연금소득, 기타소득을 종합과세하고 퇴직소득, 양도소득을 분류과세하며 일부 금융소득을 분리과세하므로 소득원천설의 입장에서 설계됐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유형별 포괄주의 과세 조항을 둠으로써 포괄적 소득 개념에 한층 가까워지는 추세다.

납세자의 다양한 경제적 이익이 과세 소득을 구성하는지에 대해서는 흥미로운 사례가 많다. 그중에서도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제공하는 주차 공간이나 점심 식사가 급여에 포함돼 근로소득에 해당하는지의 부가급여(fringe benefit) 과세 문제가 주목된다. 미국에서 1913년 소득세가 최초 도입될 당시 과세 당국은 철도회사의 근로자가 사용자로부터 제공받는 저녁 식사와 무료 철도승차권은 과세소득에서 제외된다고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미국 항소법원은 1937년 하와이에서 호텔 매니저로 근무한 직원이 제공받은 식대 및 숙박용 스위트룸은 고용주의 편의를 위한 것이고 그러한 경제적 이익이 우연적인 것이라는 이유에서 과세소득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후 1984년 미국 세법이 개정돼 부가급여가 과세 대상 소득으로 규정됐다. 그러나 명문 규정으로 다수의 예외를 두고 있다. 단적으로 직원에 대한 사업장 내 식사와 숙박 제공, 할인 판매 허용, 통근비와 이사비 보조 등은 근로자의 과세소득에서 여전히 제외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부가급여에는 대부분 광범위한 비과세가 적용되고 있다.


오늘날 소득세제에 관한 전 세계적인 논의 방향은 포괄적 소득세 개념에 입각한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의 원칙으로 요약된다. 우리나라는 법인세제에서는 순자산증가설을 채택하면서도 소득세법에서는 소득원천설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와 공평의 원칙에 부합하도록 소득세제도 그 과세 소득의 범위를 넓혀가는 것이 필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야기되는 개인의 자유 침해에 대한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예컨대 연말정산 과정에서 납세의무자가 개인의 가족관계, 건강, 재산, 종교, 교육 정보, 정치 성향 등을 공개할 수밖에 없어 사생활의 자유가 침해된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공평과세의 원칙에 입각한 소득세제의 2세기가 넘는 여정에는 근대 민주주의의 역사가 함축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장의 편의를 위한 고식지계(姑息之計)보다는 '형평의 이념'과 '개인의 자유'라는 가치의 형량을 통해 과세 소득의 개념을 정비하는 격물치지(格物致知)의 지혜가 긴요한 시점이다.

AD

백제흠 김앤장 변호사


.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