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잘한다는 소문에 동물 유기 늘어
동물유기 최대 300만원 과태료...실제 적발 어려워
독일, 반려동물 보유에 관한 규제 및 과세 시행
전문가 "사회적 인식과 함께 법 강화돼야"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사진=연합뉴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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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수완 기자] 한 동물보호소가 유기견 관리를 잘 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일부 사람들이 이 시설에 유기견을 보내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갑작스런 유기견 증가로 인해 보호소 측은 안락사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는 동물보호법 강화 및 인식 제고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반복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5일 설채현 수의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 시설에 대한 글을 올려 도움을 요청했다. 설 수의사는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세나개)에서 군산 유기견 보호소 촬영에 대해 PD님과 회의할 때 가장 큰 걱정은 '이곳을 보고 사람들이 오히려 유기하지 않을까'였다"고 밝혔다.


이어 "방송에 나오진 않았지만, 군산에 가서 소장님과 단둘이 차를 타고 이런저런 얘기를 할 때도 같은 걱정을 했지만 문 앞에 CCTV도 있고 '사람들이 그렇게 나쁘겠냐'며 좋은 일이 더 많을 거라 웃으며 얘기했는데, 일부 사람들은 제가 생각한 것보다 더 나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든 동물들은 자원이 부족해지면 다툼이 일어난다. (현재) 최대 300마리 정도가 있어야 그나마 평화로운 공간에 지금 850마리가 있고 당연히 다툼이 일어나 아이들이 다치고 죽고 있다. 안락사도 고려하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유튜브에서 '월간입양'을 하고는 있지만, 이 또한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며 "너무 죄송한 마음뿐이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라고 호소했다.


사진=설채현 수의사 인스타그램 캡처

사진=설채현 수의사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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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장소는 지난 1월 방송된 EBS 세나개 '버려진 개, 유기견을 구하라'에서 소개된 곳이다.


방송에 따르면 전라북도 군산시에 위치한 보호소는 일반 보호소와 다르게 공원형으로 개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고, 소장 부부도 애정을 갖고 유기견들을 돌보는 모습을 보여 찬사를 받았다. 특히 안락사를 하지 않아 버려진 동물의 천국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방송 이후 해당 보호소에 앞다퉈 반려동물을 버리는 사람들이 늘면서 유기 동물이 쏟아졌다.


현행법상 동물유기는 최대 300만 원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적발이 어렵고 적발되더라도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다.


문제는 매해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지만, 버려지는 동물수도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농림축산식품부 '2019년 동물 보호에 대한 국민 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는 591만 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511만 가구보다 80만 가구 증가한 수치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농림축산검역본부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8년 한 해 동안 발생한 유기동물은 모두 12만1077마리로 확인됐다. 이는 역대 유기동물 발생 최고치로 이 중 20%는 보호소에서 안락사됐다.


또한, 센터 등에서 보호 중인 유기·유실 동물의 비율은 2017년 4.7%에서 2018년 11.7%로 2배 이상 늘었다.


생명에 대한 책임감, 의무감 없이 반려동물을 버리는 이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사진=아시아경제DB

생명에 대한 책임감, 의무감 없이 반려동물을 버리는 이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사진=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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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다 보니 생명에 대한 책임감, 의무감 없이 반려동물을 버리는 이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반려견을 2년째 키우고 있다고 밝힌 직장인 A(29) 씨는 "유기동물보호소들 사정도 안 좋은데 그중에서 제일 낫다는 곳에 버린다니 할 말을 잃었다. 환경 좋은 곳에 버리면 양심의 가책이 덜한가. (이런 사람들에 대해) 처벌도 처벌이지만, 반려동물을 키우기 전 교육이 절실한 것 같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물복지 선진국으로 알려진 독일의 경우 반려동물 보유에 관한 규제 및 과세를 시행한다. 특히 법으로 동물보호의 관점에서 사육방법 등에 대한 기준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유기된 동물들을 '티어하임'(Tierheim)이라는 민간 동물보호시설에서 보살피고 있으며, 유기된 동물을 살처분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입양률 역시 9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가 아닌 입양제도 도입, 엄격한 동물복지 정책으로 유기동물 수를 줄인 셈이다.


전문가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적 인식과 함께 법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는 "결국 수요와 공급 면을 볼 수밖에 없다. 지금도 여전히 펫샵 등에서 반려동물을 판매하고 있다"라며 "한창 문제가 됐을 때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뀌었으나 구조적인 문제는 변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하고 수요로 인해 과잉 공급되면서 나타나는 것"이라며 "잘못된 판매와 구매가 개선되지 않는 이상 동물유기는 계속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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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유럽, 미국 등에서는 펫샵에서 동물을 판매하지 못하게 하고 있거나, 유기동물보호소에서 데려온 아이들만 입양 가능하게 했다. 우리나라도 변화가 필요하다"라며 "'사지 말고 입양해주세요'라는 인식과 더불어 생명을 키우는 것에는 그에 따른 책임과 의무가 필요하다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고 본다"라고 조언했다.


김수완 기자 su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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