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1989년 생산 24만쪽 분량 외교문서 공개
일왕 방한 추진, 한-안세안 협력, 국제노동기구 가입 과정 등 고스란히 담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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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외교부가 생산 후 30년이 지난 24만여쪽 1577권 분량의 외교문서를 일반에 공개했다.


31일 공개된 외교문서는 1988~1989년에 생산된 것으로 88서울올림픽 개최 이후 노태우 정부 당시 활발했던 북방외교를 포함해 유럽연합(UN) 가입 등을 위한 아세안 외교, 아키히토 일왕의 방한 추진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7·7선언'에 기초한 노태우 정부의 북방외교는 김대중, 김영삼, 김종필 등 3김으로 상징되는 야권의 협조와 88서울올림픽 성공적 개최 자신감으로 속도를 더했다. 중국과 소련을 비롯해 동유럽 국가로 확대됐다. 남북한 교류와 협력 추진도 북방외교의 큰 틀에서 이뤄졌다.


한국 정부는 1989년 2월 1일 동유럽 공산권 국가로는 처음으로 헝가리와 수교를 했고 같은 해 유고슬라비아와 폴란드, 불가리아 등 국가의 무역사무소가 설치됐다.

이번 외교문서를 통해 북방외교의 주요 성과로 꼽히는 헝가리 수교 과정에서 한국의 차관 제공이 수교 과정에서 주요 의제로 다뤄졌던 점이 확인됐다. 1988년 8월12일 한-헝가리 합의 의사록에 따르면 양국의 상주대표부를 설치한 이후 양국의 외교관계 수립에 의한 쌍무관계 정상화를 위한 교섭을 시작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 중 외교관계 수립은 경제협력 약속의 50%를 이행했을 때 진행한다는 내용이 적시됐고 경제협력 방안을 담은 의사록에는 한국 정부가 헝가리에 6억5000만달러를 제공하고 5가지 지원 방안 중 2억5000만달러 규모의 은행차관이 포함됐다.


한국이 헝가리와 외교관계를 수립하기 위해서는 6억5000만 달러 경제협력 자금을 제공하고 특히 전체 은행차관 중 1억2500만 달러를 지원한 이후 수교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이다. 6억5000만 달러의 경협지원 항목에는 직접투자 2억달러, 연불수출, 전대차관 2500만달러, 대외겹제협력기금 5000만달러 등이 포함됐다.


은행차관 1억2500만 달러 집행 결정은 1988년 12월 이뤄졌다. 12월14일 외환은행과 산업은행 등 8개 은행이 헝가리 중앙은행에 1억2500만 달러 규모의 차관을 제공한다는 내용의 계약이 체결됐다. 약 두 달 후 한국과 헝가리는 수교를 맺었다.


이번에 공개된 외교문서에는 아키히토 일왕의 방한을 한일 양국의 물밑 논의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노태우 정부는 1989년 방일을 준비하면서 일왕의 방한을 외교 과제로 내놨다. 당시 일본에서도 일왕의 한국 방문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최호중 외무장관이 우노 소스케 외무상과 회담한 내용을 보면 일본 외무상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최초의 해외 방문으로 방한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조정을 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이후 아키히토 일왕은 1990년 노태우 대통령 방일 중 한일 과거사와 관련해 "일본에 의해 초래된 불행했던 시기에 귀국의 국민들이 겪은 고통을 생각하며 통석의 염을 금할 수 없다"는 전향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일왕의 방한은 한일 양국의 국내 정세가 급변하면서 성사되지 못했다.


이밖에 공개 외교문서에는 한국과 아세안협력 강화를 위한 외교협력, 노태우 정부의 국제노동기구(ILO) 가입에 따른 노동운동 격화 우려, 유엔(UN) 가입을 위한 외교적 노력 등이 담겨 있다. 아울러 △우루과이라운드협상, △미국 무역통상법 Super 301조 협의 △재사할린동포 귀환 문제 등이 포함됐다.


외교문서 공개목록 등 책자는 외교사료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원문은 외교사료관 내 '외교문서열람실'에서 열람할 수 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임시휴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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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는 1994년부터 27차에 걸쳐 총 2만8000여권(약 391만쪽)의 외교문서를 공개해왔으며 앞으로도 국민의 알권리 신장과 외교행정의 투명성 제고를 위하여 외교문서를 적극 공개할 예정이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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