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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지금은 사라진 나의 꼬리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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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의 꼬리뼈는 대표적인 흔적기관입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인체의 꼬리뼈는 대표적인 흔적기관입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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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사람들이 사용하는 말 중에 '꼬리를 친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전을 찾아보면 "(속된 말로) 여자가 남자에게 잘 보이려고 아양 떨다"라고 풀이합니다. 이 말이 탄생하게된 배경이 궁금해집니다. 먼 옛날에는 사람에게도 꼬리가 있었을까요?


만약 사람에게 꼬리가 있다면 어떻게 사용하고 있을까요? 소는 꼬리를 후려서 등에 앉은 파리를 쫓고, 덩치가 작은 원숭이는 꼬리로 나무에 매달리기도 합니다. 사람은 꼬리로 등을 긁거나, 옷의 먼지를 터는 등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지 않을까요?

사람은 꼬리가 없지만 꼬리의 흔적인 꼬리뼈가 남아있습니다. 사람과 비슷한 침팬지나 오랑우탄, 고릴라 등도 꼬리가 없지만 꼬리뼈의 흔적은 남아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생물이 진화를 거듭하면서 생존에 필요없는 기관들이 점점 축소·퇴화돼 결국 기능을 거의 잃은 채 흔적만 남아있는 기관을 흔적기관(vestigial organ)'이라고 합니다.


바다에 사는 고래는 발이나 다리가 없지만, 고래의 지느러미와 몸속에는 다리뼈의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이를 통해 아주 옛날 고래의 조상들이 육지에서 살았음을 유추할 수 있지요. 뱀도 고래처럼 발을 가졌던 흔적이 남아있고, 컴컴한 동굴에 사는 동물과 빛이 들어오지 않는 심해의 물고기는 눈이 퇴화해 흔적만 남아있습니다.


이런 흔적기관은 진화론의 증거이기도 합니다. 사람에게도 여러 흔적기관이 있습니다. 꼬리뼈와 귀를 움직이는 이각근, 맹장의 충수, 사랑니 등이 대표적인 흔적기관입니다. 19세기 말의 한 해부학자는 사람의 흔적기관이 무려 86개나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은 10개 정도만 흔적기관으로 인정한다고 합니다.

앞서 설명했던 사람의 꼬리뼈는 척추의 끝부분에 붙어 있습니다. 태아 때는 10개에 가까운 꼬리뼈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성장하면서 점차 없어지고, 일부만 결합한 형태로 꼬리뼈를 형성합니다. 사람의 꼬리뼈는 엉덩이의 중요 근육의 작용점이 돼 직립 자세에 큰 역할을 하며, 앉을 때는 골반의 다른 뼈들과 함께 몸을 지탱하고 균형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완전히 퇴화한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고양이가 귀를 움직이는 것처럼 사람도 귀를 움직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사람은 직립보행을 하면서 시야가 넓어졌고, 상대적으로 소리에 덜 민감해지면서 귀를 움직일 일이 줄었습니다. 그러자 귀를 움직이는 이각근도 퇴화해 흔적기관으로 남았다고 합니다.


인류가 음식을 익혀먹기 전에는 소나 말처럼 식물의 세포벽을 갉아먹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당시에는 어금니의 갯수가 많은 것이 유리했고 지금보다 치아의 갯수가 8개나 더 많았습니다. 이 때문에 턱관절도 지금보다 훨씬 컸다고 합니다. 불을 발견한 이후 어금니의 역할이 차츰 줄면서 안쪽의 어금니부터 사라지기 시작해 지금은 사랑니가 사라질 차례가 된 것이지요.


맹장의 충수도 흔적기관 중 하나입니다. 맹장은 파충류 이상의 고등동물에 존재하는 장기이지만, 포유동물 중에서도 맹장이 없는 동물도 있습니다. 초식동물들은 대체로 맹장이 길고 발달해 있고, 사람처럼 잡식성이거나 육식동물은 맹장이 짧은 편입니다.

맹장 아래 달린 '충수(appendix)'는 흔적기관이지만, 인체에 꼭 필요한 기관이라는 주장도 적지 않습니다. [그림=유튜브 화면캡처]

맹장 아래 달린 '충수(appendix)'는 흔적기관이지만, 인체에 꼭 필요한 기관이라는 주장도 적지 않습니다. [그림=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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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수는 이 맹장의 아래쪽 끝에 붙어 있는 길이 6∼7㎝ 정도의 작고 가느다란 관인데 사람과 유인원 등에게만 있다고 합니다. 충수가 없어도 사람이 사는데 별 지장이 없으며, 충수염을 앓아서 수술로 충수를 제거한 사람도 전체 인구의 6% 정도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충수는 인체에 꼭 필요한 기관이라고 주장하는 과학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충수가 인체에 유익한 박테리아들을 생성하고 보관하는 제조창 역할을 한다는 주장입니다. 소화기관으로서는 퇴화된 흔적기관일 수 있지만, 면역기관으로서는 아주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다만, 흔적기관이라는 주장을 뒤엎을 만큼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여전히 흔적기관으로 분류됩니다.


원숭이에게는 사람에게는 없는 많은 털, 즉 체모들이 있습니다. 사람도 체모가 있기는 있지만 원숭이처럼 온몸을 뒤덮을 정도는 아닙니다. 추울 때 닭살이 돋는 것도 과거에 사람이 많은 체모를 가졌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 외 귀옆에 구멍으로 아가미가 퇴화했다는 이루공, 입천장과 코 사이의 야콥슨 기관, 갑상선, 편도선, 뇌하수체, 포유류 수컷의 유두 등도 진화의 흔적이 남아있는 흔적기관이라고 합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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