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책은 넘기는 맛 아니겠어?" 아마존이 2007년에 '킨들'이라는 전자책 단말기를 내놓았을 때 지인들 반응은 대체로 이랬다. 필자도 그렇게 생각했다. 오래 들여다 봐도 눈이 아프지 않고 배터리 수명이 길고, 이런 것 말고는 특별한 매력이 없어 보였다. 화면이 흑백이란 점도 맘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전자책은 잊었다. '아이폰·아이패드 열풍'에 빠져 잊고 살았다.
약 13년이 지난 지금은 달라졌다. 종이책보다 전자책을 더 많이 읽는다. 전자책 단말기도 구입해 쓰고 있다. 지인 중에도 전자책을 읽는 이가 꽤 있다. 주로 전자책을 읽고 전자책이 발간되지 않은 책만 종이책으로 읽는다는 분도 있다. 그동안 무엇이 달라졌을까.
필자가 전자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오래되진 않았다. 해외여행을 떠나려고 짐을 꾸리다가 문득 전자책이 생각났다. 태블릿에 전자책을 내려받아 가져가면 굳이 여행가방에 책을 담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에 하루 한 권, 총 여섯 권을 내려받았다. 그 덕에 가방이 가벼워졌고 여행 기간에 편하게 독서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눈이 아팠다. 태블릿으로 오래 읽다 보면 눈이 침침해졌다. 그래서 결국 질렀다. 거금 20만원이나 주고 전용 단말기를 샀다. 지금은 늘 들고 다니며 짬 날 때마다 꺼내 읽는다. 물론 전용 단말기는 태블릿만큼 기능이 다양하진 않다. 반응 속도가 느리고, 책장 넘기는 느낌도 나지 않고, 음성 읽어주기 기능도 없다. 게다가 화면이 흑백이다.
하지만 빛 반사가 적어 오래 들여다봐도 눈이 아프지 않고, 햇빛이 비치는 곳에서도 책을 읽을 수 있다. 전용 단말기와 태블릿을 오가며 읽는다. 차 안에서는 책 읽기가 여의치 않아서 태블릿에 이어폰을 꽂고 전자책을 펼친 다음 음성 읽어주기 기능을 이용한다. 가벼운 책은 3배속, 진지한 책은 2배속으로 읽는다. 서울과 대전을 오가는 차 안에서 태블릿으로 읽다가 집에 도착한 뒤 전용 단말기로 이어 읽을 때도 있다.
약 1만원짜리 월정액 전자책 서비스에도 가입했다. 정액제 회원이 되면 전자책 사업자가 무료로 제공하는 책을 얼마든지 내려받아 읽을 수 있다. 내 취향에 맞는 책을 찾기가 그리 쉽진 않지만 월평균 대여섯 권은 공짜로 내려받아 읽는다. 신간은 주로 전자책을 사서 읽고 전자책이 없을 때만 종이책을 주문한다. 전자책에 빠지면서 책상이 한결 깨끗해졌다. 회사에서 바자가 열릴 땐 종이책을 10여권 골라 내놓기도 했다. 밑줄 치고 낙서까지 해 놓은 책인데 매번 모두 팔렸다.
큰 변화가 본격화되는 시점을 '티핑포인트'라고 하는데, 전자책 티핑포인트는 언제쯤 올까. 순전히 독자 측면만 놓고 보면 필자의 경우엔 이미 티핑포인트가 지났다. 전자책이 우선이고 종이책은 차선이니까. 물론 필자처럼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여전히 종이책을 선호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
하지만 시간 문제일 뿐 티핑포인트는 반드시 올 거라고 생각한다. 모바일 쇼핑이나 모바일 뱅킹에 비하면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그 시점이 멀지 않다고 생각한다. 책 산업 측면에서 보면 전자책 티핑포인트는 주요 사업자들이 흑자로 전환하는 시점이 아닐까 싶다.
전자책 티핑포인트 도달을 계기로 독서문화가 널리 퍼졌으면 하는 바람도 갖고 있다. 필자는 직원들한테 '일주일책(一週一冊)'을 권한다. 일주일에 최소한 책 한 권은 읽자는 얘기다. '배우고 읽고 토론하는 문화'도 강조한다. 필자가 속한 조직뿐이겠는가. 전자책 시대를 맞아 '정보기술(IT) 강국' 대한민국이 '독서 강국'도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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