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유동성 확대에도 금융불안 여전
기업지원·금융기관 부실 방지에 남은카드 집중

"줄도산 막아라"…韓銀 '한국형 양적완화'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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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장세희 기자] "중앙은행이 쓸 수 있는 카드가 바닥나고 있다, 이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타격이 큰 기업들이 무너지는 것을 막는 데 주력할 때다."


미국을 비롯해 유럽ㆍ일본ㆍ한국ㆍ중국 등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유동성 공조에 나섰음에도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데 대한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시장불안감을 줄이고 긴급처방을 한다는 차원에서 통화정책 공조를 하긴 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근본적 공포를 없애기엔 역부족이었다는 것이다. 일단 중앙은행들이 기본적인 조치는 한 만큼, 남은 카드는 무너져가는 기업을 지원하고 금융기관 부실을 막는 데 써야 한다는 조언이 주를 이뤘다.

◆"남은 실탄, 기업 지원ㆍ금융기관 부실 방어에 집중해야"= 김정식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17일 아시아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보통 금리를 내리면 소비ㆍ투자가 늘어나거나, 대출이 늘어나 경기가 좋아지는 두 가지 채널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데 지금은 코로나19가 원인이라 다른 상황"이라며 "금리를 내리고 재정정책을 해도 사람들이 불안해서 나가질 않으니 효과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 국가들이 국경을 봉쇄하고 있고, 140여개 국가에서 입국금지 조치를 내리니 금리가 떨어져도 기업들이 투자를 할 가능성은 낮다"며 "한국은행도 금리인하로 경기를 부양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은 잘 알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인호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역시 "돈을 풀어도 실물쪽에서 거래가 일어나지 않는 상황"이라며 "폴리시믹스(정책 공조) 효과를 당장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인하로 인한 효과가 당장 나타나기 어렵다는 것은 전날 전격 금리인하를 단행한 이주열 한은 총재 역시 시인한 부분이다. 이 총재는 "보건위기에는 통화정책이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깔려있기 때문에 금융시장이 흔들리는 것 같다"며 "(코로나19) 확산세가 어느정도 진정되면 그 때 시차를 두고 금리정책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당장 효과를 장담하긴 어렵지만, 자영업자나 소기업의 이자경감부담을 줄여 줄도산을 막고 금융시장을 어느정도 안정화하는 효과를 노리고 금리를 내렸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은의 한 고위관계자는 "반대로 생각하면 금리를 이렇게까지 내렸는데도 시장이 급락한다는 것은, 안 내렸다면 더 심각했을 것이란 얘기"라고 풀이했다.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임시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린 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기자간담회가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임시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린 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기자간담회가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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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금리인하ㆍ한국형 양적완화 가능성은?= 시장에서는 한은이 앞으로 한 차례 정도 금리를 더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옥스포드이코노믹스는 "한은이 2분기 내에 0.25%포인트 금리를 추가 인하해 연 0.50%까지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기축통화국이 아닌 한국은 실효하한이 있기 때문에 금리를 마냥 내릴 수는 없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0%까지 금리를 내려 한국의 실효하한도 어느정도 하락한 것은 긍정적 요인이다.


이외에도 한은은 현재 '한은법에서 허용하는 모든 카드'를 테이블에 올려두고 고민하고 있다. 가장 우선시될 것으로 보이는 카드는 이른바 '한국형 양적완화'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 결국 실물에서 금융으로 파장이 전이되고, 대출수요가 많아지면서 금융기관 부실로 이어질 수 있는데 이를 막는 펀드를 조성해 지원하는 방식이다. 회사채ㆍ할부금융채ㆍ은행채 등을 매입하는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조성하는 데 한은이 자금을 지원하거나(2008년), 은행의 자본확충을 지원하기 위해 한은과 산은 등이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2009년) 등이 유력하게 검토된다. 다만 아직까진 시중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16% 수준으로 높은 편이라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보고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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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식 교수는 "보통 양적완화는 기준금리가 0% 수준으로 떨어졌을 때 유동성 공급을 위해서 국채를 매입하는 방식인데, 우리는 금리가 0%는 아니지만 선제적으로 회사채 매입을 통해 기업에 공급하고 시장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유동성 부족에서 벗어나 부실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외에 김 교수는 일시적으로 정부 차원에서 대출규제를 완화하는 방식도 또다른 아이디어라고 밝혔다. 그는 "부동산 대출규제를 완화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며 "기업이나 중소기업 자영업자들이 대출할 때 규제를 완화해 단기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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