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별한 英-EU, 어장 놓고 신경전 벌이는 이유는?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영국이 유럽연합(EU)과 결별한 가운데 영국 앞바다를 둘러싼 신경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프랑스를 비롯한 EU 회원국들이 이 어장에서 적극적으로 경제활동을 하는 상황에서 영국이 어장 접근을 제한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EU 국가들이 현 접근 수준을 유지하자고 강력 요구하는 한편 영국이 EU의 금융서비스 단일 시장 개방과 맞바꿀 카드로 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8일(현지시간) BBC방송 등에 따르면 EU 회원국들은 자국 어업을 지키기 위해 영국과의 무역협상을 앞두고 EU가 입장을 명확히 하길 바라고 있다. 지난 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는 EU 대사들이 만남을 갖고 영국과의 협상 초안에 대해 논의했다. 소식통들은 서부 해안 국가들이 협상안에 EU가 현재와 동일하게 영국 해상에 대한 접근권을 보유할 수 있도록 명확히 하자는 요구가 있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영국 해상에 대한 제어권을 확보하겠다고 언급한 상태다. 지난 5일 영국은 조용히 해상 방어를 늘렸다. 영국 매체 익스프레스 등에 따르면 해군 어장보호 소함대를 추가 배치했고 30명의 추가 인력을 확보해 선박들을 감시하며 영국 선박들의 어업을 보호하는 업무를 지시했다. 매체는 "이같은 영국 정부의 움직임이 EU가 향후 이뤄질 무역협상에 영국 어장에 대한 접근권을 논의하자고 요구가 있은 뒤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영국과 EU는 이 어장을 두고 EU의 공동어업정책(CFP)을 적용하고 있다. CFP에 따라 해안으로부터 12해리를 제외하고는 회원국들이 자유롭게 접근을 할 수 있다. 매해 12월마다 EU회원국 장관들은 각 지역에서 잡을 수 있는 물고기의 양 등을 논의하느라 실랑이가 벌어지곤 한다고 BBC는 전했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이후 1년간의 전환기간 동안은 CFP가 그대로 적용된다. 하지만 이 기간이 끝나면 독립 연안국으로서 영국은 연안으로부터 200해리까지인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대한 독점권을 갖게 된다. 영국 정부는 매해 이를 두고 EU와 논의하면서 자국 어업을 지킨다는 명목 하에 무역협상에서 또 하나의 카드로 사용되길 바라고 있다.
영국과 EU가 이처럼 신경전을 벌이는 이유는 영국 어장이 어종이 다양하고 물고기 양도 많아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덴마크, 아일랜드 등 EU 회원국들이 이 어장을 다수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BBC에 따르면 영국 어장에서 잡히는 물고기의 43%는 EU 회원국 선박에서 잡히는 것이다. 영국 선박에서 잡히는 물고기 양(32%)보다 많다. 그 외에 노르웨이(21%), 그 외 국가(4%)다. EU 회원국으로서는 영국 어장이 포기할 수 없는 요소인 것이다.
영국으로서는 자국 어업 종사자들을 외면하기 쉽지 않다. 영국 선박이 잡는 물고기를 대부분 EU로 수출되기 때문이다. 2018년 영국은 44만8000t의 물고기를 수출했으며 이 중 4분의 3이 EU 국가로 갔다. 관세 등을 올리게 되면 어업 종사자들은 직격타를 맞을 수밖에 없다. 영국 정부는 EU에 시장에 대한 접근은 어장에 대한 접근과는 별개로 다뤄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EU는 어업에 대한 협상 없이는 단일시장에 접근할 수 없다고 대응하고 있다.
다만 BBC에 따르면 영국 경제에서 어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0.1%에 불과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영국이 EU와의 무역협상에서 강점을 갖는 산업인 금융서비스 분야와 맞바꾸는 하나의 카드로 사용하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EU 회원국들이 필요로 하는 영국 어장을 내어주고 EU의 금융서비스 시장을 열어달라고 요구한다는 것이다. 영국 통계청(ONS)에 따르면 영국의 2018년 금융서비스 규모는 1320억파운드(약 203조7000억원)로 어업(7억8400만파운드)의 170배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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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의식한 듯 브루노 르 마리 프랑스 재무부 장관은 지난 6일 EU가 영국 어장에서 어업할 권리와 EU의 금융시장에 대한 접근권을 주고받아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어업에 대한 협약을 분명 맺어야 하지만 그렇게 큰 건은 아니다"라면서 영국이 EU의 금융시장에 들어오려면 EU의 규제를 따라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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