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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비말감염과 기침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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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를 쓴 환자들이 밀려든 우한 적십자 병원 복도의 모습. 저렇게 사람이 많은데 오히려 병원에서 감염되지는 않을지 걱정입니다. 하루빨리 백신이 개발되길 바랍니다. [사진=우한 AFP/연합뉴스]

마스크를 쓴 환자들이 밀려든 우한 적십자 병원 복도의 모습. 저렇게 사람이 많은데 오히려 병원에서 감염되지는 않을지 걱정입니다. 하루빨리 백신이 개발되길 바랍니다. [사진=우한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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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우한폐렴)'이 점점 확산되면서 지구촌이 비상에 걸렸습니다. 지난해 12월12일 최초 보고된 급성 호흡기 증후군으로, 아직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탓에 확산이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갑자기 생겨난 질병인 데다 번지는 속도가 너무 빨라 연초까지 질병의 명칭도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이 질병은 유행 초기 중국의 우한에서 발병한 원인 불명의 급성 폐렴 증상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한폐렴' 등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영문판 위키백과에서는 'Wuhan coronavirus'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우리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정한 병원체의 임시 명칭은 '2019-nCoV(2019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입니다. 우리 정부는 WHO가 정한 명칭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것입니다.


WHO는 2015년부터 질병의 명칭에 지명을 넣는 것을 피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낙인 효과'를 우려한 것이지요. 때문에 '우한'이란 지명은 되도록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우한폐렴'보다는 우리 정부가 사용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줄여서는 '신종 코로나' 정도로 표현하는 것이 맞습니다.


신종 코로나는 '비말감염(droplet infection, 飛沫感染)'을 통해 병균을 옮깁니다. 비말감염은 감염자가 기침·재채기를 할 때 침 등의 작은 물방울(비말)에 바이러스·세균이 섞여 나와 타인의 입이나 코로 들어가 감염되는 것입니다. 보통 비말의 크기는 5마이크로미터(㎛, 1㎛는 100만분의 1m) 이상입니다.

일반적으로 기침을 한 번 하면 약 3000개의 비말이 전방 2m 내에 분사됩니다. 비말의 숫자는 이 정도지만 비말 속의 세균 숫자로 보면 더 심각합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기침 한 번에 약 10만개의 세균이 대략 7.7m를 날아갑니다. 재채기는 더 위력적입니다. 재채기의 경우 약 4만개의 비말이 시속 300㎞가 넘는 속도로 날아간다고 합니다.

질병관리본부가 기침예절을 전파하기 위해 가수 민경훈과 함께 제작한 기침예절송 '널 만나러 가는길'의 한 장면. 기침할 땐 옷소매로 입과 코를 가려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질병관리본부가 기침예절을 전파하기 위해 가수 민경훈과 함께 제작한 기침예절송 '널 만나러 가는길'의 한 장면. 기침할 땐 옷소매로 입과 코를 가려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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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말감염을 피하려면 감염자로부터 최소 2m 이상은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결론입니다. 감염자를 알 수 없는 실생활에서 불가능한 일입니다. 게다가 에어컨 등이 바이러스를 빨아들인 뒤 공기 중에 내뿜으면 비말과 세균은 훨씬 멀리 퍼지기 때문에 비말감염은 감염자와의 거리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가 마스크를 쓰는 것입니다. 최근 미세먼지를 막기 위한 마스크들이 다수 개발된 만큼 미세먼지용 마스크를 사용하면 감염을 막을 수 있습니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최근 기침·재채기를 할 때 옷소매로 입과 코를 가리고 해야 한다는 '기침예절' 캠페인이 한창입니다. 보통 기침이 나오면 손으로 가리는데 손으로 가릴 경우 손에 묻은 비말 속 세균이 악수로 인한 접촉, 문손잡이 접촉, 공공물품 접촉 등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옮겨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손수건이나 휴지를 꺼낼 여유도 없이 기침이 나온 때는 옷소매로 입과 코를 가리라는 것입니다. 이런 기침예절 캠페인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저명 바이러스 연구자인 캐나다의 피터 린 박사는 한 방송과 인터뷰에서 "수많은 균이 묻어있는 소매에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면 소매에 묻은 균을 들이마시는 꼴"이라면서 "그런 믿음의 근거가 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습니다.


린 교수의 주장도 일리는 있습니다. 그러나 소매와 일정한 거리를 둔다면 균을 들이마시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국내 한 전문가는 "소매가 타인에게 감염될 확률이 제일 적다"면서 기침에절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습니다. 그런면에서 질병관리본부가 주도하는 기침예절 캠페인은 나름 효율적이라고 판단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기본적으로 비말감염입니다. 감염자의 기침·재채기를 통해 비말이 다른 곳으로 튀어 튄 곳에서 생존했다가 다른 사람의 손이 닿으면 옮겨가 전염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바이러스는 금속이나 플라스틱 같은 딱딱한 표면에서 더 오래 살아남고, 섬유 같은 부드러운 표면에서는 생존 기간이 훨씬 짧기 때문입니다.

비말감염 예방을 위해 질병관리본부가 전파하고 있는 기침예절. [사진=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

비말감염 예방을 위해 질병관리본부가 전파하고 있는 기침예절. [사진=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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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를 쓰거나 기침예절을 지켜야 하는 이유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타인에게 감염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입니다. 감염자가 쓴 마스크는 타액이 다른 사람의 얼굴에 튀는 것을 막고, 비감염자가 쓴 마스크는 비말이 직접 호흡기로 침투하는 것을 막아주며, 균이 묻은 손이 입이나 코에 바로 닿지 않도록 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가장 깔끔한 것은 휴지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휴지로 기침·재채기를 막은 뒤 휴지통에 바로 버리면 되니까요. 린 박사는 한국의 기침예절의 효율 여부와 상관없이 "바닥을 조심하라"고 강조했습니다. "바이러스는 길거리나 버스의 바닥, 회사 바닥 등에 잔뜩 있는데 무심코 바닥에 가방을 놓거나 하는 행위는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질병예방을 위한 가장 큰 행위는 언제나 손씻기입니다.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 이상 손씻기는 모든 질병예방의 기본입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손을 깨끗이 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입니다. 비말감염은 손으로 입과 코를 만져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신종 코로나를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백신을 맞는 것입니다. 그러나 백신이 아직 개발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아야 합니다. 손을 자주 씻고, 기침예절을 지키는 것이 나와 가족, 동료의 건강을 지켜주는 방법 아닐까요?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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