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사 말어? 그것이 문제로다"…'햄릿증후군'에 빠진 사람들
[W포럼] 온라인 쇼핑시장 변화와 선택의 역설
언제부터인가 쇼핑이 쉽지만 어렵게 느껴진다. 이런 모순된 감정은 쇼핑환경의 변화와 관련 있다. 최근 온라인쇼핑의 성장은 괄목할 만하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11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 처음으로 12조원을 넘어섰으며 이 가운데 모바일쇼핑 비중도 늘어나 약 66%를 차지했다.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제품을 쉽게 탐색하고 구매할 수 있는 편리성이 온라인쇼핑의 핵심이며 성장의 원동력이다. 특히 최근 모바일 중심의 온라인쇼핑이 한결 편리해졌다. 소비자의 관심과 취향을 분석해 맞춤형 제품을 제시하는 큐레이션 기능 강화, 새벽배송 등 배송의 편리함 개선, 앱을 벗어나지 않고 바로 결제할 수 있도록 하는 소셜미디어의 인앱(in-app) 결제 도입, 간편결제의 보편화 등은 소비자가 쇼핑에 투자해야 하는 시간과 노력을 줄여줄 수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온라인에서 접할 수 있는 수많은 제품 정보와 쇼핑 서비스는 결정 장애 혹은 햄릿증후군을 유발하기도 한다. 특히 현재 온라인 시장은 총성 없는 전쟁터라 여겨질 만큼 치열한 경쟁구도를 보이고 있다. 기존의 소셜커머스, 오픈마켓 사업자 등 이커머스(e-commerce) 강자뿐 아니라 오프라인 제조사와 유통사, TV홈쇼핑 사업자까지 뛰어들어 이제는 모든 사업자가 온라인, 모바일쇼핑에 총력을 기울이는 양상이다.
또한 원래 쇼핑 혹은 구매와 직접적으로 관련 없던 소셜미디어의 커머스화는 새로운 국면을 가져왔다. 다양한 크리에이터, 인플루언서 등이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쇼핑과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도 소셜미디어 혹은 새로운 플랫폼을 활용해 판매자 역할도 병행하는 셀슈머(sell-sumer)가 될 수 있다. 실제 1인 마켓의 급속한 성장은 온라인시장의 분화를 가져오며 극도로 세분화된 세포 단위의 시장이란 의미인 '셀마켓(cell market')을 등장을 가져왔다.
이렇듯 온라인에서 접할 수 있는 제품 정보의 양뿐 아니라 어디에서 어떻게 누구로부터 제품을 구매할지의 대안 수가 빠르게 증가함에 따라 소비자의 결정은 더 이상 쉽지 않다. 한 조사회사에서 실제 행동 데이터를 분석한 사례를 보면, 30대 전업주부 여성 A씨는 소셜커머스ㆍ오픈마켓ㆍ종합몰ㆍ홈쇼핑 등 다양한 쇼핑몰 10곳 이상에서 관련 제품을 탐색하고 쿠폰이나 포인트 혜택 정보를 수집한 후 종합적으로 비교해 10만 원대 의류를 구매했다. 특히 가격이 높고 중요한 제품, 소위 고관여 제품일수록 이러한 소비자 구매여정은 길고 복잡하다.
지난해 오픈서베이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소비자 1인당 평균 5.8개의 쇼핑앱을 설치하고 이용한다. 다양한 쇼핑서비스가 제공됨에 따라 소비자는 어느 정도 기준을 만족하는 쇼핑앱들로 구성된 일종의 레퍼토리(repertoire)를 구성하고 목적에 따라 서비스를 하나만 혹은 조합해 원하는 구매를 결정한다. 연령별, 성별, 관심사 등의 특성을 반영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쇼핑앱들도 꾸준히 개발되기 때문에 다양한 앱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모바일쇼핑은 파편화된 양상을 보인다. 3500개가 넘는 쇼핑몰을 한 번에 모아둔 지그재그(ZIGZAG)가 10대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쇼핑앱이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다양한 사업자들의 진출과 경쟁이 최근 온라인쇼핑 시장의 급격한 지형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소셜미디어를 비롯한 미디어 플랫폼의 커머스 기능 탑재, 지난해 3조5000억 원이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 국내 소비자들의 해외직구 거래액 증가 등은 미디어와 커머스, 글로벌과 국내 사업자, 국가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온라인쇼핑 시장을 정의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구분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러한 변화는 소비자에게 다양한 서비스와 대안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지만 구매 여정에서 수많은 선택과 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은 소비자에게 새로운 도전일 수 있다는 게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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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정 고려대 미디어학부·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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