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공화국의 눈물]빚 돌려막는 '사장님'…은행 자영업대출 1년 새 17조↑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주요 은행들의 자영업자 대출이 지난 1년 간 17조원 이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조적 불황과 과당경쟁으로 시장이 갈수록 나빠져 빚으로 연명하는 자영업자가 늘었다는 얘기다. 사업을 지탱하기 위한 대출이 늘면서 연체율도 가파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후행지표 성격의 연체율 증가로 은행 대출 건전성에 대한 우려 또한 높아지면서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2018년 12월 말 222조2070억원이던 KB국민ㆍ신한ㆍKEB하나ㆍ우리ㆍ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자영업(개인사업자) 대출은 지난해 12월 말 239조4193억원으로 1년 새 17조2123억원(약 7.7%) 증가했다.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은 이 기간 중 한 달도 거르지 않고 자영업 대출이 늘었다. 다른 은행들도 길게는 서너 달을 빼고 매달 자영업 대출이 증가했다. 지난해 9월 기준 전체 은행권의 개인사업자 대출은 332조3000억원으로 전년 같은 시기에 대비해 23조2000억원(7.5%) 늘었다.
7%대라는 증가율이 예년에 견줘 특별하게 높은 건 아니지만 꾸준한 증가세와 시장의 상황을 고려하면 우려할만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무엇보다 자영업 시장 기반의 약화가 우려를 키운다. 예금보험공사가 국세청 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체 폐업 자영업자 중 사업 존속 기간이 3년 미만인 비중은 2015년 53.3%에서 2017년 58.4%로 증가했다. 폐업한 자영업자 3명 중 2명은 3년도 버티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들이 빌렸던 돈은 은행 입장에서 부실채권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상대적으로 자금여력이 더 나쁜 영세 자영업자들의 상환능력 저하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지난달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연소득 3000만원 이하(대출금액 5억원 초과 제외) 저소득 자영업자의 소득 대비 이자상환부담률(연간 이자상환액 비중)은 2017년 19.6%에서 지난해 3분기말 23.9%로 상승했다.
영세 자영업자가 특히 많이 몰려있는 도ㆍ소매업, 숙박ㆍ음식업 부문을 따로 들여다보면 더욱 심각하다. KB국민ㆍ신한ㆍKEB하나ㆍ우리은행의 숙박ㆍ음식업 대출 연체율은 2018년 말 0.25%에서 지난해 3분기 말 0.29%로 올랐고 같은 기간 도ㆍ소매업 연체율은 0.32%에서 0.36%로 높아졌다.
자영업자들의 주머니는 점점 더 비어가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전체 가구의 '사업소득'은 월 평균 87만9800원으로 전년 3분기에 비교해 4.9% 줄었다. 통계청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최대 폭 감소다. 자영업자들의 대출지원 보증을 담당하는 신용보증재단중앙회가 2503곳의 자영업 사업장을 대상으로 진행한 지난해 3ㆍ4분기 기업경기실사지수(GBSI) 조사 결과 자영업자 10명 중 8명은 지난해 3분기 매출 감소를 겪으며 자금난에 시달렸다.
자영업자들의 3분기 자금사정 실적지수는 기준치(100)를 훨씬 밑도는 54.2로 전분기 대비 3.3포인트 하락했다. 81.4%는 판매 감소를 겪어 자금사정이 나빠졌다. 한은은 "저소득 자영업자의 경우 사업규모가 작고 업황부진을 견뎌낼 여력이 부족해 경기둔화시 대출건전성이 빠르게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자영업자가 개인사업자 대출을 받을 때 신용도 뿐만이 아니라 앞서 받은 가계대출을 포함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따지는 등의 방식으로 대출장벽을 다소 높이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자영업 시장이 자생력을 갖추지 못 한 상황에서 대출에 의존해 '연명'하는 구조는 시장과 금융건전성 등 모든 면에 해롭다는 판단에서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텀블러에 담아 입 대고 마셨는데…24시간 지난 후...
금융권은 이 같은 조치와 더불어 자영업시장 및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구조의 근본적인 정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규제와 중소기업 대출 확장 정책, 저금리 등이 맞물린 탓에 자영업 시장의 대출 양상이 단기간에 획기적으로 개선되긴 어렵기 때문이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