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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북한의 '연말시한'과 새로운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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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북한의 '연말시한'과 새로운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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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당 전원회의를 소집했다. 올해 4월 제7기 4차 전원회의에 이어 두 번째다. 내년 신년사 연설을 코앞에 두고 '12월 하순'으로 날짜를 지정하지 않은 채 3~4주나 앞두고 공표를 했다. 보통 전원회의는 1년에 한 차례, 최고인민회의 개최를 앞두고 이틀 전쯤 소집 날짜를 발표해 왔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전원회의 개최 자체는 모종의 '결정' '전환'을 위한 것이다. '연말시한' 내 미국의 답을 요구하는 압박의 한 수다. 한편 문을 닫지 않고 연말까진 최대한 기다리겠다는 의도도 읽힌다.


그러나 북한에선 '연말시한'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제시했다. 29년 만에 행한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서다. '연말시한'은 발화 순간부터 최고지도자의 '존엄'이자 '체면'이 되었다. 미국이 아무런 답을 하지 않는다면, 심각한 체면 손상이다. 미국 관료들이 '일방적 데드라인'으로 보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결이 다르다. 북한이 연일 '담화' 공세를 펼치는 이유다. 일종의 '총력전'이다. 연말을 넘겨 대화의 시간이 연장되려면, 김 위원장의 말을 바꿀 미국의 적극적 메시지나 조치가 있어야만 한다.

최고지도자의 말은 단순한 수사나 속임수가 될 수 없다. 하나의 메커니즘이다. 모든 관료들의 행동과 말의 근거는 지도자의 '말(방침)'로부터 나온다. '연말시한'이나 '새로운 길'과 같은 일대 '전환'을 지시하는 용어의 사용은 지도자의 '방침'과 계획 없이는 사용이 불가능하다. 금강산 관광시설 철거도 마찬가지다. 최고지도자의 지시다. 대남 기조 결정과 계획 없이 나올 수 없는 지시다. 최고지도자의 '입'과 '방침'은 오직 완수를 위한 '총력전', 존엄과 체면의 '호위'만 있을 뿐이다.


북한은 2018년 4월20일 제7기 3차 당 전원회의를 통해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보통 '경제발전 총력집중'으로 요약하지만, 더욱 심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세,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 '새로운 시대'는 '선군'의 간판을 내리고 '경제발전'을 김정은 시대의 간판으로 내걸었다. '새로운 정세'는 다방면의 국제관계 개선을 하겠다는 것이다. 2년간 총 12차례의 정상회담을 했다. '새로운 방법'은 경제개혁 조치의 가속화다. 사실상 북한식 '개혁ㆍ개방 선언'이다.


이 결정의 추진을 위해서는 다섯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이념적 노선 조정, 국가 안전보장, 강력한 중앙정부, 경제개혁, 국제교류협력 등이다. 북ㆍ미협상 교착과 대북제재가 결정적으로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북한은 정상회담들을 통해 국제사회에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다. 북한의 비핵화 전략은 첫째, 자발적 비핵화다. 강제적으로 비핵화를 당하는 형식이 아니라 자발성과 존엄, 체제인정을 수반하는 것이다. 둘째, 경제발전을 수반한 비핵화다. 비핵화가 끝난 이후 경제발전을 약속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발전과 동시에 이뤄지는 비핵화다. 셋째, 동등성과 대등성에 입각한 비핵화다. 비핵화와 안전보장과의 등가적 교환, 공정한 게임이다.

김 위원장의 비핵화 결심은 충정어린 내부의 반대들을 무릅쓴 결과였다. 김 위원장 나름대로 설득의 약속들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지난 2년 미국으로부터 '안전보장'과 '대북제재 해제'에 대해 어떤 말도 듣지 못했다. 비핵화, 연말시한, '새로운 길'은 서로 표리일체의 관계다. 모두 김 위원장의 '말'을 통해 제시됐다. 비핵화에 상응하는 조치가 제시되지 않는다면, 경제발전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다면, 지도자의 연말시한을 무시한다면, 주어진 말의 무게만큼 '새로운 길'을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12월은 '타협의 길'과 '새로운 길', 역사적 갈림길에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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