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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를 때마다 달려갔더니"…'토사구팽' 된 소부장 中企

최종수정 2019.12.09 12:29 기사입력 2019.12.09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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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부 소부장 간담회 참여기업 중
'강소기업 100' 최종후보 오른 곳 달랑 1곳
80개 후보기업 중 대기업 협력사가 47.5%
"규모 작지만 정부가 기술력 인정…정작 지원사업서 배제"

5일 서울 마포구 중소기업 DMC타워에서 '강소기업 100' 대국민 공개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5일 서울 마포구 중소기업 DMC타워에서 '강소기업 100' 대국민 공개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아시아경제 이은결 기자]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국산화 저력을 가진 강소기업으로 꼽혀 그동안 정부 간담회에 불려다녔는데 정작 핵심 지원사업인 '소부장 강소기업 100'에서 떨어졌습니다. 정부가 나서서 준비하라고 권유했던 사업인데 정부의 국산화 의지에 의문이 듭니다."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정부가 소부장 국산화를 위해 지난 8월 개최한 대·중소기업 간담회에 참석했던 반도체 소재업체 A사 대표는 최근 기자를 만나 이렇게 토로했다. 9일 관계기관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정책 논의를 함께해온 소부장 우수 중소기업들이 '소부장 강소기업 100' 사업에서 줄줄이 탈락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일본 수출규제 대응을 위해 주관한 중소기업 애로청취 간담회, 분업적 협력 생태계 조성을 위한 대·중소기업 간담회, 소부장 피칭대회 등에 참여한 21개 중소기업 중 강소기업 100 사업에 신청해 최종 후보에 오른 기업은 1곳에 그쳤다. 이 기업들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일본이 독점한 소부장 분야에서 국산화에 성공한 전례가 있거나 대체품을 개발 중인 기업들로 상용 가능성이 높은 곳들이다.


강소기업 100은 일본 수출규제를 받는 소부장 산업의 기술자립도를 높이기 위한 정책으로 '스타트업 100, 강소기업 100, 특화선도기업 100 프로젝트'의 첫 번째 과제다. 미래 신산업과 연관성이 높고 개발이 시급한 소부장 전문 중소기업을 선정해 5년간 기술개발부터 사업화까지 전 주기에 걸쳐 최대 182억원을 지원한다. 10월부터 공모를 받은 결과 1064개 신청 기업 중 80개가 지난 5일 최종 평가에 올랐다. 이중 일부를 지원대상으로 우선 선발하고 내년에 잔여기업을 추가 선발한다.


그러나 최종 후보군에 대기업 협력사들이 주로 합격하면서 지원이 더 절실한 군소기업들은 배제됐다. 후보기업 80곳 중 85%(68개)는 대기업·중견기업·공공기관 수요처의 추천기업이었고, 이중에서 대기업이 추천한 기업은 47.5%(38개)를 차지했다. 매출규모로는 100억~300억원 구간 기업이 30%(24개), 500억~1000억원 29%(23개), 300억~500억원 22.5%(18개) 순으로 많았다. 매출액 50억~100억원 기업은 10.0%(8개), 50억원 이하는 3.8%(3개)에 불과했다.

[자료=중소벤처기업부]

[자료=중소벤처기업부]


A사 대표는 "간담회 참여기업들은 '보여주기용'이었느냐"면서 "정부가 부를 때마다 달려갔더니 막상 지원사업에 뽑은 곳들은 수백억원 규모의 기업들이었다. 매출보다 국산화 필요성과 성장가능성을 중심으로 평가하겠다고 했지만 실상은 규모가 큰 기업들을 선정한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이 기업은 일본기업이 독점한 테스트·재생용 웨이퍼를 자체 개발·양산했지만 국내 대기업과의 거래가 어려워 일본 등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매출액은 100억원이 채 안되지만 국내에서 유일하게 고품질 웨이퍼를 생산하는 SK실트론에 버금가는 고도의 기술력을 갖고 있다. 현재는 자금난 때문에 연구개발이 더딘 상황이다.

사업의 지원분야가 지나치게 넓어 되레 수출규제의 직격탄을 맞는 소부장 기업들이 제외됐다는 지적도 있다. 강소기업 100 사업의 지원분야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기전자, 기초화학, 기계금속, 자동차 6대 분야 소재·부품·장비다. 반도체 소재업체 B사 대표는 "후보기업 중 수출규제 품목에 해당하는 반도체 소재기업이 보이지 않아 의아하다. 대표적으로 대일 무역적자가 가장 큰 실리콘 웨이퍼 기업이 하나도 없다"며 "규제에 해당하는 품목을 정확히 지정해서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후보기업을 선정한 전문가들의 자질 문제도 제기됐다. 후보기업 선정은 중기부가 각계 추천을 받아 꾸린 산학연 전문가 39인이 진행했다. 디스플레이 장비업체 C사 대표는 "후보기업 선발과정을 오로지 외부 전문가 평가에 의존했다고 하는데 전문가들이 소부장에 대한 개념을 덜 갖추고 온 것 같다. 국내에서 반도체, 디스플레이 부품을 납품할 수 있는 대기업은 삼성과 엘지뿐인데 두 곳을 상대로 얼마나 개발을 하겠냐고 묻는 등 생뚱맞은 질문을 하더라"고 전했다.


기업들은 내년에 추가 선발되는 강소기업은 기술력과 대체성에 더 중점을 두고 평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반도체 장비업체 D사 대표는 "이번 사업의 취지는 소규모 업체여도 강한 기술을 가진 기업을 정부가 지원·육성해서 효과를 보겠다는 것"이라면서 "그동안 소부장 분야가 특별히 보호받지 못한 상태에서 어려움에 처한 중소기업이 많은데 매출이 큰 기업들 위주로 지원을 한다면 기준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D사 대표는 "내년에 '스타트업 100' 사업도 한다지만 업력 10년, 20년 된 중소기업은 또 다시 사각지대에 놓인다"며 "일본이 수출규제를 했을 때 이를 확실하게 대체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최우선 기준으로 해서 일정 기간동안 대체를 못한다면 제재를 하고 지원했던 것을 회수하는 정책으로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강소기업 100 사업은 현재 주력사업의 안정성보다는 앞으로의 가능성이 얼마나 큰가를 갖고 전문가들이 고심해 선정했다. 매출액 기준은 없었지만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기업들 가운데 옥의 옥을 가리다보니 최고의 기업들이 뽑힌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은결 기자 le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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