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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차량공유기업의 '적전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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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차량공유기업의 '적전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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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서 자신의 역량이 적보다 모자라서가 아니라 아군이 내부에서 스스로 무너져내려 패한 경우가 많다. 적전분열(敵前分裂)이나 자중지란(自中之亂)이 여기에 해당하는 말이다. 적전분열로 망한 우리의 가슴 아픈 역사가 있다. 바로 당나라와 신라의 연합군에 무너진 고구려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고구려는 대막리지였던 연개소문의 사후 그의 아들인 남생, 남건, 남산 세 형제의 분열로 인해 당나라에 패망한다. 연개소문이 사망한 후 맏아들 남생은 대막리지가 되어 권력을 장악한다. 그런데 서기 666년 남생이 전국의 여러 지역을 순행하기 위해 평양성을 떠나며 아우 남건과 남산에게 정치를 맡겼는데, 이들을 이간질하는 자가 있어 결국 형제간에 분열이 발생한다. 남건과 남산이 평양성을 장악하자 남생은 국내성(國內城)으로 달아났고 이후 권력을 상실한 남생은 당나라에 투항한다. 당나라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이적(李勣)을 고구려 공격의 총사령관으로 삼고, 남생을 앞세워 대대적 공격에 나선다. 그리고 수도였던 평양성이 무너지면서 마침내 고구려는 소멸하고 만주와 한반도 북부의 광대한 영토는 중국에 편입된다.

최근 타다의 검찰기소를 보면 새삼 고구려의 적전분열이 오버랩된다. 이번 타다 사태는 얼핏 보면 택시와 타다의 대립으로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차량공유업계의 분열과 반목이 뿌리깊게 자리 잡고 있다.


적전분열의 1라운드는 택시와 갈등을 빚었던 카풀이었다. 지난 3월 카카오모빌리티가 참여한 사회적대타협기구를 통해 평일 출퇴근 시간 네 시간만 카풀을 허용하기로 한 타협안이 나왔다. 그러나 이 합의안은 타 카풀업체의 반발을 샀다. 카카오를 제외한 카풀 스타트업들은 합의안을 따르지 않겠다며 반발한 것이다. 이런 자중지란의 결과는 실질적 카풀의 소멸이었다. 다만 이 와중에 타다는 조용하고 급속하게 세력을 확장했다. 카풀의 위기를 기회로 삼은 것이다.


적전분열의 2라운드는 타다에 대한 택시업계의 공격에서 촉발되었다. 타다에 대한 검찰기소 이전에도 타다가 집중적으로 택시의 공격을 받는 동안 타 공유차량 기업들은 방관했다. 결국 택시업계와 국회, 정부의 공격속에 타다는 고립되었고 마침내 검찰에 기소되었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사회이고 따라서 국민의 다수의사에 반하는 정책은 수립될 수 없다. 그러나 공유차량에 대한 문제에서는 이러한 국민적 상식에 반하는 정치와 행정이 반복되고 있다. 무려 국민의 70%가 도입을 찬성하고 지지하는 차량공유 서비스가 택시업계에 의해서 저지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더욱 한심한 것은 이런 국민의 압도적 지지속에서도 지리멸렬한 차량공유 기업들이다. 카풀 저지와 다타의 검찰기소 같은 절체절명의 위기속에서도 차량공유업체들은 자신의 이해득실만 따지고 있었다.


차량공유는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대세다. 오래지 않아 한국에서도 합법화될 것이다. 하지만 정작 합법화되는 그날 한국에는 왜소하고 보잘것없는 '난쟁이들'만 각축전을 벌이는 나라가 되어 있을지 모른다. 그런 상황이 되면 한국의 차량공유 산업은 통째로 중국의 '디디추싱'에 흡수될 수 있다. 디디추싱은 중국 최대의 차량공유기업으로 기업가치는 60조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2조원의 가치를 가진 카카오모빌리티의 무려 30배나 된다. 기업 규모에서 30배의 차이가 나니 너무 쉬운 게임이 아닌가.


이렇게 되면 우리의 후손들은 훗날 이를 두고 고구려의 재판(再版)으로 부를지 모른다. 씁쓸한 현실이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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