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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Stage] 프랑스 혁명기 두 광기, 그 끝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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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연극 '당통의 죽음' 佛혁명 다른 위치 두 인물 조명
앙투아네트 '오스트리아 암캐' 비난…당통 "내가 처형당하겠네" 괴로움 토로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한 공연이 잇따라 무대에 오른다.


지난달 24일 디큐브 아트센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와 오는 27일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 무대에 오른 연극 '당통의 죽음'이 바로 그것이다. 두 작품 모두 프랑스 혁명기 실존 인물의 이름을 제목으로 내세워 혁명의 소용돌이에 휩쓸린 개인의 삶을 조명한다. 그러나 두 인물은 프랑스 혁명기의 상반되는 위치에 있었다.

마리 앙투아네트(1755~1793)는 프랑스의 왕비, 프랑스 왕 루이 16세의 아내였다. 오스트리아 공주로 태어났으나 열다섯 살 때 루이 16세와 정략 결혼했다. 마리는 프랑스혁명 지도자 조르주 당통(1759~1794)이 타파하고자 한 앙시앙 레짐(구체제)의 대상이었다.


조명하는 삶이 다르기에 두 극은 서로 다른 시선으로 프랑스혁명을 바라본다.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와 연극 '당통의 죽음'을 보는 색다른 재미다. 다루는 시대도 다르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혁명이 시작돼 그 불길이 절정으로 치달을 때까지를 다룬다. 반면 '당통의 죽음'은 혁명의 열기가 광기로 변한 이후 혁명 지도부 내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그린다. 두 극 모두 프랑스혁명의 상징 같은 '기요틴(단두대)'을 배경으로 끝난다는 점은 동일하다.

마리 앙투아네트 역의 김소현  [사진=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마리 앙투아네트 역의 김소현 [사진=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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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앙투아네트'는 주인공 마리의 캐릭터가 변하면서 1막과 2막이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1막의 마리는 철부지다. 루이가 국가 재정이 바닥났다고 아무리 하소연해도 마리는 '나와 무슨 상관이냐'라는 듯 사치를 일삼는다. 마리는 귀족들과 화려한 파티를 즐기며 예쁜 보석과 옷에만 관심을 보인다. 궁중의 화려한 파티 장면은 굶주리고 가난에 찌든 민중의 삶과 대비된다. 민중 사이에서 왕비에 대한 불만이 쌓인다. 민중은 마리를 오스트리아의 암캐라며 노골적으로 비난한다.


2막에서 마리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2막 초반 성난 민중이 베르사유 궁전을 습격하자 마리는 아이들을 지키려 애쓴다. 철부지 마리가 어머니인 마리로 성장하면서 극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화려한 무대도 더욱 빛을 발한다. 특히 마리가 성난 민중의 광기를 확인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루이와 마리가 아들 루이 샤를르, 딸 마리 테레즈와 함께 혁명정부에 의해 갇혀 있는 공간. 샤를르가 밖에 나가 놀고 싶다며 떼를 쓴다. 마리는 샤를르를 달래며 자장가를 불러준다. 잠시 후 무대 오른쪽 뒤편에서 성난 군중이 깃발과 창을 들고 달려나온다. 루이가 창밖을 보고 화들짝 놀라며 마리에게 절대 창밖을 내다보지 말라고 말한다.


루이 일가가 있는 중앙의 무대는 반 바퀴 회전하고 군중이 회전 무대를 빙 돌아 무대 정면에 등장한다. 루이가 본 창밖의 풍경이 무대 뒤편에서 앞으로 옮겨진다. 군중이 높이 쳐든 창들 사이에 시체 하나가 꿰어져 흔들린다. 머리가 잘린 시체다. 머리는 다른 사람이 든 창에 꿰여 있다. 마담 랑발(1749~1792)의 시체다. 마담 랑발은 모든 귀족이 마리를 버리고 도망칠 때 끝까지 곁에 남아 마리를 지켜준 인물이다.


환호하는 군중의 모습을 마리가 창 너머로 바라보며 절규한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짧지만 프랑스혁명의 광기를 강렬하게 보여준 뒤 마리를 단두대에서 처형하며 막을 내린다.


'당통의 죽음'은 '마리 앙투아네트'가 강렬하게 보여준 혁명의 광기 때문에 갈등하는 혁명 지도부 내부를 비춘다. 당통은 괴로워한다.


"내 뜻은 이루어졌어. 혁명이 나에게 안식을 준 거야. 하지만 그건 내가 생각했던 그런 안식이 아니었어. 난 다른 사람을 단두대로 보내기보다는 차라리 내가 처형을 당하겠네. 이제 신물이 나. 무엇 때문에 우리 인간이 서로 싸워야 하는 건가? 우린 이제 서로 사이좋게 나란히 앉아서 쉬어야 하네."


당통은 막시밀리앙 로베스피에르(1758~1794), 장 폴 마라(1743~1793) 등과 함께 프랑스혁명을 이끈 지도자다. 혁명으로 왕정은 무너지고 공화정이 수립된 뒤 당통은 프랑스 제1공화국 국가원수를 지냈다. 하지만 혁명이 지속되면서 당통은 로베스피에르와 갈등을 겪었다. 결국 로베스피에르에 의해 당통은 단두대에서 생을 마감했다. '당통의 죽음'은 당통이 단두대에서 처형되기 전 약 10일간의 이야기를 다룬다.

당통 역의 백익남  [사진= 국립극단 제공]

당통 역의 백익남 [사진= 국립극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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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통의 죽음'은 독일 대문호 게오르크 뷔히너(1813~1837)의 작품이다. 뷔히너는 24년이라는 짧은 생애 동안 희곡 세 편과 소설 한 편만 남겼다. 그러나 독일은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게오르크 뷔히너 상)에 뷔히너의 이름을 붙였다. 그에 대한 경의를 표한 것이다. 그만큼 '당통의 죽음'은 해마다 세계 어디서나 공연될 정도로 가치를 인정받는다.


국내에서는 '당통의 죽음' 공연을 보기가 쉽지 않다. 1983년과 1987년 공연되고 26년이 지난 2013년 예술의전당이 기획공연으로 무대에 올렸다. 이번 공연은 국내에서 6년 만에 선보이는 '당통의 죽음' 네 번째 공연이다.


이수인 연출가는 진지한 극을 관객들이 너무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도록 신경 썼다. 음악과 노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연설 장면처럼 다소 장황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은 각색했다. 애초 A4 용지 60쪽이 넘어갔던 대본은 40쪽 정도로 줄었다.

당통은 단두대가 설치된 혁명광장으로 끌려가면서 로베스피에르에게 "다음은 자네 차례"라고 외쳤다. 당통의 저주는 현실이 됐다. 로베스피에르는 당통이 죽은 이듬해 단두대에서 처형됐다.


마라는 샤를로트 코르데(1768~1793)라는 여성에게 피살됐다. 신고전주의 화가 자크 루이 다비드(1748~1825)는 마라의 피살을 그림으로 그렸다. 그 유명한 '마라의 죽음'이다. '당통의 죽음'에서 당통은 말한다. "요즈음 예술가들은 자연을 다비드처럼 다루고 있지"라고.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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