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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보안 '컨트롤타워' 없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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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기술 유출, 눈뜨고 당한다]3. '기술유출=국익유출' 해외 산업보안은

국정원·중기부·산자부 등
부처별로 기능 흩어져
기술유출 조사·수사기관도 혼재

美 NSC 주축 정책 수립
독일·일본도 컨트롤타워·전담대응기관 운영

산업보안 '컨트롤타워' 없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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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우리나라 산업 보안의 가장 큰 문제로 전문가들은 '컨트롤타워' 부재를 지적한다. 관련 기능이 산업통상자원부ㆍ중소벤처기업부ㆍ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각 정부 부처를 비롯해 국가정보원, 지방자치단체에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각 기관에서 기업을 위한 산업 보안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음에도 실질적 효과를 거두는 데 한계가 있다. 신현구 중부대 경찰경호학부 교수는 "중소기업 수와 비교하면 개별적 지원 사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기술 유출 발생 시 조사ㆍ수사기관이 다른 것도 혼란을 부추긴다. 국정원ㆍ검찰ㆍ경찰 등 수사기관을 비롯해 특허 등 지식재산권(IP) 관련은 특허청 특별사법경찰이, 방산 기술은 군사안보지원사령부(옛 국군기무사령부)가 담당한다. 여기에 중기부에서도 중소기업 기술 침해 행위를 조사하고 있다. 명확한 컨트롤타워가 없을뿐더러 대응마저 중구난방인 셈이다.


그렇다면 해외 '기술 선진국'의 산업 보안 정책 수립과 유출 시 대응은 어떻게 이뤄질까. 미국ㆍ일본ㆍ독일의 산업 보안 정책은 '톱다운(top downㆍ위에서 아래로)' 또는 '보텀업(bottom upㆍ아래에서 위로)' 등 방식의 차이가 있지만 큰 틀에서 컨트롤타워가 존재한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기술 유출을 '국부 유출'과 동일시하고 철저한 정책 수립을 통해 보호하려 하는 점도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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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축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국방부ㆍ재무부ㆍ상무부 등을 통해 산업 보안의 기획ㆍ관리부터 집행ㆍ대응까지 하는 톱다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기술 유출이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는 인식이 반영돼 있는 것이다. 이렇게 수립된 연방정부의 정책은 하위 행정기관으로 전달된다.

특히 미국은 국가기밀 산업기술이 외국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확고한 '국가 산업 보안 프로그램(NISP)'을 1993년부터 시행 중이다. 26년이 지난 현재까지 확대ㆍ수정하며 큰 틀을 유지하고 있다. 총 11장으로 구성된 NISP 매뉴얼은 보안 점검ㆍ교육ㆍ인가 등 기본적인 내용부터 기밀 보호ㆍ하도급 계약ㆍ자동화 시스템 보안 등 세부적인 사안까지 꼼꼼하게 다루고 있다. 기술 유출에 대한 대응도 국가방첩관실(ONCIX)ㆍ연방수사국(FBI)ㆍ중앙정보국(CIA) 세 기관이 상호 연계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일본은 미국과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르다. 일본의 산업 보안 정책은 관계 각료와 민간 전문가가 함께하는 '지적재산전략본부'를 통해 기획ㆍ수립된다. 이는 경제산업성 및 각 행정 부처로 내려져 집행된다. 톱다운 방식인 것은 미국과 같지만 정책 수립에 민간 전문가가 주체적으로 참여한다는 데서 차이가 있다.


2002년 창설된 일본 지적재산전략본부는 3년 주기의 '지적재산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산업 보안 정책을 지속적으로 발전ㆍ확대해오고 있다. 이와 함께 2008년부터는 우리나라 국정원에 비견되는 내각정보조사실 내 '카운터인텔리전스센터'를 신설하고 산업 기술 유출에 대응하고 있다. 센터에서는 기업 비밀 취급자에 대한 정기적 연수 등 교육과 경제방첩 활동 등을 수행한다.


독일은 미국ㆍ일본과는 다른 방식으로 컨트롤타워를 구성했다. 전체적인 정책 집행은 연방정부에서 하지만 정책을 기획ㆍ수립하는 과정은 사실상 민간이 주도한다. 독일연방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민간 경제단체들이 1993년 조직한 산업 보안 협의체 '연방산업보안협회'가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이는 정부ㆍ정보기관 차원에서는 민간 경제 스파이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연방산업보안협회가 산업 보안과 관련된 각종 정책을 기획ㆍ수립하고 연방정부에 자문하면 헌법보호청ㆍ연방정보기술보안청 등 정부기관이 이를 집행하게 된다. 보안 전문 인력 양성도 연방산업보안협회와 상공회의소 등 민간 단체가 주도한다. 정책에서 민관의 역할을 분리해놓은 것이다. 아울러 기술 유출 수사는 경찰이 전담한다. 다만 연방수사청과 각 주 경찰의 수사 분야가 확실히 구분돼 있다. 연방수사청은 국익에 관련된 경제 스파이 행위 등 범죄에 대응하고, 기업 간 스파이 활동은 각 주의 경찰이 수사한다.


미국ㆍ일본ㆍ독일의 사례에서 살펴보듯 기술 선진국들은 산업 보안에서 세칙에는 차이가 있지만 명확한 컨트롤타워가 있고 유출 시 대응ㆍ수사 기관이 확실히 정해져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차이를 보인다. '기술강국 코리아'를 외치는 우리나라가 아직 산업 보안에서는 갈 길이 멀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장항배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교수는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한 컨트롤타워의 조정과 생성이 시급하다"면서 "수사ㆍ조사기관의 단일화, 전담 법원 등의 전문화ㆍ조직화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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