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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 수십번 날갯짓 '벌새' 우리시대 소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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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여성영화제 '고양이를 부탁해' 정재은 감독과 '벌새' 김보라 감독의 만남

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 영화관에서 정재은 감독과 김보라 감독이 만났다. (제공=서울국제여성영화제)

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 영화관에서 정재은 감독과 김보라 감독이 만났다. (제공=서울국제여성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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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영화감독 김보라와 정재은이 만났다. 두 감독의 만남은 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프로그램 중 감독 대 감독이란 코너에서 '고양이, 벌새와 만나다'라는 타이틀로 성사됐다. 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 영화관에서 둘은 처음 만났지만 낯설지 않았다.


정 감독의 첫 질문은 영화 제목을 '벌새'로 지은 이유였다. 김 감독은 "벌새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새인데 새의 존재를 알게 됐을 때 제목으로 쓰고 싶다 생각했다"며 "작은 몸으로 꿀을 찾아 날아다니는 여정이 은희가 포기하지 않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절망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모습과 닮았다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벌새는 성수대교가 무너진 1994년을 배경으로 중학교 2학년 은희가 힘차게 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어진 질문은 배우 박지후가 연기한 주인공 은희에 대해서였다. 정 감독은 "은희가 중학생이고 어린 소녀이지만 내면에 폭발할 것 같은 에너지, 욕도 잘 하고 캐릭터가 입체적인 에너지를 굉장히 잘 잡아냈다 생각한다"며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게 됐는지 설명해달라"고 했다.


이에 김 감독은 "기존의 영화들에서 여중생과 여고생들이 전시되는 방식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며 "교복을 입고 '까르르' 웃거나 화사한 이미지로 재현되는데 저는 중·고등학생 때 이 세계에 환멸 같은 것을 동시에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서울대 가라'하는 어떤 식의 삶을 살아라 하는 주입이 처음 있었는데 제가 경험한 학교와 사회는 그렇게 '샤방'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김 감독은 "폄하의 뜻으로 쓰이는 '소녀감성'이란 단어가 있는데 과연 나에게 그 시절 소녀감성이 있었냐고 물어보면 실제로 전혀 없었다고 답할 수 있다"며 "영화 안에서 제대로 된 여자 중학생, 여자 사람을 묘사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영화의 핵심 소재는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다. 김 감독은 "성수대교가 무너지는 날, 사고를 피했다 하더라도 우리 안의 어떤 것이 죽은 날"이라며 "그 후에도 많은 재난들이 한국에 있었지만 피해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마음 속에 (무엇인가) 죽는 경험을 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그는 성수대교 사건을 다시 조사하다 다리가 잘려진 사진을 보고서 가슴이 너무 아팠고 신체적 통증을 느꼈다고 했다. 김 감독은 "몇 십 년 전의 일인데도 나에게 아직도 몸의 기억으로 다시 찾아온다는 것이 놀라웠고 또 우리에게 기억하고 싶지 않지만 몸으로 기억하고 있는 사건들이 얼마나 많을 것인가" 반문하며 "살아서 돌아왔지만 모두가 어딘가 진 느낌, 여전히 절망적인 그런 느낌을 영화 속 장면에 넣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한 관객이 '어른이란 어떤 것일까'라고 묻는 말에 김 감독은 "정말 어려운 질문"이라며 한참을 생각한 다음 "결론을 짓지 않고 자신의 무지를 아는 것. 판단·분별하지 않고 각자가 모두 개별적 세계를 갖고 있다는 것을 존중하는 게 어른 아닐까"라고 답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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