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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경제전쟁과 손자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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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글로벌 경제는 국가 간의 갈등 수준을 넘어 전쟁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그렇고, 한국과 일본이 그렇다. 경제 전쟁은 군사 전쟁과는 다르지만 비슷한 면도 많다. 경제 전쟁이건 군사 전쟁이건 전략이 중요하다. 아마도 지난 2000여년간 전략에 관한 한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손자병법'일 것이다. 지금도 '손자병법'을 읽다 보면 국가 간의 경제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이나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군사 전쟁과 마찬가지로 경제 전쟁도 시작하기 전에 여러 여건을 종합해보면 승패를 예견할 수 있다. 정당한 도덕적 명분을 근간으로 국민 여론이 단합되고, 국제적 지원을 비롯한 유리한 여건의 조성하에 탁월한 인물들이 적절한 외교적ㆍ경제적 수단을 활용해 경제 전쟁을 지휘한다면 이길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도덕적 명분이 미약해 국민 여론이 분열되고 국제적 지원이 없거나 미약한 상황에서 무능하고 부패한 자들이 경제 전쟁을 지휘한다면 이길 리가 없다. 또한 '손자병법'은 경제적으로 상대방에게 더 큰 손해를 입히고 내 손해를 최소화하는 식으로 이기는 것보다 외교를 통해 갈등을 해결함으로써 둘 다 손해를 보지 않는 것이 더 나은 전략이라고 한다. 싸우지 않고 이길 수 있는 길도 모색해야 한다.

만약 불가피하게 경제 전쟁을 해야 한다면 반드시 이겨야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을 잘 세우는 일이다. '손자병법' 첫 번째 편의 제목은 '계획(計)'이다. 그 계획은 이길 수 있는 여건을 미리 만드는 계획이다. 치밀한 사전 준비 없이 무턱대고 경제 전쟁부터 선포하면 이길 수 없다. 충분한 계획을 통해 준비해둔 묘책이 많으면 승리하고, 묘책이 적으면 승리할 수 없다. 또한 경제 전쟁도 감정적으로 시작해서는 안 된다. 특히 국익 차원에서 이로울 게 없다면 경제 전쟁도 하지 않는 것이 낫다.

경제 전쟁을 할 때도 정보가 중요하다. 충분한 정보 수집을 통해 상대방을 알고 나를 알아야 한다. 그 전제하에 상대방이 예상하지 못한 곳에 공격을 가하고, 상대방이 나를 알지 못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까운 곳을 노리면서 먼 곳을 노리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먼 곳을 노리면서 가까운 곳을 노리는 것처럼 해야 한다.


경제 전쟁도 가능한 한 단기간에 끝내야 하며 장기화해서는 안 된다. 질질 끌면 무기는 둔해지고, 사기가 꺾여 성을 공격해도 힘만 소진된다. 재정이 바닥나면 다른 제후들이 그 피폐함을 틈타 일어난다. 미ㆍ중 간의 무역 전쟁이나 환율 전쟁, 한ㆍ일 간의 경제 전쟁도 장기화돼서 좋을 일이 없다. 전쟁을 오래 끌어서 나라에 이로운 경우는 아직 없었다.


일본과의 경제 전쟁이 점점 심화되고 있는 것 같다. 전쟁은 정신력만으로 이길 수 없다. 무기만으로 이기는 것도 아니다. 전략과 전술이 중요하다. 국민의 단합된 의지, 지도자의 리더십,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도덕적 정당성 등도 중요하다. 되도록이면 외교를 통해 상처받지 않은 채 갈등을 치유해야 했다. 하지만 이미 경제 전쟁이 벌어졌다. 이제는 경제 전쟁에서 이기는 길을 강구해야 할 때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정부가 충분히 이길 수 있는 방안을 갖춰놓고 경제 전쟁을 시작했다기보다 경제 전쟁을 해가면서 이길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는 것이 아닌지 불안하다. 또 하나, 단기에 끝나지 않고 장기화될지 모른다는 불안도 크다.

'손자병법'에는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수많은 요소가 등장한다. 하나하나가 중요하긴 하지만 어느 한 가지 요소의 절대 우위는 부정한다. 글로벌 정치ㆍ경제 구조의 흐름 속에서 천시(天時)와 지리(地利)를 잘 파악하고, 우리가 갖고 있는 시스템을 총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치밀한 전략을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경제 전쟁도 시스템으로 맞서야 한다. 정신력과 의지만으로 경제 전쟁에서 이길 수는 없다.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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