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윤경 기자] 지병을 앓던 아내가 피를 토하며 쓰러졌음에도 신고조차 하지 않고 방치해 숨지게 한 30대 남성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22일 인천지법 형사12부(송현경 부장판사)는 유기치사 혐의로 구속기소 된 A(38)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 씨는 아내가 집에 들어온 뒤 15차례 피를 토하는 모습을 지켜봤고, 119를 불러 달라는 요청을 들었는 데다 스스로 인공호흡까지 하는 등 위험한 상황을 충분히 인식했다"며 그에게 유기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해자가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해 저혈량 쇼크로 사망했고 처음 피를 토했을 때부터 사망 이전까지 2시간이 걸렸던 점 등을 미뤄봤을 때 유기와 사망 간 인과 관계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A 씨가 주장한 심신미약에 대해선 "10년 이상 직장생활을 했고, 범행 당시 동기에 대해 명확히 진술한 점에 미뤄볼 때 인정할 수 없다"판단했다.
A 씨는 지난해 8월6일 오후 11시5분께 자택에서 쓰러진 아내 B(44) 씨를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B 씨는 평소 간 경화와 식도정맥류 질환을 앓고 있었으며, 이날 갑자기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그러나 A 씨는 이를 방치한 채 119에 신고조차 하지 않고 회사에 출근한 것으로 조사됐다. B 씨는 쓰러진 지 3시간여 만에 식도정맥류 파열과 이로 인한 출혈로 숨졌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고의로 방치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시신 부검 결과를 토대로 범죄 혐의가 없다고 보고 이 사건을 내사 종결하려 했다.
이후 검찰은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넘겨받은 뒤, B씨가 다니던 병원 의사에게 "응급조치를 했다면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을 받는 등 보강 수사를 거쳐 A 씨를 구속기소 했다.
조사 결과 당시 A 씨는 숨진 아내를 안방 침대에 둔 채 회사에 출근했으며 퇴근 후 B 씨 가족들에게 알린 것으로 드러났다.
A 씨는 검찰 조사에서 "119에 신고하면 병원비도 많이 나오고 다시 병원에서 간병을 해야 하는 게 싫었다"고 뒤늦게 자백했다.
김윤경 기자 ykk02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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