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日백색공포에 '초비상경영체제'
[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이은결 기자] 일본의 백색 공포가 국내 기업들을 덮쳤다. 가늠조차 하기 어려운 공포감에 기업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수출이 곧 생존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42%(2018년 기준)에 달하는 수출은 경제성장의 엔진이다.
기업들은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안보상 수출심사 우대국) 한국 배제 조치에 초비상경영체제로 돌입했다. 전체 수출에서 일본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에 불과하지만 반도체 핵심 소재에 이어 기계, 부품 공급이 장기간 끊길 경우 가뜩이나 휘청이는 국내 산업 경쟁력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감에서다.
◆최악 상황 대비하는 대기업=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LG화학 등 국내 기업들은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되면 1100여개 품목에 대해 강화된 수출 규제가 적용되는 만큼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기업들은 이번 배제 조치가 수출 봉쇄는 아니지만 절차와 시간 지연 등의 부작용이 뒤따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예컨대 기업들은 대상 품목을 수입하기 위해서는 건건이 일본 부품으로 만드는 제품을 어디에 사용하고 어디에 팔지를 증명해야 한다. 일본 정부가 임의대로 판단해 수출 허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 주력 산업 업종 대부분이 규제 영향권에 들게 돼 후폭풍은 예상조차 하기 어렵다.
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1일 일본 정부가 반도체ㆍ디스플레이 핵심 부품 수출 규제를 발표했을 때부터 가장 우려하던 일이 현실이 됐다"며 "기업들은 일본의 규제 범위와 방식에 따라 몇 달 안에 공장을 세워야 할지도 모르는 최악의 상황까지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들은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선제적이고 즉각적인 대응 체제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삼성전자는 반도체ㆍ디스플레이 부문에서 스마트폰, TV, 가전 등 전 주력 제품으로 피해가 확산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요 사업 부문의 현황에 대한 상시적인 보고ㆍ협의 체계를 구축했다.
현대차 등 다른 기업들의 최고경영진도 임원들과 실무진으로부터 매일 일본의 수출 규제와 관련한 현안 보고를 받는 동시에 수시로 회의를 소집해 실시간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등 경제단체들도 일본 정부에 대해 민간 영역인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한편 향후 미칠 파장에 대한 재계 차원의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함에 따라 한국 경제계는 양국 간의 협력적 경제 관계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한다"며 "일본 정부가 갈등을 넘어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中企, 생산ㆍ매출ㆍ이익 트리플 악재= 중소기업들도 생산, 매출, 이익에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소재 관련 중소기업의 경우 10곳 중 6곳이 6개월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밝힌 상황이다. 중소기업에 하반기가 '생존의 보릿고개'라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반도체 소재를 생산 중인 한 중소기업 임원은 "전략물자에 포함된 일부 부품은 물량 수급이 30%만 줄어도 공정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며 "짧은 시간 내에 기술을 따라잡기도 어려워 엔지니어들도 답답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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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에 이어 2차 규제 타깃으로 지목된 기계 분야 중소기업들의 걱정은 더욱 크다. 수처리 설비 전문 업체 디에이치의 대표를 맡고 있는 구자옥 기계공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기계업계에서 이 상황이 장기화되면 외환 위기 때보다 더 어려운 경제 파탄이 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은결 기자 le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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