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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염, 이제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을 것"…소금보다 짠 염부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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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국내생산 75% 차지…어가 65%가 생산포기도
생산량 70% 김장철 쓰는데 중국 절임배추 저가공세

"천일염, 이제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을 것"…소금보다 짠 염부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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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천일염 생산 원가가 20㎏ 한 포대에 6000원인데 지금 2000원대 초반에 팔립니다. 인건비의 50%도 건지지 못하고 있어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어서 생산을 중단했지만 국민들의 중요한 먹거리인데 죄송하고 송구스러워서…."


한평생 염전 위에서 뙤약볕과 싸워온 염부(鹽夫)는 '생산 중단' 얘기가 나오자 소금보다 짠 눈물을 쏟아냈다. 목이 멜 정도로 울먹인 박형기 신안천일염생산자협의회장은 28일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국민들께 죄송해 오늘부터 생산을 재개했지만 막막하기 그지없다"고 털어놨다. 먹고 살아야 하는 생산자의 처지와 국민의 필수품인 소금을 만든다는 자부심 사이의 아슬아슬 줄타기가 국내 최대 천일염 생산지 전남 신안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국내 천일염 생산의 75%를 차지하는 신안군 어가들이 가격 폭락을 견디지 못해 지난 16일 천일염 생산과 판매 중단에 들어간 지 10여일 만에 생산을 재개했다. 신안군 증도에서 태평염전을 운영하고 있는 박 회장은 "3대에 걸쳐 염전을 지켜왔지만 요즘처럼 힘든 적은 처음"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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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신안산 천일염 가격은 2011년 이후 1㎏당 300원선인 생산원가를 한참 밑도는 수준에서 도매가가 형성돼 있다. 2017년에는 1㎏당 151원이었다가 지난해에는 142원으로 떨어졌고, 올해는 100원 이하로 하락했다. 천일염 가격이 급락하면서 염전 허가 폐지 신청도 이어지는 추세다. 신안군의 염전 허가 면적은 2017년 2832㏊에서 지난해 말 2801㏊로 감소했다.


천일염 재고량은 2015년 6만8765t에서 2019년 6월 기준 25만2495t으로 약 3.7배 급증했다. 정부가 매년 천일염 가격안정을 위해 비축수매를 실시하고 있지만 연간 3000~6000t 규모 금액으로는 20억원 안팎이라 어가에 실질적 도움이 되기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박 회장은 현재 신안군 천일염 생산 어가들의 65%가 생산을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도 천일염 생산을 뒤로 한 채 사태 해결을 위해 국회와 지방자치단체로 뛰어다니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가격 하락의 가장 큰 요인은 중국산 천일염의 저가 공세다. 중국산 절임배추가 대표적이다. 천일염의 70%가량이 김장 때 소비되는데 중국산 절임배추가 대량 수입되면서 판매에 악영향을 주고 있어서다. 박 회장은 "중국산 천일염이 수입된 뒤 절임배추용 등으로 대량 소비되고 있다"며 "외국산을 수입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유통 과정에서 중국산임을 명확하게 밝혀 달라는 것"이라고 읍소했다.


산업이 붕괴 상태인데도 정부가 일관된 정책을 내세우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한 부처에서는 천일염 생산 발전을 위해 어가들에 빚을 내 생산설비를 최신형으로 교체하라고 했는데 다른 부처에서는 대대적으로 저염식을 홍보했다"며 "허가제로 이뤄지는 천일염 산업을 정부가 보호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어가들이 정부 정책에 따른 생산설비 교체로 대규모 빚을 지고 있는 상황에서 천일염이 생산원가 이하로 하락하자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고도 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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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올 2월 '제2차 소금산업진흥 기본계획(2019~2023)'에 따라 천일염 고부가가치화와 수급관리역량을 높이기 위한 '천일염산업 발전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정책에도 가격 하락세를 막지는 못했다. 어가들이 더욱 강력한 정부정책을 요구하는 이유다.


천일염 가격 폭락으로 신안군 어가들이 소금 생산을 완전히 포기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태양광 등 각종 개발 사업, 토지 임대 방식으로 염전들이 전환되고 있는 것. 박 회장은 "현재 염전의 30% 정도가 태양광 사업 등으로 전환을 한 상황"이라며 "2022년쯤에는 60% 이상의 염전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 회장은 염전 산업 자체가 고사상황이며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점이 가장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염전 산업은 한 번 망가지면 복구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이 상태라면 우리 발효식품 문화의 중요한 한축인 천일염을 다음 세대는 교과서나 박물관에서 보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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