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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박정림 KB증권 대표, 고객·직원에 귀 기울이는 CLO

최종수정 2019.07.03 11:26 기사입력 2019.07.03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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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아니라 CLO(Chief listening officer)
여성임원 불모지 증권업계서
런치데이·메신저 소통 등
수평 조직문화 정립 힘써
여가부와 성별균형성장 협약
女리더 비율 20%까지 확대키로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주량은 소주 한 병 반? 술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보다 술자리를 좋아하고, 술자리보다는 그 자리에 함께 있는 사람들을 더 좋아합니다."


내숭은 제로, 솔직함을 무기로 한 사교성은 100%인 최고경영자(CEO)가 있다. '사장'이라는 권위는 내려놓고 스스로를 낮추면서 주변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박정림 KB증권 대표 이야기다. "제가 키가 작아서 그러니 일단 앉아서 말씀 나누시지요"라고 운을 떼는 식이다.


그의 마법은 이때부터 시작된다. 그와 마주보며 대화하는 순간, 상대방은 어느새 꽁꽁 닫아놨던 빗장을 활짝 열어놓고 장르를 넘나드는 마음 속 얘기까지 나누게 되기 때문이다. 대화 보따리를 풀어놓도록 하는 매력은 어디서 나올까. 여성임원 불모지인 증권업계에서 '첫 여성 CEO'가 된 그가 취임 이후 줄곧 강조하는 말이 있다.


"CEO는 최고경영자(Chief executive officer)이기 이전에 고객과 직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Chief listening officer)이다."

[사람人]박정림 KB증권 대표, 고객·직원에 귀 기울이는 CLO


취임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미 'Chief listening officer'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의 전문분야인 자산관리(WM) 영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전국 지점으로 직접 발품파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영업은 곧 사람'이라는 철칙 때문에 대표가 돼서도 책상에 앉아있는 시간보다 각 지점을 순방하며 직원을 독려하고, 고객을 만나 인사나누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덕분에 KB증권의 WM자산은 지난해 말 20조4000억원에서 올 1분기 말에는 23조4000억원으로 성장했다. WM부문 수익이 1분기 실적을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기존의 보고서 형식도 업무의 신속성과 효율성 제고를 위해 싹 바꿨다. 간략한 사항은 구두로 보고하거나 사내 메신저로 바로바로 대응하도록 했다. 특히 KB금융그룹의 메신저 리브똑똑(Liiv TalkTalk)으로 부장급은 물론 팀장급 직원들과도 자유롭게 소통하고 있다. 보고서는 외형보다는 핵심내용 중심으로 '원 페이지(one-page)'를 추구하는 한편 회의는 사전에 회의자료를 공유하고 아이디어를 모아 짧은 시간 내 명확한 결론을 도출하도록 하고 있다.

박 대표를 비롯해 지점PB, 상품관련부서, 컴플라이언스 및 IT, 고객센터 등 본사 및 지점 직원들이 참석하는 '규제 개선 간담회'도 진행 중이다. WM부문 영업 활성화를 위해 지점에서 느낀 애로사항, 고객 건의사항 등 현장 목소리를 참고해 전사적으로 영업을 지원하기 위해 새롭게 만든 제도다. 지난 4월 간담회를 실시한 이후에는 금융상품마다 상이하거나 명확하지 않은 서류를 표준화해 현장에서 고객들에게 보다 원활한 응대가 이뤄질 수 있도록 개선했다.


이밖에도 '아이디어 보드(Idea Board)'를 운영, 주니어 직원들의 창의적인 시선을 바탕으로 회사 제도와 조직문화를 바꿀 수 있도록 참신한 아이디어를 받도록 했다. 또 지난 1분기에 나온 아이디어 중 매월 랜덤 매칭된 다른 부문ㆍ본부 직원과 점심식사를 하며 조직 이해도를 높이는 '런치데이'를 실시하고 있다.


꼬리표처럼 붙어다니는 '증권가 첫 여성 CEO'라는 타이틀은 박 대표에게 부담이 될 법도 하지만 오히려 본인 재임기간동안 더 많은 여성 후배들이 일과 가정 사이에서 어느 것 하나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애쓰고 있다. 박 대표 본인이 '워킹맘'으로서 이미 겪어봤기 때문에 여성 후배들의 경력단절 방지에 더욱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지난 6월에는 여성가족부와 '성별균형 포용성장 파트너십' 자율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부점장급 이상의 여성 리더 비율을 올해 13%에서 2020년 15%, 2022년 20%까지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여성 신입채용도 확대하고, 여성집행임원 선임과 경영진 후보 중 여성비율을 늘리는 등의 노력도 동시 진행하기로 했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워라밸(Work-life balance)' 향상에 중점을 둔 결과, KB증권의 여직원 근속연수는 14.6년으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박 대표는 "금융산업은 업무강도가 높아 일과 삶의 균형이 필요한 대표적인 업종"이라며 "수평적 조직문화와 여성이 일하기 좋은 일터 조성을 통해 직원 만족도를 높이고 우수한 인재들이 자발적으로 오고 싶어하는 회사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해현경장(解弦更張). 박 대표는 올 취임사에서 '거문고의 줄을 풀어 다시 조율하고 고쳐 매다'는 뜻의 사자성어를 제시하며 팽팽한 거문고 현과 같이 기본에 충실한 자세와 긴장감을 가지자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거문고 현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선율을 이루듯이 조직 간의 협조와 시너지 또한 가질 것을 덧붙였다. '비슷함이 아닌 비범함'을 내세우는 박정림호(號) KB증권이 주목되는 이유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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