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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을 기다렸다"…'직장 내 괴롭힘 금지' 시행에 시작된 '을의 반란'

최종수정 2019.07.03 11:16 기사입력 2019.07.03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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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6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개인 심부름·성차별 괴롭힘에 시달리던 직장인들
메신저 스크랩·전화 녹음…SNS통해 정보 공유도
중간에 낀 상사들 "위에서도 아래서도 눈치"

"이날을 기다렸다"…'직장 내 괴롭힘 금지' 시행에 시작된 '을의 반란'

[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유통업계에서 일하는 4년차 직장인 전모(31)씨는 최근 직장 상사 박모(40) 차장과의 메신저 대화내용을 스크랩해두기 시작했다. 업무 특성상 외근이 많은 전씨에게 박 차장은 30분에서 1시간 간격으로 위치를 캐묻거나, 외근 후 복귀 시 본인이 개인적으로 필요한 물품을 사오도록 시키는 등 갑질을 일삼았기 때문이다.


전씨는 "혹시라도 내가 놀고 있으면 어쩌나하는 생각으로 시도 때도 없이 위치를 묻는데 당하는 입장에선 아주 고역"이라며 "본인이 마시고 싶은 커피는 부하직원을 시키지 말고 제발 본인이 사서 들어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씨는 박 차장의 갑질이 반복될 경우 그동안 모아놓은 증거물을 회사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달 16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개정) 시행을 앞두고, 직장인들이 자신을 괴롭히던 상사에게 반격하기 위한 준비에 나서기 시작했다. 상사와 대화할 때 녹음을 해 괴롭힘 증거물을 수집하는 등 '을의 반란'이 시작된 것이다.


개정되는 근로기준법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금지한다. 또 회사가 신고자에게 불이익을 줄 경우엔 사용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남자 직원에게만 무거운 짐을 나르게 시킨다거나 여직원에게만 커피 등 다과를 챙기도록 하는 행위는 업무와 관계가 없는 '젠더 괴롭힘(성차별 괴롭힘)'에 해당된다. 회사는 괴롭힘 신고가 접수되면 반드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직장 내 괴롭힘 유형은 16가지로 ▲개인사 소문내기 ▲음주ㆍ흡연ㆍ회식 강요 ▲욕설ㆍ폭언 ▲지나친 감시 등이다.

이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활용하는 방법을 논의하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최근 "상사의 괴롭힘에 죽고 싶을 정도인데 내선 전화로만 괴롭혀 증거를 수집할 방법이 없다"고 호소하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이에 '내선전화 녹음기를 따로 판매하니 구매해라', '녹음할 수 없다면 일지 형식으로 적어놔라' 등의 조언이 이어졌다. 또 "16일이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며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을 반기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반면, 모두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상사의 위치에 있는 이들은 "후배직원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는 보상받을 길이 없다"고 토로한다. 7년차 직장임 임모(34)씨는 "후배가 업무를 엉망으로 처리하더라도 지금도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어 제대로 화도 못 낸다"며 "앞으로 법이 시행되면 나와 같은 연차의 직원은 위에서도 아래에서도 치이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직장인 12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64.3%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적 있다고 응답했다. 갑질을 일삼은 상대방으로는 '직속 상사, 사수, 팀장'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51%로 가장 많았다. 또 퇴사자들은 '퇴사의 결정적 이유'로 '상사 갑질'을 꼽았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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