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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베트남 자동차산업, 혁신을 시동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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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광팬의 한 사람으로 세계 무대에 새로운 자동차 메이커가 등장한 것을 축하합니다." '메이드 인 베트남' 빈패스트(Vin Fast)는 지난해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18 파리 국제모터쇼'에서 영국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의 축하 속에 데뷔했다.

이후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난 17일 베트남 하이퐁 딥씨 산업단지 내 320㏊ 규모의 빈패스트 공장에서 생산된 소형 해치백 '파딜'이 고객에게 처음 인도됐다. 독일 오펠의 차체에 1.4ℓ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이 차량의 가격은 1만6000달러(약 1853만원)대. 수입차 평균 가격 2만5000달러 대비 경쟁력을 확보하며 연간 약 43만대 규모인 베트남 내수시장에서 진검승부를 벼르고 있다.


베트남의 자동차산업 혁신을 향한 발걸음이 빠르다. 독립전쟁, 내전, 연이은 세계 최강대국들과의 전쟁 속에 전 국토가 폐허로 뒤덮인 지 40여년. 베트남은 이제 시가총액 1위 빈그룹을 앞세워 '제조업의 꽃', 자동차산업에 신속히 진입하고 있다. 미국, 유럽에서 스카우트한 인재들을 핵심 경영진에 앉혔고 통상 36~60개월 걸리는 생산 라인 준비를 21개월 만에 끝냈다. 빈패스트가 생산한 전기스쿠터, 전기자동차는 전국 망의 빈마트 매장에서 이미 소비자들과 만나고 있다.

완성차뿐만이 아니다. 올해 4월에는 빈패스트-LG화학의 배터리 생산 합작사가 같은 단지 내에 설립됐다. LG화학의 기술을 바탕으로 생산되는 리튬이온 배터리 팩은 전기스쿠터를 시작으로 전기차로 차츰 시장을 넓혀갈 예정이다. 베트남 정부는 올해 초 현대차 등 반조립제품(CKD) 기반으로 진출한 외국 완성차업체를 불러 부품 국산화율 40%를 주문하는 등 고삐를 바짝 죄고 나섰다.


베트남자동차산업협회(VAMA) 및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18년 베트남 자동차시장은 약 43만대 규모로, 4년 전의 약 23만대 대비 88% 증가했다. 성장의 주원인으로는 연평균 7%에 가까운 성장세의 1인당 국민소득이 우선 꼽힌다. 지난해 2587달러이던 1인당 소득은 2025년 4500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 산업무역부는 인구 1000명당 23대 규모인 자동차 보유 성향이 1인당 소득이 3000달러를 넘어서면 그 두 배인 50대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인구 증가, 안정성과 편의성을 중시하는 라이프스타일의 확산 역시 오토바이 4600만대 보유국 베트남을 탈(脫)오토바이-자동차 사회로 빠르게 이끌 전망이다.


주목할 점은 양적인 성장보다 질적인 전환, 즉 혁신의 추세다. 수입차, 부품 조립 중심으로 돈을 벌어온 글로벌 완성차업체에 대한 정부의 최근 압박은 정교하게 준비된 메시지다. 동남아시아 스타트업 열풍의 핵심으로 자리 잡은 베트남에서 전통적인 농업, IT 중심에서 벗어나 여행, 숙박, 렌털, 위치 정보 등 다가올 자동차 사회와 관련된 창업에 뛰어드는 청년들의 수는 갈수록 늘고 있다. 초기 품질에 대한 언론의 혹평에도 빈패스트의 과감한 투자는 무모함보다 시의적절함으로 다가온다.

모빌리티 서비스로 눈을 돌려본다. 한국에서 모빌리티 서비스업체와 택시업계 간 갈등을 다룬 기사는 주인공이 우버에서 타다로 바뀌었을 뿐 몇 년째 익숙한 스토리들로 채워지고 있다. 이에 반해 베트남은, 자국 출신 혁신 기업이 부존하는 시장에서의 우버와 그랩의 경쟁을 과감하게 허용했고, 그랩의 승리가 확실해지자 고비엣(Go Viet)과 비(Bee)를 새롭게 경쟁에 초대했다.


혁신이 발목 잡히는 경제 체제에서 시장 참여자들은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올해 1분기 한국 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ODI)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44.9% 증가한 137억달러에 달하는 반면 동 기간 외국인직접투자(FDI)는 35.7% 감소했다고 한다. 고용과 내수 쌍끌이 진작을 주창해온 정부의 외침이 나에게만 공허하게 들리는 것일까.


김태호 베트남 KIMC 투자컨설팅·캠퍼스K co-work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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