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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억 '벽화 그리기' 한계… '철거식 도시재생' 나온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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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뉴타운 구역 첫 해제지로, 1호 도시재생사업지구로 지정된 서울 종로구 창신·숭인 일대. /

서울시의 뉴타운 구역 첫 해제지로, 1호 도시재생사업지구로 지정된 서울 종로구 창신·숭인 일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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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서울시가 전면철거와 도시재생을 결합한 새로운 정비방식을 내놓는다. 이른바 '상생형 주거재생'으로 그동안 정비구역 해제지를 대상으로 진행한 보존식 도시재생에 대한 체감효과가 미미하다는 판단에서다. 일각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 초기부터 역점 사업으로 추진한 도시재생 정책이 한계에 부딪힌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정비사업과 재생사업의 병행 추진이 가능한 상생형 주거재생 모델 개발 논의에 들어갔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도시재생으로만 노후지를 손보기에는 기반시설 등의 정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주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며 "도시재생 사업지에도 일정 부분 전면철거식 정비가 이뤄지도록 관련 법 개정을 살펴보는 용역에도 착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철거식 + 보존식 전략적 절충개발= 서울시가 구상하는 '상생형 주거재생' 모델은 노후가 심각한 저층주거지 밀집지역을 하나의 구역으로 별도 지정해 철거식 재개발과 재생사업을 함께 추진하는데 방점이 찍혀 있다. 기반시설이 극히 불량하거나 신축이 불가능한 필지가 밀집해 전면철거 방식 외에는 현실적으로 대안이 없는 곳이 대상이다.


내부적으로는 정비사업이 정체돼 사업이 장기화된 정비구역이나 재정비촉진구역 1곳, 노후가 심각한 건축물이 밀집된 해제지역 1곳 등 총 2곳을 선정해 상생형 정비방식의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 방식 역시 해당 지역의 주민 의사를 물어 적용한다. 장기적으로는 전면철거식 개발에 찬성하는 주민과 반대하는 주민간 갈등도 줄여보겠다는 게 서울시의 복안이다.


'상생형 주거재생'의 빠른 추진을 위한 행정적 지원에도 나선다. 새 정비 모델인 만큼 구역지정이나 계획수립, 관리처분 등의 과정에서 별도의 절차 이행 방안이 필요할 수 있어서다. 이에 맞춰 도정법 개정 등 제도개선 사항도 제시하고 해제지역 외 기존 자율주택정비사업지나 가로주택정비사업지에서도 적용 가능하도록 대상지를 계속 발굴할 방침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철거와 재생을 합친 새로운 개념의 전략적 공동개발로 재생사업의 한계와 원인이 반영된 개선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지금까지 서울시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추진한 주택정책의 한계가 드러난 만큼 기존 사업지를 중심으로 적지 않은 부작용도 예상된다"고 밝혔다.


◆벽화 그리기 한계, 창신·숭인 그대로= 서울시가 '철거식 도시재생'이라는 절충형 정비안을 고민하게 된 배경에는 보존식 도시재생을 기반에 둔 도시계획의 한계가 있다.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 취임 후 전면철거형 정비 대신 도시재생에 예산과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지만 현장에서의 효과는 크지 않다.


서울시의 뉴타운 구역 첫 해제지로, 1호 도시재생사업지구로 지정돼 200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된 서울 종로구 창신·숭인 일대가 대표적이다. 창신 1~3동, 숭인1동 일대 80만㎡ 넘는 대규모로 사업지로 시비는 물론 국비까지 들였지만 골목길 등 보행길만 개선됐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는 도시재생이 CCTV, 비상벨, 태양광 조명등, 안심이장치 설치 등 주민 안전시설과 안전안심골목길, 생활창작예술 거점공간 창신소통공작소, 봉제역사관 등 지역성 공공시설에만 집중된 탓에 가시적인 효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좁은 도로, 가파른 언덕길, 개축이 불가능한 주거지는 한계가 있는 탓에 결국 '철거식 도시재생'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2014년 첫 도시재생사업지구 선정 후 매년 수천억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 점도 매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올해만하더라도 도시계획·재생 분야 예산은 지난해보다 2배나 많은 1조원에 달한다. 2015년 1단계 도시재생 활성화 사업지로 지정된 13곳과 2017년 2차 사업지 17곳 등 총 30여곳에 이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도시재생 성공 사례지는 아직도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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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정비 해제지 400여곳= 도시재생에 막대한 사업비가 들어가는 동안 정비구역에서 해제돼 길을 잃은 곳도 400여곳에 육박한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서울시내 683개 정비 및 정비예정구역 중 사업이 정상 추진되는 곳은 262개소, 구역 해제가 결정된 곳은 393개소에 달한다.


서울시는 주민들의 의사를 반영해 전면철거식 개발을 멈췄다는 입장이지만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393곳이 전면적 주택개량이나 대규모 기반시설 정비가 필요했던 점을 감안하면 소규모 정비를 유도하는게 적합하지 않은 곳도 많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 해제지의 건축물 노후도 현황을 살펴보면, 20년이 경과된 건축물이 60%가 넘는 곳이 87.5%, 30년 이상 경과된 노후 건축물이 60% 이상인 곳이 28%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불거진 세운지구 논란의 원인도 비슷하다. 도시재생 명목으로 2014년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돼 정비를 시작했지만 노포 보존을 이유로 토지주들의 의사가 무시된 채 개발이 전면 중단됐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는 노포 등 생활문화유산을 지정하는 과정에서의 형평성도 문제가 된 상태다.


지난달 서울시의회에서 내부적으로 '정비사업 출구전략의 한계 및 개선방안'에 대한 연구 용역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해제지 393곳 중 60%인 222곳은 아직도 기존 정비사업을 대체할 주거재생방안을 마련하지 못해 이른바 '관리계획 미수립' 상태로 방치돼 있다.


이같은 문제가 장기적으로는 집값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정비사업을 통한 신규 아파트 공급 감소로 아파트값이 되레 올랐다는 얘기다. 이에 서울시의회에서는 정비구역 해제 전·후의 주거환경 변화를 비교하고 정비구역 재지정이 필요한 곳도 추가로 찾아볼 계획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보존식 도시재생으로는 도심 내 신규주택 부족이나 인근 재개발 사업지와의 주거 격차 등의 부작용이 더 심화된 만큼 정비구역이나 예정구역 해제지에도 부분철거를 통해 주거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줘야한다"고 밝혔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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