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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남북 경협 제동..文 중재자역 물건너가나

최종수정 2019.03.08 11:35 기사입력 2019.03.08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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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당국자 개성 금강산 제재 완화 가능성에 'NO' 언급
정부, 美 의도 파악 못한채 서둘러 정책 방향 발표 무색
이도훈 본부장 방미 불구 한미 공조 우려 키웠을 수도

한미 북핵 실무협상차 미국을 방문했던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8일 오전 인천공항에 도착, 청사를 나서고 있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만나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상세한 내용과 평가를 공유하고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한미 북핵 실무협상차 미국을 방문했던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8일 오전 인천공항에 도착, 청사를 나서고 있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만나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상세한 내용과 평가를 공유하고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백종민 선임기자] 남북경협을 통해 북ㆍ미 간 대화를 견인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서둘러 발표한 정책과 발언이 오히려 한미 갈등을 부추겨 북ㆍ미 간 대화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중매를 하려다 북ㆍ미 모두에 뺨을 맞을 수 있다는 뜻이다.


7일(현지시간) 미 국무부 당국자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제재 면제 여부에 대한 질문에 "아니다(no)"라고 발언 한 것은 미국의 정확한 의도를 보여준다.


2차 북ㆍ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직후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이 각각 통화했지만 우리 정부는 정확한 상황 파악을 못한 상태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을 마치고 미국으로 향하던 도중 문 대통령과 통화하며 김 위원장도 대화해 달라고 한 것을 중재 요청으로 여겼다. 이때만해도 우리 정부는 여전히 북ㆍ미 협상 결렬 이유와 향후 전망에 대한 판단이 부족했던 상황이었다.


회담 결렬 직후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 본부장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를 만나 상황 파악을 하려 했지만 비건 대표가 하노이를 떠나며 만남조차 성사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회담 결렬 하루 뒤인 1일 3ㆍ1절 100주년 기념사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미국과 협의하겠다고 언급했다.


우리 정부는 상황 파악을 위해 이 본부장을 5일에야 미국으로 보내 비건 대표를 만나도록 했다. 미국의 목소리를 듣고 중재 역할을 위한 우리의 입장을 설명하기 위함이었다. 이 본부장이 미국으로 떠나기 전인 4일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남북 경협을 추진한다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의 발언이 또 나왔다. 강 장관은 북ㆍ미 대화를 견인하기 위한 1.5트랙 대화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미국의 정확한 입장 파악이 안된 상황에서 나온 이 발언들은 오히려 부메랑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은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발표하며 협상 재개의 가능성을 유지한 상황에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움직임이 파악됐다는 소식만으로도 버거운 상황이다. 미국이 남북 경협을 지지할 수 있는 시점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오히려 미국이 남북경협에 제동을 건다는 것만 부각시켜 북한도 불편한 입장으로 내몰았다.


심지어 국무부 당국자는 대북 압박전략은 유지될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한다면 제재는 강화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 움직임에 대해서는 "북한의 활동 의도를 좀 더 봐야 한다"고 신중론을 견지하면서도 핵ㆍ미사일 실험 중단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결국 이런 상황이라면 이 본부장은 미국 방문을 통해 우리 정부의 경협 추진의사를 설명하려던 목적을 이루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 본부장의 방미가 한미 공조 확인이 아니라 미국의 우려만 키웠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 본부장은 8일 오전 귀국했다.


아산정책연구원 신범철 통일안보센터장은 "정부 정책의 방향성과 방법 모두가 잘못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재가동이 필요하다면 미국을 로우키(low-key) 로 설득하는 전략을 펼쳤어야 했다"고 했다. 한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경제협력'을 외쳐봤자 미국이 설득될 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사안이 예민하니만큼 물밑으로 미국과 접촉해 설득하는 방법을 택했어야 한다"면서 "선언적으로 외쳐봐야 실속도 없고 실현 가능성도 낮다"고 했다.


또한 이 같은 선언적 행위가 오히려 동맹인 미국의 정책 유연성도 훼손시킬 수 있다고 봤다. 신 센터장은 "지금 미국은 판이 깨져서 압박을 강조하는 상황인데 한국이 경협을 외치면서 찬물을 끼얹는 셈"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한미공조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가 미국의 입장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경우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역시 핵심은 북한의 비핵화 수준이다. 국무부 당국자는 "비핵화에 대한 기대치를 충족시키는 대화를 할지에 대한 결정을 하는 데 있어 그 공은 궁극적으로 북한의 코트로 넘어갔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이 주장한 영변 중심의 비핵화에 맞서 미국이 요구한 '영변 플러스알파(α)'를 고수할 것임을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백종민 선임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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