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뺄셈의 경영학…재계 총수들의 '내려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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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한진회장 계열사 임원, 최태원 SK회장 이사회 의장직서 물러나
이재용 부회장도 사내이사 재선임 검토 안해…김승연 백의종군
정의선, 이사회 권한 등 축소…구광모는 사업 군살빼기

(왼쪽부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왼쪽부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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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우수연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5일 한진칼, ㈜한진, 대한항공 등 그룹 내 3개 계열사 이외의 계열사 임원직을 내려놓기로 했다. 조 회장이 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 2대 주주로 올라선 행동주의 사모펀드(PEF) KCGI와 국민연금의 그룹 지배구조 개선 압박 등에 대응하기 위해 겸직 자리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같은 날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지주사인 SK㈜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한다. 경영과 견제 기능을 분리하겠다는 최 회장의 의지로 해석된다.

최근 재계에서 총수들의 '내려놓기'가 주목받고 있다. 뺄셈의 경영을 통해 사회적인 책임과 니즈를 모두 충족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안팎으로 경영권 문제를 겪고 있는 그룹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경영을 하고 있는 그룹들도 경영과 견제 기능을 분리하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거스를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대표와 의장이 철저히 분리돼 있다. 대표이사는 경영을 책임지고, 이사회는 경영을 감시ㆍ견제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역시 사내이사 재선임을 당분간 고려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2016년 10월 임시 주주총회 때 사내이사가 된 이 부회장은 올해 10월로 사내이사 3년 임기가 만료된다. 삼성전자 규정상 이사 임기 만료 전에 재선임을 결정해야 하는데, 오는 20일 주총에 상정된 안건에서 재선임 여부 안건은 빠져 있다.


이 부회장은 경영과 견제 기능을 이미 분리해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 주총에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분리한 바 있다.

SK그룹의 경우 SK텔레콤이 2012년부터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분리했다. SK디스커버리는 최창원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오영호 전 KOTRA 사장이 이사회 의장을 각각 맡고 있다. 이번에 최 회장이 SK㈜ 의장직에서 물러나면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등 주요 계열사에서도 같은 기조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아예 대표이사를 맡지 않는 경우도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18일 집행유예가 만료, 그룹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 복귀가 가능해졌지만 김 회장은 백의종군의 길을 택했다. 물론 그룹 오너여서 자리가 중요하지 않은 점도 있다. 대표이사를 맡지 않아도 충분히 총수 역할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뺄셈의 경영을 하고 있다. 올해 사실상 처음으로 경영권을 거머쥐어 주요 자리를 내놓을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권위 의식만큼은 내려놓았다. 위에서 결정하면 아래에서 따라 하는 보수적인 현대차 스타일에서 벗어나기 위한 판단으로 해석된다.


그 첫 행보로 정 수석부회장은 수소전기차 '넥쏘' 셀프 시승 영상 깜짝 공개를 통해 직원들과의 소통을 시작했다. 정장만 고집하던 딱딱한 근무 복장도 청바지와 티셔츠 차림으로 자율화한다. 인재 채용에서도 10대 그룹 중 처음으로 정기공채를 없앤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사회 권한도 스스로 축소했다. 사외이사 주주추천제도를 처음으로 도입해 현대차와 연관성이 낮은 3명의 외부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선임하기로 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최근 사업 재편을 통해 뺄셈의 경영에 나섰다. LG전자의 연료전지 자회사를 청산하기로 한 데 이어 수(水)처리 관리ㆍ운영 자회사와 환경시설 설계ㆍ시공회사 매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자원과 시간이 한정된 상황에서 모든 일에 노력을 집중할 수 없는 만큼 불필요한 것은 과감히 버리고 꼭 해야 하는 일에만 집중하는 뺄셈의 경영 철학을 실천하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 총수들이 경영권과 이사회를 모두 장악하려 한 과거 관행에서 탈피해 철저하게 경영과 견제 기능을 분리하는 세계적인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며 "책임 경영과 함께 투명한 지배구조를 구축하지 않고는 더 이상 살아남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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