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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범벅 튀김·토스트 누가 사먹겠냐"…상인들 뿌연 하늘·정부 원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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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영세상인 "마스크만 쓴 채 발걸음 재촉…장사 망쳤다"
엿새째 비상저감조치…현장에선 정부 원망하는 목소리만
상인들 "현장 고통 크다…정부 지원·대책 절실하다 호소"

초유의 엿새째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6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이 희뿌연 먼지로 덮여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초유의 엿새째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6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이 희뿌연 먼지로 덮여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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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마스크만 쓴 채 음식은 쳐다 보지도 않고, 쏜살같이 지나가네요. 뿌연 하늘만 바라보면 한숨만 나오고,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정부만 원망하게 됩니다."


초미세먼지와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을 기록한 5일 오후, 여의도에서 직장인들을 겨냥해 토스트와 샌드위치를 판매하는 한 상인은 천재지변급의 '공기 재앙'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한숨만 쉬었다. 그는 "아침과 오전에만 집중 장사를 하는데, 며칠째 매출이 반토막이 나 도저히 장사를 접을 수가 없어 이 시간까지 이러고 있다"면서 "이번주는 미세먼지 때문에 장사를 망쳤다"고 토로했다.

지난 1일부터 최악의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영세 상인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엿새째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진 것은 처음이다. 한국 겨울날씨를 설명하는 '삼한사온(3일 춥고, 4일 온난)'이라는 단어가 '삼한사미(3일 춥고, 4일은 미세먼지)'로 바뀐 것은 옛말이고, 이제 하루 춥고 닷새 정도는 미세먼지 때문에 고통받는다는 '일한오미'가 유행이다. 마스크를 쓰는 것을 넘어 이제 코마스크나 방독면 등을 쓰는 시민들을 종종 볼 수 있고, 이들 모두 외부공간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들을 외면하면서 고통을 호소하는 목소리만 커지고 있다.


내부에 점포를 운명하면서 동시에 외부 진열대에 튀김과 김밥 등을 놓고 판매하는 노원동의 한 분식가게는 "지나가는 손님들이 미세먼지로 범벅된 튀김을 누가 사먹겠냐는 말에 상처를 받았다"면서 "음식 위에 비닐로 덮어 두었는데도 손님들이 그냥 외면한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그는 "원래 이렇게 음식을 진열하면 먹음직스럽고, 맛있는 냄새가 손님 발길을 이끌었는데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니 이제 장사에 방해가 된다"면서 "내일도 최악의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다고 해 외부 진열대 음식 조리를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초유의 엿새째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6일 서울의 한 거리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초유의 엿새째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6일 서울의 한 거리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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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구의 한 대단지 아파트에 일주일에 한번씩 들어오는 알뜰장 상인들도 한숨만 내쉬었다. 음식을 바로 조리한 볶음류를 판매하는 한 상인은 "아파트 단지안에 열리는 알뜰장 영업만 하는데, 미세먼지가 있으면 확실히 그날 장사는 공쳤다고 봐야 한다"면서 "예전에는 미세먼지에 둔감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연일 미세먼지의 위험성이 보도가 되고, 우리부터 마스크를 끼고 있으니 음식을 사가지 않은 것 같다"고 토로했다.


외부에 노출된 공간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 모두 미세먼지 재앙에 속수무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경기도 광명시장에서 채소·과일을 판매하는 박 모씨는 "요 며칠 매출이 40%는 줄었다"면서 "그래도 저감조치 첫날에는 마스크를 낀 손님들이 좀 보였는데 이제 지나가는 손님도 부쩍 줄었다"고 토로했다.

동대문 시장에서 모자·스카프 등을 판매하는 최 모씨는 "미세먼지가 이렇게 심한데 누가 구경을 하고 싶겠냐"면서 "마스크를 끼고 손님을 응대하다보면 서로 대화도 잘 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청계광장에서 한 노점상 주인이 따뜻한 국물을 그릇에 담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서울 청계광장에서 한 노점상 주인이 따뜻한 국물을 그릇에 담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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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를 향한 원망의 목소리도 크다. 충무로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손님이 문을 열고 들어온 후에 지인을 기다린다는 이유로 닫지 않자, 내부에서 큰 소리로 문을 닫으라고 소리를 쳐서 순간 싸움이 날 뻔했다"면서 "미세먼지 때문에 손님들도 예민하고, 우리는 계속 공기청정기를 틀어 놓아야 하는데 최근에는 공기정화식물 좀 배치하라는 손님들 요구에 돈이 제법 들어갔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대체 정부는 비상저감조치만 내리고, 왜 제대로 된 대책은 펼치지 않은 것인지 원망스럽다"고 성토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비난의 글이 폭주한다. "청와대·환경부 등 정부는 대체 뭘 하고 있고, 환경 시민단체들은 왜 침묵하느냐"는 성토가 가득하다. 전국상인연합회는 "전통시장은 백화점이나 마트와 달리 외부에 노출된 공간으로 미세먼지에 따른 타격이 극심하다"며 "현장에서 느끼는 고통이 워낙 크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대책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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