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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 100주년 생존애국지사를 만나다] 김배길 옹 “다시 태어나도 똑같은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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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3년 일본군에 징집당해…항일구국 목적 ‘우국동지회’ 조직

“국가가 나서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이들의 마음을 달래 줘야”

[3·1절 100주년 생존애국지사를 만나다] 김배길 옹 “다시 태어나도 똑같은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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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호남취재본부 박선강·허지현 기자] “국가에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 이렇게 잘 사는 나라가 된 것 만으로도 뿌듯하다”


본보가 만난 주인공은 광주광역시 남구 지석동에 거주하고 있는 김배길(93) 옹.

그의 자택 앞에 서자 ‘독립유공자의 집’ 명패가 눈에 띄었다.


문이 열리고 그의 셋째아들이 편백나무로 지어진 별채로 안내하고 “아버지 손님왔어요”라고 하자 “안녕하세요”라며 김배길 옹은 쉰소리로 힘든 몸을 이끌고 반겼다.


당시에 이렇게 큰 몸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연로한 몸에도 불구하고 키는 물론, 손과 발은 요즘시대에 비춰도 웬만한 이들은 따라 올 수 없을 정도로 기골 장대했다.

하지만 거동이 불편한데다 최근에는 기관지와 호흡기 건강도 점점 나빠져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아 셋째아들이 그동안 아버지께 전해들은 항일운동에 관한 이야기를 다시 전달받을 수밖에 없었다.


1926년 신안군 안좌면 출신인 그는 1943년 일본군에 징집돼 일본 육군 부대에서 항일구국 목적의 ‘우국동지회’를 조직, 1944년 5월 중무장으로 부대를 탈출했다.


김배길 옹은 이른바 ‘완벽한 탈출’을 위해 부대에서 언어에 능통하고 애국심이 강한 핵심인원 6명과 함께 중무장으로 일본군의 추격을 피해 중국 오계산을 넘어 왔다. 이때 제대로 먹은 것도 없고 힘들게 오다보니 4일 만에 소변을 봤는데 피가 섞여 나올 정도로 힘든 탈출이었다고 한다.


이후 1945년 2월 광복군에 편입돼 정보를 취합하는 ‘공작반장’으로서 항일독립운동을 전개했고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1990년 국민훈장 애족장(대통령표창)을 받았다.


김배길 옹은 “한국인들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독립운동을 하고 있는데 나는 이렇게 일본군에 있어서야 되겠는가하는 양심의 가책을 받다 고국에서 의용군으로 끌려온 어린 학생들을 보며 탈출해 독립운동을 하기로 마음을 굳혔다”며 “독립에 대한 희망만 있었지 확신 할 수도 없는 시절이었지만 해야 될 일이어서 했다. 심장이 시키는 대로 뜨거운 애국심 하나로 행동했었다”고 그날을 기억했다.


그는 매년 봄 같은 시기에 어느 날이면 멀쩡한 몸이 말도 안 될 정도의 몸살로 힘든 하루를 보낸다고 한다.


셋째아들은 “왜이렇게 온몸이 아프다냐…. 아! 오늘이 일본군 탈출한 날이구나”라고 한해도 빠지지 않고 같은 말씀을 하신다고 한다.


시간이 지났는데도 몸이 그날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배길 옹이 옷을 고쳐입고 있는 모습

김배길 옹이 옷을 고쳐입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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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도중 김배길 옹은 갑자기 벽에 걸어놓은 옷을 주섬주섬 방바닥으로 내려놨다. 그러면서 손수 와이셔츠를 입고 양말도 신고 넥타이도 스스로 맸다.


시청에서 방문 인사를 하러 온다는 약속에 깔끔하게 차려입으시려고 하신다고 한다.


그러면서 정부의 독립유공자 예우와 유족 보훈연금 등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건넸다.


셋째아들은 김주용 광주보훈청장에 대해 ‘진심이 느껴지는 사람’이라고 전했다.


3·1절이나 광복절을 앞두고 관계기관에서 방문 인사를 전하는 것이 전부였다면 김주용 광주보훈청장의 경우 생일이라고, 지나가다 들렸다라며 자주 찾는데 이러한 관심이야말로 국가가 해야 될 일 중의 하나라고 한다.


김배길 옹은 “나는 형편이 나아 생활에 어려움이 없지만 힘든 독립지사와 후손들이 많다. 국가가 나서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이들의 마음을 달래 줘야한다”고 애국을 위한 이들의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배길 옹이 문밖까지 나와 손짓 인사를 건네고 있는 모습.

김배길 옹이 문밖까지 나와 손짓 인사를 건네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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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취재본부 박선강 기자 skpark8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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